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과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사진 오른쪽). 한국배구연맹새롭게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53·이탈리아)이 '배구 여제' 김연경(35 흥국생명)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본단자 감독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 홈 경기를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지난 18일 입국해 흥국생명과 계약한 그는 22일 비자 발급 등 등록 절차를 마치고 이날 처음으로 경기를 지휘하게 됐다.
흥국생명은 최근 한 달 넘게 감독 자리가 공석이었다. 권순찬 전 감독이 돌연 경질되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고, 김대경 코치의 대행 체제로 시즌을 치렀다.
어수선한 분위기에도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치는 응집력을 보였다. 김연경을 중심으로 갈등을 빠르게 수습했고, 상승세를 달리며 어느새 정규 리그 1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감독직을 계속 비워둘 수는 없는 노릇.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사령탑에 세계적인 명장 아본단자 감독을 선임하며 완전체를 이뤘다.
아본단자 감독은 1996년 이탈리아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불가리아, 캐나다, 그리스 대표팀 감독을 연임했다. 또 라비타 바쿠(아제르바이잔), 페네르바체(튀르키예), 차네티 베르가모(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클럽을 이끌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
그동안 지도자로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지만 V리그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으면서 V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아본단자 감독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배구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라면서 "나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고, 새로운 배구 세계에 발을 들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의 첫 외국인 감독으로서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거 튀르키예 리그에서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김연경과 재회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2013-2014시즌부터 4시즌 동안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김연경과 두 차례 우승과 준우승,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등을 함께 일궜다. 아본단자 감독이 2016-2017시즌을 마치고 자국 리그로 돌아간 뒤 두 사람은 흥국생명에서 6년 만에 다시 만났다.
긴 세월이 흘렀지만 아본단자 감독이 본 김연경은 여전했다. 그는 "말할 것도 없이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임이 분명하다. 한국에서도 적응을 잘하고 있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페네르바체에서도 퍼포먼스와 리더십, 인간관계가 좋았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의 동행이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김연경이 최근 은퇴를 시사했기 때문.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유럽에서도 이런 소문은 많다.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 편"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김연경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는 이야기를 했고, 서로 좋은 배구를 하자는 대화만 나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