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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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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한판승부의 자랑 한판 클라스 오늘은 영화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지난 2017년 전주의 한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등학생이 저수지에 스스로 뛰어들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최근 개봉을 했죠. 주말 박스오피스 좌석 판매율 1위에도 오르면서 역주행 중이고 또 정치권도 관심이 굉장히 큽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국가인권위 등에서 단체관람도 했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꼭 봤으면 좋겠다, 보기를 간청한다라는 말까지 했던 화제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그 화제의 영화 <다음 소희>의 정주리 감독을 모셨습니다. 감독님 어서 오세요.
◆ 정주리> 안녕하세요.
◇ 박재홍> 진 작가님, 김 소장님.
◆ 김성회> 안녕하세요.
◆ 진중권> 안녕하세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영화를 보기를 간청한다고 하면 안 돼요. 대통령 절대 이 영화 보시면 안 된다고 하셔야지 그분이 보시지.
◇ 박재홍> 다른 전략을 썼어야 되는데. 절대 안 보면 좋겠다. 일단은 <다음 소희>. 저도 영화를 오늘 보고 굉장히 큰 감명을 받고 정말 잘 봤는데 감독님, 이 영화 어떻게 만들어야겠다. 이제 작품 선택의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 정주리> 처음에는 저희 제작사에서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먼저 제안을 해 주셨고요. 그게 2020년 말이었어요, 그 제안을 받은 게. 그리고 저는 당시에는 전혀 몰랐어요, 이런 게 진짜로 있었던 일이라는 걸.
◇ 박재홍> 이 사건이?
◆ 정주리> 그러면서 무슨 일인데 그러지 하고 찾아보기 시작을 했고.
◇ 박재홍> 기사 같은 것들.
◆ 정주리> 그랬더니 말씀하셨듯이 2017년 초에 전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그럼 그때 그럼 나는 뭐 하고 있었지 돌이켜봤더니 한창 대통령 탄핵 심판 와중이었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때는 저도 모든 관심이 거기에만 집중돼.
◇ 박재홍> 촛불집회 있었고.
◆ 정주리> 그런데 그거는 뭐라고 나랑 그렇게 가깝게 느껴서 내가 몇 날 며칠을 계속 그거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고등학생이 일을 하다가 죽은 이 사건은 나랑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이런 데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니까 제일 좀 이해가 안 갔던 게 왜 고등학생이 이런 데서 일을 하고 있지? 그리고 그 일 자체도 성인이 감당하기도 힘든 저런 일이었고 그런데 그렇다면 이거는 우리 교육 시스템 안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건데 이게 도대체 납득이 안 가는 거예요. 그러면서 이제 좀 더 얘기를 해 봐야겠다.
◆ 김성회> 취업고 학생들 같은 경우는 취업 실습이라고 해서 3학년 때 현장실습을 하는데 이 학생 같은 경우는 본인 전공 애견학과였죠. 그래서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고 가서 직접 맡은 업무는 LGU+에서 자기 더 이상 서비스를 쓰기 싫다, 끊으려고 전화한 사람을 끊지 말라고 해야 되는. 그러니까 이게 베테랑 상담사도 감당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일인 건데 누가 기분 좋아서 끊으려고 전화를 하겠어요. 그런 일들 맡겨놓고 건수를 체크하고 건수를 못 채우면 야근을 시키고. 이런 작업들이 고등학생들한테 벌어졌다는 게 사실 참 믿겨지지 않는 얘기죠.
◆ 정주리> 그렇습니다.
◇ 박재홍> 영화 제목이 또 굉장히 좋습니다. <다음 소희>. 어떤 의미로 감독님, <다음 소희>로 하신 걸까요?
◆ 정주리> 그래서 이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결심을 했는데 그게 이 사건 자체도 너무나 충격적이었지만 더 들여다보니까 이런 일이 이제 콜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이렇게 된 경우는 이 친구지만 현장실습을 하다가 그렇게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는 경우가 그전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그러니까 저는 이제 나중에 알았으니까요. 그 이후에도 있고 이것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그 인식이 되게 컸고요. 그래서 이 반복이 계속돼야 하는 것인지 이런 얘기를 해 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다음 소희>라는 제목으로 지었습니다.
◆ 진중권> 영화 만들면서 보통은 그렇지 않습니까?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딱 주면서 이거 어때, 감독한테 이거 만들어봐 이러잖아요. 그런데 이거는 그냥 사건만 딱 던져주고 실제로 가서 본인이 직접 다 하신 거지 않습니까? 그 과정 속에서 많이 접하셨을 텐데 목격하셨을 것 같아요. 이러저러한 실태들. 그중에 일부는 영화에 반영됐을 수 있을 것 같고. 어땠습니까? 조사를 해 보시니까?
◆ 정주리> 그런데 많은 분들이 제가 진짜로 그렇게 취재를 다니고 심지어 콜센터에 가보고. 상담을 해 보고 짐작들을 해 보시는데요. 사실은 이미 취재를 하신 결과물들이 너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이제 더 제가 돌이켜보게 된 게 그 당시에도 저는 전혀 몰랐다고 하지만 어렴풋이 그런 기억이 나기도 해요. 그리고 국회에서 이렇게 이것 때문에 뭘 했다더라 하는 것도 이미 그때부터 꾸준히 취재해 오신 그런 기자 분들의 기사들이나 르포집이나 이런 것도 충분했고요. 또 노동계에서 계속해서 이 문제로 고민하셨던 것을 토대로 토론회 하셨던 그런 자료들이나 이런 것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이제 저는 그런 사실들을 토대로 가상의 인물과 그다음에 허구의 이야기를 만든 셈이죠.
◆ 김성회> 이 뒤에 2019년에 제주도의 생수업체에서 이민호 군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저희도 한번 모셔서 인터뷰했던 은유 작가가 살아남은 분들에게 인터뷰를 했던 책 그런 내용들이 사실 이제 없는 것은 아닌데 참 그런 일들이 또 계속 반복된다는 게 참.
◇ 박재홍> 그리고 이제 노동 청년들의 현실을 얘기를 할 때 사실은 보면 서울, 경기 대졸자 청년들의 삶을 위주로 담론이 많이 형성되는데 저는 이번 영화가 좋았던 건 지역 그리고 지역 청년들의 어떤 비정규직. 더 시각이 낮아져서 표현됐던 부분. 그 관점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작품하시면서 어떻게 보셨어요?
◆ 정주리> 어쩌면 제 자신도 좀 부끄럽지만 그래서 그렇게 모르고 여태까지 지내왔던 것 같기도 해요. 저도 그런 어떤 청년들의 노동 현실이나 그런 취업, 우리 흔히 뉴스에서 접하는 취업이 안 되거나 아니면 좋은 일자리가 없거나 하는 것들은 늘 접하지만 말씀하셨듯이 대개가 대졸자나 이런 위주잖아요. 그리고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이런 논의들이 많았었고.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취업을 위해서 공부를 하고 그 이후에 그 친구들이 어떻게 일자리를 찾아가고 하는 건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저도. 어쩌면 관심 밖의 일이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면서 이제 이 사건을 접하니까 더 기가 막혔던 것도 그런 무지에서 온 게 컸던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 박재홍> 그래서 영화 보면 한 학생의 대사에 이런 게 있어요. 현장실습 도중에 일을 그만두면 빨간 명찰을 달거나 주황 조끼를 입혀서 학교 취업률을 떨어뜨린 학생으로 낙인시킨다 하면서 영화에도 보면 교육청 안에서도 지역별로 경쟁하는 구도도 보여지고 하는데 실제로도 영화를 만드시면서 취재하면서 그런 부분 많이 느끼셨나 봅니다.
◆ 정주리> 그런 사례들을 취재된 사례들을 봤고요. 그리고 아주 만연해 있던데요, 그런 것들이.
◇ 박재홍> 요즘에도?
◆ 정주리> 네.
◇ 박재홍> 지역별로 그래프를 그려서 경쟁하듯이 하는 여전히 그렇게 하나 봅니다. 그러니까 진학률, 취업률.
◆ 정주리> 여전이라기보다 늘 그랬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그렇군요. 여전히. 그래서 영화를 보신 학생들도 있고 부모님도 있을 텐데 어떤 피드백을 많이 주시나요?
◆ 정주리> 한 가지 영화를 만들고 관객 분들을 만나고 한 가지 좀 안타깝다고 할까요, 착잡하다고 할까요 그랬던 게 이런 영화가 아니어도 사실은 늘 관심이 있고 이런 문제에 고민을 하시고 하셨던 말하자면 착한 어른들이 영화를 보시고 더 마음 아파하시고 더 죄책감을 가지시고 내가 더 돌아봤어야 되는데 하고 후회하시고 그런 모습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그러니까 마치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 느꼈던 그런 미안함이나 그런 것들을 많은 지금의 관객 분들이 같이 느끼고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 박재홍> 그렇군요. 저는 영화에서 줬던 가장 큰 메시지 중 하나는, 저 개인적으로는. 이제 상대가 아프다 혹은 힘들다, 어렵다라고 얘기했을 경우에 그걸 있는 그대로 정말 아프구나, 정말 힘들구나 있는 그대로 공감해 주는 게 정말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극중에서 소희가 너무 너무 힘들어서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제 이게 힘이다 하면서 막 떠미시는 그런 느낌이 있는데 저는 그래서 어른의 역할. 아까 착한 어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른들의 역할이란 무엇인가 혹은 그 아픔에 대한 공감에 대한 부분도 저는 굉장히 많이 와닿았습니다. 감독님도 실제로 디렉팅 하시면서 그런 부분을 강조하셨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정주리> 저는 이제 시작 자체를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걸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 이해를 해 보고 싶어서 이것들을 좀 파고든 것도 있고 그리고 납득이 안 가는 것들을 납득해 보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이제 이해가 먼저였던 것 같아요. 이게 왜 이렇게 되어 있는지를 파악을 하니까 그러면 이 속에서 사실은 제가 결론적으로 느꼈던 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의 현장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아이들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거든요. 그런 아이들이 너무나 많고 지금 현재에도. 그리고 났더니 이제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들일까 하는 게 좀 그제서야 공감이 된달까요. 그전에는 머리로 이해하고 했던 차원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면서는 너무나 힘들겠다. 그리고 저는 또 한편으로는 영화에서 어떻게 사람이 혼자 그렇게 점차 고립이 되어가다가 죽을 수밖에 없는지에 관해서도 이제 다루고 있는 셈인데 흔히들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들을 하실 수 있는데 사실상 그건 다른 선택지가 없이 그렇게 점차 고립 되어가면 죽을 수밖에 없다 이런 데까지 생각이 미쳤으니까요.
◇ 박재홍> 이제 감독님의 전작은 <도희야>,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거든요. 주제라기는 약간 어폐가 있습니다마는 그리고 <다음 소희> 역시 현장실습생이 겪는 부당한 대우라는 주제를 다루셨는데 어떠한 감독님만의 영화 선택 및 연출에 대한 선택기준이 있으셨던 겁니까?
◆ 정주리> <도희야> 너무 오래전에 만든 영화인데요. 물론 이제 주인공 도희라는 소녀가 그런 가정폭력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 그 소녀를 만나게 되는 또 다른 주인공인 영남이라는 주인공이 있는데, 경찰로 나오는. 그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로서 또 소외되어 있고 또 억압받고 있는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외로운 처지에 놓여 있는 두 사람이 만나는 이야기를 했던 거고요. 그때도 사실은 다른 어떤 제가 어떤 사회적인 메시지를 이렇게 담아야겠다라기 보다는 그런 조건이라면 사람이 얼마나 외로워질까 하는 게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 박재홍> 보여주기, 드러내기 이러한 부분에 포인트가 있으셨던 거군요.
◆ 정주리> 그걸 좀 파고들었던 것 같고요, 그 감정에 대해서. 이번 영화에서도 물론 훨씬 더 현실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하니까 당연히 사회적인 것들을 담을 수밖에 없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그 속에서 이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마음이 어떤 변화들을 겪었을지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또 저는 할 수 있는 게 영화를 만드는 거니까 영화로 꼭 좀 표현해 보고 싶다는 그게 가장 큰 동기였던 것 같습니다.
◇ 박재홍> 갈수록 저희는 영화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 진중권> 스포일러로 가면 안 되고.
◇ 박재홍> 스포일러로 가면 안 되고.
◆ 진중권> 그런데 두 영화 모두에 배두나 배우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함께 작업을 하시게 됐는지. 또 그 과정 속에서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 김성회> 천박한 질문이지만 몸값이 굉장히 비싼 배우 아닙니까?
◆ 진중권> 천박하네요, 진짜.
◆ 정주리> 너무 비싼 배우죠.
◇ 박재홍> 세계적인 배우이기도 하고. 깜짝 놀랐어요, 사실은.
◆ 정주리> 배두나 배우와의 작업을 말씀드리려면 첫 영화부터 말씀을 드려야 되는데.
◇ 박재홍> 말씀 주세요.
◆ 정주리> 저는 이제 8년 전에 영화 처음 만들 때는 전혀 모르는 신인 감독 그리고 전에 영화 현장에서 제가 일을 해 본 경험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런 신인 이었는데 그저 시나리오 한 편만 보고 하겠다고 결심을 해 줬어요. 그때도 외국에서 할리우드 영화 찍고 있었던 상태였거든요.
◇ 박재홍> 배두나 씨가.
◆ 정주리> 이메일로 시나리오가 건네졌고 정말로 3시간 만에 바로 답장을 했어요.
◇ 박재홍> 다 읽어보시고, 3시간 동안 읽어보고 답장을 주신 거네.
◆ 정주리> 바로. 그리고 나서 지금은 본인이 촬영을 하고 있으니까 당장에 들어올 수 없으니까 몇 달 후에 들어가면 더 많은 얘기 나누자 한 게 그 첫 번째 시작이에요. 그리고 나서 만나서 이제 도대체 어떻게 나를 뭐를 믿고 이런 엄청난 선택을 했냐 그랬더니 이 영화는 반드시 극장에 걸려야 된다 그러는 거예요. 그러면서 워낙 저예산 영화로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예산이나 뭐나 없었으니까요. 그런 상태에서 본인이 만약에 본인이 원래의 그 개런티를 받으면 제작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 박재홍> 그러겠죠.
◆ 정주리> 그래서 오히려 그런 것을 제작비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그런 선택을 해 준 멋진 배우입니다.
◆ 진중권> 천박한 질문이 정말 멋진 대답을 이끌어냈습니다.
◆ 김성회> 그렇게 하려고 한 거예요.
◇ 박재홍> 배두나 씨를 드러내기 위한 질문이었다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정주리> 정확합니다.
◆ 김성회> 그렇게 해서 또 한 편을 더 찍겠다고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같은 과정을 거쳐서 또 그러면 이번에도 같은 결심을 해 주셨던 건가요?
◆ 정주리> 그러니까요. 그러고 나서는 이제 사실은 저는 사교적이거나 사회성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사실은 거의 5~6년을 거의 이렇게 흔한 말로 잠수 탔다 그러죠.
◇ 박재홍> 밖을 안 나가셨구나.
◆ 정주리> 네, 거의 전혀 사회생활을 안 하고요.
◇ 박재홍> 그러셨어요?
◆ 정주리> 전혀 저한테 연락이 안 되는 상태로 그런 오랜 시간을. 물론 이제 저 나름대로는 시나리오도 쓰고 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그렇게 지냈어요. 그러니까 배두나 배우는 이제 그렇게 생각을 했대요. 이민 갔나 보다고 생각을 했대요.
◇ 박재홍> 감독님이 안 계셔서.
◆ 정주리> 연락 안 닿으니까.
◇ 박재홍> 연락이 안 닿으니까?
◆ 정주리> 그러고 지내다가 갑자기 또 시나리오가 한 편 이메일로 이제 또 오고.
◇ 박재홍> 또 오니까 이번에는 몇 시간 만에 연락이 왔습니까?
◆ 정주리> 그리고 밤에 시나리오 갔는데 그다음 날 아침에.
◇ 박재홍> 아침에. 옛날보다 느려지셨네요.
◆ 진중권> 술 먹고 계시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 박재홍> 요즘에는 시나리오 더 많이 올 테니까, 과거에 비해 더 많이 올 테니까. 마치 송강호 씨와 봉준호 감독처럼 우리 감독님과 배두나 씨의 관계도 약간 그렇게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입니다.
◆ 정주리> 그러면 너무 좋죠.
◇ 박재홍> 청취자 중에 이제 영화 내용은 다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왜 소희는 안타까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어떤 지점들이 있었다고 보시면서 어떤 연출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 정주리> 그러니까요.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그렇게 점차 그렇게 고립되어 가서 결국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게 이제 그러면 많은 분들이 그게 그렇게 힘들었으면 일단은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않았을까 하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이제 그렇게들 생각하실 수 있는데 영화를 보시면서 왜 그만둘 수도 없는지. 그 부분도 좀 고심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한번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박재홍> 왜 그만둘 수 없는지. 영화를 보시라는 말씀입니다. 또 배두나 씨 대사 중에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누구 하나 내 탓이라 말하는 사람이 없다라는 그 대사. 그 부분을 또 굉장히 많은 분들이 공감을 했다는 말씀을 많이 주셨는데 이제 사건을 추적을 하면서 여러 장면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 부분에서 배두나 씨가 이런 표현을 하게 된 건데 사실 영화의 메시지가 저는 어떻게 듣다 보니까 약간 시사 프로그램 같은 느낌이 사실 들고 어떤 대사 자체가 메시지다. 되게 직접적으로 다가왔었어요. 감독님이 실제 의도하셨던 것인지.
◆ 정주리> 사실 저는 그렇게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대사로 드러내는 건 사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굉장히 끝까지 좀 피하고 싶은 그런 거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끝까지 조심은 한다고 했습니다마는 그래도 꼭 드려야 될 말들이 있었고.
◇ 박재홍> 그걸 제대로 알려줘야겠다.
◆ 정주리> 그 말에는 그분들도 포함이 돼요. 그 선생님의 말씀도 포함이 되고 그 콜센터의 직원들의 말도 포함이 되고 또 교감선생님, 장학사의 말도 다 포함이 돼요. 그 말도 들을 필요가 있었어요. 그렇게밖에 그 처지에서 말할 수밖에 없는 그분들의 상황도 있으니까요. 그와 동시에 그래도 뭔가 이 책임을 늘 회피하려고만 하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 그러려고 하고 쉽게 그걸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좀 만연한 그런 게 있으니까 거기에 누군가는 너무 당연한 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이제 형사 유진의 입을 통해서 전달된 말이기는 합니다.
◆ 김성회> 당시 2017년 3월에 벌어졌던 일이었고 그 당시에 야당이던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가 이 사건에 개입을 해서 교섭을 시작을 하는데 어쨌든 정권이 바뀌는 국면이었잖아요. 바뀌는 국면이었는데 을지로위원회에 가서 큰 정당에 가서 붙어서 싸웠는데도 제 기억에 한 3달 정도가 걸려서 공론화가 됐고 거의 6달 지나서야 LGU+에서 자기들이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런데 이게 어쨌거나 그 당시에 이렇게 해서 정당이 이슈를 만들어서 붙어서 그랬던 건데 이런 규모가 아니라 이런 학생들이 정말 이런 일을 당했을 때 그 부모의 입장에서는 뭘 사실 뭐만 하면 자식을 앞세워서 이런 얘기들을 하는 상황이라서 실제로 이렇게 해결되는 건은 정말 오히려 거꾸로 예외적이고 다른 건들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진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 진중권> 상대가 누군지도 불분명하잖아요. 누구랑 싸워야 되는가. 학교랑 싸워야 돼, 교육청이야 아니면 업체야. 그렇죠?
◆ 정주리> 그 당시에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었던 건데 영화 속에서는 이제 형사가 나타나서 이런 일들을 이렇게 따져 묻고 하는 것처럼 이제 됐습니다마는 실제 현실에서는 이런 아까 말씀드렸던 아버지께서 경찰서도 찾아가시고 학교도 찾아가시고 교육청에도 찾아가시고 그랬었던 거예요. 그리고 또 취재하신 분들도 마찬가지고 또 노동계에서 그 당시에 이 사건 계속해서 쫓아가셨던 분들도 그분들이 하신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그 업체는 하청업체라고 하면서 그렇잖아요. LGU+에 전화를 걸었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자기들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했다더라고요.
◆ 진중권> 현실에는 형사도 없잖아요. 왜냐하면 형사들은 딱 와서 그들도 나름의 무책임이거든요. 이거는 자살이냐, 타살이냐 이게 중요한 거지.
◆ 정주리> 맞습니다.
◆ 진중권> 어떤 동기가 뭐고 그건 그들의 관심사가 아닐 테고.
◇ 박재홍> 아까 초반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보기를 간청한다 이런 메시지 저희가 소개해 드렸는데 정의당에서는 어제 단체 상영도 했고 국가인권위도 관심 있는 상황인데 이런 정치권, 정부의 반응들 보시면 어떠신가요? 고맙지만은 않으십니까?
◆ 정주리> 이제 저는 영화감독이니까 이 얘기 물론 힘들고 어려운 얘기지만 영화로 꼭 만들고 싶었어요. 그 이유는 저는 그래도 영화의 힘을 믿거든요. 비록 이제 영화가 되면 이 일은 실제 사건이 아니라 허구의 이야기가 되고 허구의 인물들을 담은 그냥 영화가 되는 거죠. 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되면 관객 분들 마음속에는 이 소희라는 아이로 이미 지금 현실에서는 죽고 없지만 또 그 죽고 없는 아이들이 소희라는 아이로 살아남아서 좀 관객 분들 마음속에 살아갔으면 좋겠다 하는 그 마음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봐주실 거라고 믿었고, 영화 자체로는. 그런데 이제 당연히 한편으로는 뒤늦게 안 한 사람으로서, 한 어른으로서 이게 영화를 벗어나서 좀 더 많은 얘기들이 오고가고 뭔가 변화가 생기고 하면 좋겠다고 당연히 저도 바람을 갖고 있었고요. 그제인가요. 그 법안이 그래도 국회 소위에서.
◇ 박재홍> 22일 현장실습생보호법.
◆ 정주리> 그 소식을 들었어요. 그 부분도 물론 전적으로 이 영화 때문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힘이 됐다면 그것부터 너무나 고마운 일이고 앞으로 더 가야 될 길이 많겠죠. 이제 그 일은 당연히 이제 그 일을 전문적으로 해 주시는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힘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잖아요.
◇ 박재홍> 내년에 총선 나가실 분들.
◆ 김성회> 이것도 사실 여수에서 산재로 사망한 홍정운 사건 때 법안들 잔뜩 발의해 놓고 1년 동안 묵혔다가 이제 와서 이러고 있는 거예요, 사실은.
◆ 진중권> <다음 소희>가 한국 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폐막작에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갔다 오셨죠? 반응 어땠습니까?
◆ 정주리> 그 당시에는 진짜 정신이 제가 하나도 없었던 게 촬영을 2월 28일에 마쳤는데 그 영화제가 5월 중순에 열리거든요. 그러니까 급하게 가편집을 막 해서 프리뷰 테이프라고 하죠. 이걸 일단 보내고 그리고 나서 이제 선정이 됐으니까 영화를 진짜로 완성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다 완성도 못된 채로 일단은 상영을 했고.
◇ 박재홍> 마무리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정주리> 그런데 일단은 외국의 관객 분들이 너무나 잘 공감을 해 주셨어요. 너무 신기했습니다.
◇ 박재홍> 보편적인 정서로 공감을 해 주셨다.
◆ 정주리> 그런가 봅니다.
◇ 박재홍> 영화 <다음 소희>의 우리 정주리 감독님 만나봤는데요. 더 많은 감동과 메시지가 우리 한국 사회에 전달이 돼서 또 변화의 큰 길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정주리> 감사합니다.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