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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체크]자살예방 대책…번개탄 생산 금지가 1순위?



사회 일반

    [노컷체크]자살예방 대책…번개탄 생산 금지가 1순위?

    CBS 주말 뉴스쇼 모아모아 팩트체크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자살 예방을 위해 정부가 번개탄 제조를 금지한다' 이 말의 사실 여부를 따져보겠습니다.
     
    ◇조태임 > 자살 예방을 위해 번개탄을 금지한다. 좀 생뚱맞은 느낌도 있는데, 누가 이런 말을 했고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됐는지 짚어볼게요.
     
    ◆ 선정수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자살이 전 세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다고 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자살에 많이 사용되는 번개탄 생산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삶이 고통스럽고 민생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권력을 맡기고 세금을 내는데 국가 최고권력을 가진 정치집단이 하는 짓이라고는 국민의 처참한 삶을 가지고 농담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태임 >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높다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요. 이 자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번개탄 생산을 막는다고 한다면 좀 앞뒤가 바뀐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선정수 > 이재명 대표만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자살예방 대책에 대해 "죽지 못해 살게 하겠다는 자살 예방 대책 이게 최선입니까?"라며 비판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이르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신 대변인은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을 위한 첫번째 추진 과제로 번개탄 생산금지를 선정했다"고 주장합니다.
     
    ◇조태임 >이 대표나 신 대변인이 비판을 하는 걸 보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놨길래 이런 얘기가 나오나 싶은데요. 도대체 뭘 내놓은 겁니까?
     
    ◆ 선정수 > 보건복지부는 지난 13일 '5차 자살예방 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서 복지부는 계획 초안을 공개하고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 초안은 "추진배경 – 우리나라의 자살 특성 및 현황 – 그간의 정책추진 성과와 한계 – 정책방향 – 추진과제의 순서"로 구성됐습니다.

    추진과제의 첫 번째는 '1. 사회 자살 위험요인 감소'였고 이 세부과제의 첫 번째 항목은 '01.자살 위험요인 관리 강화' – '자살 위해수단 관리 강화' 입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번개탄'입니다.
     

    ◇조태임 >자살 위해 수단 관리 강화의 방안으로 번개탄이요?
     
    ◆ 선정수 > 복지부는 "자살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살위해물건(번개탄, 농약 등) 관리강화"를 제시합니다. 방법으로는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성형목탄)은 생산 금지하고, 인체 유해성 낮은 친환경 번개탄 대체제 개발∙보급 지속(산림청)"을 꼽습니다.
     
    ◇조태임 > 그럼 "보건복지부가 자살예방을 위한 첫번째 추진 과제로 번개탄 생산금지를 선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비록 초안이고 앞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본 계획이 발표되기는 하겠지만 정부가 공개한 자살예방 기본계획 초안의 첫 번째 추진 과제로 번개탄 생산 금지를 선정한 것은 맞습니다.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 공청회 발표자료(2022. 02.13)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캡처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 공청회 발표자료(2022. 02.13)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캡처
    ◇조태임 > 다음은 이재명 대표 주장을 살펴보죠. "자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자살에 많이 사용되는 번개탄 생산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 선정수 > 다양한 추진 과제 중에 하나로 포함됐다고 보는 게 사실과 가깝습니다. 실제로 복지부 초안을 살펴보면 사회 자살 위험요인 감소, 자살 고위험군 집중관리, 사후관리 강화, 대상자 맞춤형 자살예방, 효율적 자살예방 추진기반 강화 등이 추진과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처참한 삶을 가지고 농담하는 짓"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느낌입니다.
     
    ◇조태임 >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과 이재명 대표의 비판인데 각자 발언의 팩트 여부를 간단히 정리해보면요.
     
    ◆ 선정수 > 신지혜 대변인의 비판은 타당합니다. 사실 관계에 어긋나지 않고,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 첫번째가 번개탄 금지냐, 이게 최선이냐고 묻고 있는 겁니다.
     
    반면 이재명 대표의 비판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자살예방 대책이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는 것인데, 국민의 처참한 삶을 가지고 농담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보건복지부 초안에 제시된 여러가지 대책 중 하나인 자살위험요인 감소 차원에서 제기된 대책입니다.
     
    ◇조태임 > 그럼 기초 사실부터 짚고 넘어가보죠. 정부가 자살 예방을 위해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다는 말은 사실입니까?
     
    ◆ 선정수 > 보건복지부 초안을 그대로 읽어보겠습니다. 자살위해수단 관리 강화라는 항목인데요. 자살수단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살위해물건(번개탄, 농약 등) 관리 강화라고 해놓고요. 그 설명으로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성형목탄)은 생산을 금지하고, 인체 유해성 낮은 친환경 번개탄 대체재 개발·보급 지속(산림청)'이라고 적어놨습니다.
     

    ◇조태임 > 그렇다면 번개탄을 생산 금지하는 것은 맞는 것 아닙니까?
     
    ◆ 선정수 > 이게 애매하게 적어놔서 혼선을 빚은 건데요. 민영 뉴스통신사인 뉴시스는 21일 '자살 막자고 번개탄 생산 금지? … 복지부 대책에 여론 비판 확산'이라는 기사를 보도합니다. 공청회는 13일 열렸는데요, 이 뉴시스 보도 전까지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의 자살예방기본계획 초안 내용을 요약 보도하는 논조를 가져갔습니다. 그런데 뉴시스 보도 이후 이슈가 됐고요. 정치권에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정작 정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번개탄을 생산 금지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유해성 논란이 제기돼 왔던 산화형 착화제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이 산화형 착화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번개탄을 계속 생산할 수 있습니다.
     
    ◇조태임 > 번개탄에 산화형 착화제 사용 금지라고 표현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요.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한 게 산화형 착화제는 뭡니까?
     
    ◆ 선정수 > 번개탄 써보신 분들은 아실텐데요. 번개탄 표면에 하얀 물질이 발라져 있습니다. 여기에 불꽃을 가져다대면 화약 타들어가는 소리 비슷한 소리가 나면서 불이 붙습니다. 이게 질산바륨이라는 물질인데요. 바륨이 연소하면 호흡기, 피부, 안구 등에 자극을 일으킵니다. 번개탄 유해성 논란을 일으킨 주범이기도 한데요. 산림청은 진작부터 번개탄의 유해성을 줄이기 위해 이 산화바륨 함량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조태임 > 그런데 번개탄 생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요.
     
    ◆ 선정수 > 네 산림청이 이 산화바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한 게 2019년입니다. 그런데 제조업자들이 산화바륨을 사용하지 않으면 불이 빠른 시간 내에 붙지 않아 제품이 소비자에게 외면 당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올해 말까지로 대체재 개발 시한을 주고 산화바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예를 해줬습니다.
     
    ◇조태임 > 산화형 착화제가 사용된 번개탄 생산금지가 자살 예방과는 관련이 없다. 이런 이야기로군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번개탄으로 인한 사망은 일산화탄소 중독 때문이거든요. 질산바륨 함량과 일산화탄소 배출량과의 인과관계는 크지 않습니다. 인체 유해성이 낮은 친환경 번개탄을 개발한다고 해도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면 일산화탄소가 나오고요. 결국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거죠.
     
    ◇조태임 > 그런데 자살 수단 관리는 자살 예방의 중요한 정책 도구이지 않나요?
     
    ◆ 선정수 > 네 그것도 맞습니다. 2011년에 정부는 맹독성 농약인 그라목손의 생산을 금지했습니다. 이후 농약을 사용한 자살이 크게 줄어들었죠. 에전엔 지하철 선로에 뛰어드는 사망사고가 빈번했는데요.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이후로 굉장히 빈도가 줄어들었죠. 영국에서는 1960년대까지 석탄에서 추출한 석탄가스를 가정용으로 사용했는데요. 여기에 일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서 극단적 선택에 많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영국 정부는 이 석탄가스의 품질 개선에 착수해 일산화탄소 함량을 낮췄고 전반적인 자살 감소 효과를 이끌어 냈다고 합니다.
     
    ◇조태임 > 자살예방 기본 계획이 처음 나온 게 2004년인데요. 20년째 OECD 자살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말이죠. 이런 상황을 보면 자살 수단만 관리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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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정수 > '출산율 OECD 최저' 이슈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럴듯한 구체적 수치를 목표를 세우고 온갖 정책 수단을 제시합니다. 역대 정부가 해결을 공언하지만 최종 연도에 이르러 돌이켜보면 목표치는 아직도 먼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굉장히 살기 어려운 곳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출생과 자살 만연을 해결할 근본적인 해법은 우리 사회를 누구나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조태임 > 경제규모는 성장했다고 하고, 국민 소득 수준이 몇 만 불을 돌파했다고 하는데 자살률은 최고 수준, 출생률은 최저수준,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를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법은요?
     
    ◆ 선정수 > 그 해법을 알면 제가 대통령 출마하죠.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뜻을 모으고,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그런 지도자가 절실한 것 같습니다. 권력을 잡는 것을 추구하는 게 정치와 정당의 목표라고 하지만 권력을 잡은 다음에 나라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우리 유권자들이 이런 부분을 더 요구하고 관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태임 > '자살률과 출산율 OECD에서 가장 높다. 꼴찌다' 이 얘기 너무 오랫동안 들어왔는데 그만큼 바뀌지 않았다는 건, 지금 사회에 대해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할 때인 것 같아요. 근시안적인 대증적 요법이 아니라 근원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면 좋겠습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으로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방송 : CBS 라디오 <주말 뉴스쇼> FM 98.1 (07:00~08:55) ■ 진행 : 조태임 앵커 ■ 팟캐스트, 오디오클립으로 다시듣기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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