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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편"vs"정면투쟁"…올해 노동시계는 어디로[노동:판]

사건/사고

    "노동개편"vs"정면투쟁"…올해 노동시계는 어디로[노동:판]

    편집자 주

    우리는 일합니다.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거리에서, 가정에서 오늘도 일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모든 노동자에게, 일터를 찾은 나와 당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판 깔아봅니다.

    민주노총 "7월 최대 규모 총파업 투쟁" 예고
    尹 '노동' 최우선 개혁 분야로 꼽아
    주 52시간제 유연화, 중대재해법 완화
    사정기관 동원해 노동계 강경 압박
    "노조가 왜 필요한 조직인지 보여줘야"

    발언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발언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연합뉴스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면서 향후 노정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노동개편'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사정기관을 동원해 노동계를 강경 압박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하며 맞서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총파업으로 성과를 얻으려면 '파업을 위한 파업'이 아닌 실제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투쟁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악'을 '개혁'이라고 표현한다"며 "7월 1~2주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 투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총파업은 민주노총 집행부가 제출한 계획이라기보다 현장에서 올라온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 예년과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올해 사업기조와 목표를 '반(反) 윤석열 투쟁 전면화'로 정했다. 구체적으로 5월 총궐기, 7월 총파업, 정치·총선 방침 수립을 통한 정치세력화 질적 도약 등을 계획했다.

    또 민주노총은 투쟁과제로 △노동개악 저지·노동기본권 쟁취 △모든 노동자의 임금 인상 △국가의 일자리 보장 △사회공공성·민생안전망 강화 등 4가지를 꼽았다.

    민주노총이 이러한 대규모 총파업을 계획한 배경에는 정부의 '노동개편'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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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대통령은 올해를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추진의 원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중에서도 노동을 최우선 개혁 분야로 꼽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오는 8월까지 모든 노동개편 입법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정부는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노동시간 정책을 유연화하려는 모습이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노동부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에서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할 방침이다.

    노동자가 근로일·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도 모든 업종에서 '3개월'로 확대한다. 현재는 1개월 내 1주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규모에서 사망사고가 늘었다"며 "처벌과 규제 중심에서 자기규율 예방과 엄중 처벌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규제와 처벌이 아닌 자기규율과 예방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방향을 바꾸는 시행령 개정안을 곧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결국 그동안 경영계에서 요구해온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약화'쪽으로 개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정책적으로 노동개편을 추진하면서, 정치적으로는 노조를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하며 사정기관을 동원해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선 노동부는 지난달 주요업무 추진계획 첫번째 과제로 노사 법치주의 확립을 내세우면서, 이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꼽았다. 그러면서 노조와 연합단체를 대상으로 서류 비치와 보존의무 자율점검을 실시했다. 이에 미비점이 발견되는 등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될 시 노조법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엄정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본부 사무실 앞에서 노조원들이 경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본부 사무실 앞에서 노조원들이 경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의 '집단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최근 수차례 민주노총 건설노조 등에 '노조원 채용 강요' '노조 전임비 지급 강요'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가 지난해 집단 총파업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 파업 동참을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등을 확인한다며 지난해 12월 사흘에 걸쳐 현장 조사에 나선 바 있다.

    국정원 등 방첩당국은 민주노총 간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두고 민주노총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노동계 압박이 보수층 결집으로 인한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강경 드라이브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노동계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노동계·시민사회에서도 대(對)정부 투쟁에 대한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다만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이 자칫 공허한 구호만 되풀이되는 '연례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노동정책연구소 김성희 소장은 "무엇을 위한 총파업이냐가 명확하지 않다"며 "노동정책에 대한 구상 자체가 없는 윤석열 정부인데, (여기에 대응하는 노조도) 무엇을 겨냥하고자 하는 것인지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노동의 빈곤 문제 등을 얘기해야 하는데, 파업 대오 자체는 공공부문이나 대기업 노동자가 중심이다"며 "이러한 구조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정부가 '색깔론'으로 공격을 해도, 민주노총은 노조가 왜 필요한 조직인지 보여주는 데서 승부수를 내야 한다고 본다"며 "노조를 갖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노조를 갖기 쉽도록 만든다거나,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된 실천을 열심히 해서 노조가 없는 노동자도 그 권리를 공평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나오는 모습이다. 실제 투쟁 계획을 세운 지난 7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대부분 대의원이 총파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금속노조 이재영 부평공단지회 지회장은 "윤석열 정권이 민주노총을 탄압할수록 지지율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뼈아프고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민주노총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화섬식품노조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민주노총이 시민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소통 방식으로 시민을 설득하길 바란다"며 "설득을 위해 투쟁의 언어를 잠시 내려놓고 공감할 언어와 방식으로 시민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이미 최저임금이 결정될 7월 이후에 시작하는 총파업으로는 동력을 이끌어내고 사회적 파급력을 갖기 어려울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시기를 앞당겨 파업의 규모를 확대하자는 제안도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서 금속노조 권수정 여성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전면화하자는 것은 우리를 엄호하고 국민으로부터 지지받는 총파업을 조직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올해 투쟁은 민주노총이 고립돼서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김한주 언론부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에서 투쟁 계획을 확정한다면 5월 중으로 총파업투쟁(시점)을 잡고 있었다"며 "최저임금 결정이나 지난해부터 요구했던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는 비정규직, 하청노동자 등 전체 노동자에 적용되는 이슈이기 때문에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노총 집행부는 향후 상반기 동안 대정부 투쟁의 성과에 따라 얼마든지 국면이 바뀔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은 "3~4월 투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충분히 구체화될 것으로 본다"며 "최저임금 투쟁이 비정규직 또는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투쟁이 될 것이고, 사회공공성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노동자) 전체를 위한 투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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