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 속출한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연합뉴스인천 등지에서 120억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60대 건축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사기·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혐의…공범 58명도 입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건축업자 A(62)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또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바지 임대업자, 중개 보조인 등 공범 5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중 공인중개사인 40대 여성 B씨의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근저당 설정된 아파트로 전세계약하면서 권리관계 설명 소홀
A씨 등은 지난해 1~7월 근저당이 설정된 인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00여채에 대해 권리관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세입자 163명과 전세 임대차 계약한 뒤 경매에 넘겨 전세 보증금 126억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 속출한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연합뉴스경찰은 A씨가 대출 담보로 잡혀 있는 아파트 100여채의 임의경매를 준비하면서 이를 숨기고 전세 임대차계약을 통해 B씨 등의 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보고 있다. 근저당이 설정된 집이 경매로 팔리면 전세 임차인의 대항력은 후순위로 밀려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렵다.
경찰은 또 A씨가 바지 임대업자,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A씨와 B씨 등 일당 총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만행위가 있었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후 경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이들 중 A씨와 B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당시 경찰은 A씨 등이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동주택 327채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가로챘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영장을 재신청하면서 범행 대상 범위를 좁혔다.
"소유 부동산 매각해 피해 변제하겠다"는 약속은 거짓
영장이 기각된 이후 A씨 측은 "경찰이 사기 피해금액이라고 한 260억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호받는 금액"이라며 "설사 경락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선순위 담보채무를 공제하고도 임차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A씨는 본인이 소유한 부동산 등을 매각해 피해자들에게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소유한 부동산은 대부분 경매 대상이거나 신탁회사에 넘어가 매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명확하게 범행이 이뤄졌다고 판단되는 대상으로만 범위를 한정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라며 "나머지 혐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계속해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 10여 년 전부터 주택을 사들이기 시작한 A씨는 지인 등으로부터 명의를 빌려 아파트나 빌라 건물을 새로 지은 뒤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 대출금을 모아 또 공동주택을 신축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늘려갔다.
A씨 소유 주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모두 2700채로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했다. 이는 빌라 1139채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보다 배 이상 많은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