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동 파트너스 하우스 전경, 3층이 시장 공관으로 리모델링 된다. 추가 비용은 대략 5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서울시 제공민선 8기로 넘어오면서 시도지사들이 자신이 살던 집을 두고 관사에 입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구식'이 됐다. 17개 시도 가운데 14곳이 기존 공관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줬고, 현재 공관이나 관사로 입주한 단체장은 김진태 강원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3명 뿐이다.
이들도 직접 관리비나 임대료 등을 내고 있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관사 운영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사실 공관을 시민에게 개방한 것으로 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앞선 단체장 중에 한 명이다. 지난 2009년 신축 중이던 한남동 시장 공관을 중소기업 비즈니스 전용공간인 '파트너스 하우스'로 변경해 기업들에게 돌려줬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4월, 4선 서울시장에 취임하면서도 "낭비없는 시정운영을 위해 솔선하겠다"며 "서울시장 공관을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관 반환 앞장섰던 오세훈인데…
그랬던 오 시장이 지난달 10일 한남동 파트너스 하우스 3층을 리모델링해 시장 공관으로 사용하겠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실제로 지난 10일과 13일에 3층 리모델링을 위한 인테리어, 전기, 통신, 기계시설 공사 입찰 공고가 나라장터에 올라왔는데, 공사비용을 합하면 모두 5억7천만원 수준이었다.
파트너스 하우스 3층은 전체 면적이 294㎡로 대략 90평 정도의 면적이다. 당초 파트너스 하우스는 안전문제 등으로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 여기서 3층만 공관으로 용도를 변경해 추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다음달이나 4월 초쯤 공사가 끝나면 입주한다는 계획인데, 오 시장이 공관으로 이사하면 한남동에 공관을 마련한 윤석열 대통령과는 이웃지간이 된다. 지도상으로 보면 두 공관은 직선거리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낭비없는 시정을 위해 솔선하겠다며 공관 운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오 시장이 2년 만에 입장이 바뀌어 공관 입주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오 시장은 광진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자택에서 출퇴근을 해왔다.
공관 운영 않겠다던 입장 바뀐 속사정
오세훈 서울시장. 류영주 기자 그런데 지난해 10월 오 시장 명의의 자필 사과문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나붙었다. '저와 같은 곳에 거주하신다는 이유로 평온하게 하루를 준비해야할 새벽을 소란스럽게 맞게 해드려서 여러분의 이웃으로서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마포구 소각장 신설을 반대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새벽에 오 시장 집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자 사과문을 게시한 것이다.
최근에는 조원진 전 의원이 대표로 있는 우리공화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오 시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 인근에서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때문에 이웃 주민에 민폐를 더 이상 허용하기 힘들어졌다는게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파트너스 하우스 인근은 주거 밀집지역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크게 고려됐다"고 속사정을 얘기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빠른 재난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15일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상욱 시의원은 공관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시장은 문자폭탄 같은 것을 많이 받는다…문자가 오는 것을 실시간으로 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긴급한 상황에서는 SNS나 문자보다는 대면보고가 중요한데 이런 이유에서 "공관이 꼭 필요하다"고 서울시에 주문했다.
"제2의 시장 집무실"… 더 기민한 대응 가능할까
언감생심, 시의회에서도 공관 운영 의견이 나오자 서울시도 "단순 주거개념의 관사가 아닌 긴급상황 신속대응과 시‧공간적 제약 없는 서울시장의 안정적 직무수행을 위해 '제2의 시장 집무실'로 운영하겠다"며 공관 운영계획을 밝혔다.
결국 오 시장은 2년 만에 공관을 운영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뒤집었고, 자신이 입주하려고 지었던 한남동 공관에는 15년이 지나서야 입주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게 됐다.
일단 공관으로 이전하게 되면 오 시장 자택 앞 시위로 인한 민폐는 피할 수 있게 된다. 덤으로 대통령 관저와도 가까워 집회와 시위가 상당폭 제한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시장의 재난대응도 더 빨라질까? 수억원을 들여 공관을 이전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대형재난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오 시장의 책임은 한층 더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