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발달장애인에게 형사사법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경찰관에게 주의조치를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A씨는 수도권의 한 경찰서에서 두 차례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담당 수사관에게 본인의 장애 사실을 알렸지만, 형사사법절차상 발달장애인에게 제공돼야 하는 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 배정, 신뢰관계인 제공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 측은 인권위에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을 재구성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반적인 발달장애인과 달리 A씨는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인등록증을 제출하거나 별도의 편의를 요구하지 않아 비장애인과 동일하게 신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했다.
사건을 조사한 인권위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형사사법절차상 편의를 주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고 보고 해당 경찰서장에게 담당수사관을 주의조치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미국정신의학회 기준을 들어 형식적 언어기술이 손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회적·감정적 상호성의 결함, 사회적 상호 작용을 위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행동의 결함 등의 특징이 있으면 자폐 스펙트럼장애 범주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권위는 "비록 A씨가 외형적으로 언어구사 능력이 원활하다 하더라도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 자체로 발달장애인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형사사법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담당 수사관이 A씨의 장애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파악했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담당 수사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발달장애인 전담 사법경찰관에게 A씨의 사건을 인계하지 않아 피의자로서의 방어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