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둔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한국배구연맹V리그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한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신임 감독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 홈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19, 25-17, 28-26)으로 이겼다. 23승 7패 승점 69를 기록, 2위 현대건설을 7점 차로 따돌리며 1위를 공고히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처음으로 지휘한 경기에서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그는 경기 후 "승리해서 기쁘다. 팀이 보여준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면서 "3세트 상대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어 "김다은이 직전 경기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오늘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면서 "대신 주장 김미연이 스파이크와 수비 등 전체적인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V리그 데뷔전인 만큼 팬들의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이에 아본단자 감독은 "팬들의 응원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면서 "30년 넘게 지도자 생활을 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환호는 처음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지만 평소처럼 팀 분위기를 돋구는 과감한 세리머니를 보여주진 못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오늘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다. 평소에는 더 크게 세리머리를 한다"면서 "오늘은 첫 경기라 적응하기 위해 침착함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 아본단자 감독이 들고 있던 작전판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 작전판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다"고 운을 뗀 뒤 "선수들이 블로킹과 수비를 어디로 해야 하는지, 각 랠리에 대한 전술을 체크해 둔 판"이라고 설명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전 튀르키예 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옛 제자 김연경(35)에 대해 "세계 최고의 선수임이 분명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김연경은 이날 18점에 공격 성공률 45.45%로 활약, 아본단자 감독에게 V리그 데뷔전 승리를 안겼다.
이에 김연경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왔다. 아본단자 감독은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이지만, 배구는 팀 경기다. 혼자서 경기를 이끌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연경이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리베로 김해란도 정말 훌륭했다. 이게 흥국생명의 조화이자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최근 화제가 된 김연경의 은퇴설에 대해서는 "오늘 밤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첫 승리이기 때문에 축하를 나누고 싶다"면서 "김연경은 훌륭한 선수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