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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에 바짝 마른 아들…멍투성이 12살의 마지막 배웅길

사회 일반

    학대에 바짝 마른 아들…멍투성이 12살의 마지막 배웅길

    • 2023-02-11 20:03

    아들 잃은 친엄마, 운구차 보내며 주저앉아 통곡…쓸쓸한 발인

    연합뉴스연합뉴스
    공룡 인형을 두 손에 든 아이는 가로·세로 30㎝ 정도 되는 영정 액자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11일 인천 한 장례식장 지하 1층 빈소 입구에는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가 보낸 조화 하나만 덩그러니 놓였다. 조화에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하늘에서는 행복하길'이라는 추모글이 달려 있었다.

    영정 사진을 품에 꼭 안은 아이의 외삼촌은 쏟아지는 눈물을 연신 손으로 훔쳤다.

    새엄마와 친아버지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멍투성이로 숨진 초등학교 5학년생 A(12)군의 마지막 배웅 길은 조촐했다.

    부검 후 장례가 치러진 사흘간 울며 빈소를 지킨 가족도 친엄마와 외삼촌 등 외가 친인척들뿐이었다.

    새엄마 B(43)씨와 친부 C(40)씨는 전날 각각 아동학대치사와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고, 엄마가 다른 A군의 어린 두 여동생은 임시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이날 빈소에서 만난 A군의 친엄마는 "아이 친가 쪽 사람들은 장례 기간 한 명도 조문하러 오지 않았다"며 "어제 옛 시댁 식구들에게 전화했더니 '애는 이미 죽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 전 남편이 구속된 경찰서 유치장에 찾아가 면회하면서 '아이를 저렇게 만들 거면 내가 그렇게 보내달라고 했을 때 보내지 왜 안 보냈느냐'고 따졌다"며 "자기는 '몰랐다'고 변명만 하더라"고 울먹였다.

    A군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30㎏밖에 되지 않았다. 또래 남학생들보다 15㎏ 넘게 적었다.

    부검 직후 친엄마가 본 아들 모습은 치골이 튀어나올 정도로 바짝 말라 있었다. 몸 군데군데에 찍히고 긁힌 자국도 시퍼런 멍과 함께 보였다.

    친엄마는 "제가 같이 살던 7살 때 사준 내복을 12살 죽는 날에도 입고 있었다"며 "어릴 때는 잘 먹어 통통했는데 부검 후 보니 엉덩뼈가 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말라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체구가 왜소한데다 비쩍 마른 탓에 관 크기도 작았다.

    관은 장례식장 직원들 손에 들려 운구차에 실렸고, 화장될 인천 부평승화원으로 옮겨졌다.

    친엄마는 운구차가 출발하자 "나를 데리고 갔어야지, 왜 애를 데리고 가냐"며 주저앉아 통곡했다. A군은 한 추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경찰은 전날 구속한 B씨 부부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해 학대 수법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계모 B씨는 지난 7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인 A군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친부 C씨도 평소 상습적으로 아들을 때리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B씨 부부는 경찰에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때렸다"면서도 "훈육 목적이었고 학대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A군은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최근까지 학교에 계속 결석해 교육 당국의 집중 관리대상이었다.
    그러나 B씨 부부는 "필리핀 유학을 준비 중이어서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며 학교 측의 각종 안내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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