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신인 세터 이현승. 한국배구연맹데뷔 첫 시즌부터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의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부담감이 클 법하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돌풍의 주역으로 거듭났다.
현대캐피탈의 신인 세터 이현승(22·190cm)의 이야기다. 한양대 출신의 이현승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의 지명을 받았다. 2라운드부터 점차 출전 기회를 잡은 그는 어느덧 주전 세터로 자리매김했고,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팀의 돌풍을 이끌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우리카드와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 대 0(25-23, 25-21, 25-18) 완승을 거뒀다.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현승은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해 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허수봉(17점), 전광인(11점), 오레올(10점)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이끌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우리카드전 승리 이후 올 시즌 처음으로 정규 리그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날(22일)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을 꺾는 바람에 2위로 내려갔다.
이날 승리를 통해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승점 3을 수확하며 21승 10패 승점 64를 기록, 대한항공(승점 62)를 2위로 내려앉히고 다시 1위로 올라섰다.
이현승은 경기 후 1위를 탈환한 소감에 대해 "한 경기라도 지면 1위를 빼앗기고, 이기면 올라가는 상황"이라며 "다시 2위로 내려갈 수 있지만, 일단 1위가 돼서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부담보단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팀의 막내지만 코트에서는 형들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다. 데뷔 첫 시즌부터 막중한 임무를 맡아 부담이 클 법하다. 하지만 이현승은 "초반에는 부담이 컸지만, 운동할 때 형들이 친구처럼 장난을 쳐줘서 편하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이어 "형들 모두 실력이 출중한데 내가 못 살려주는 거 같을 때가 많다. 그래서 형들에게 먼저 가서 많이 물어보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웅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현승(사진 오른쪽). 한국배구연맹이현승은 지난해 11월 27일 OK금융그룹과 2라운드 맞대결을 통해 V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12월 14일 3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서 선발 출전한 뒤 주전 자리를 꿰찼다. 정규 리그 5회, 챔피언 결정전 4회, 통합 우승 1회에 빛나는 '배구 명가' 현대캐피탈의 야전 사령관이 된 것.
처음으로 선발 출전했던 날을 떠올린 이현승은 "드래프트 때보다 더 떨렸던 것 같다. 더 긴장이 됐다"면서 "기분은 좋았지만 부담도 컸다. 초반엔 위축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느새 프로 무대에 적응을 마친 그는 고교 시절보다 많은 경기 수를 소화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젊어서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역 시절 명세터로 이름을 날린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의 지도 아래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이현승은 "감독님께서 중요할 때마다 지시를 해주신다. 센스는 충분하다고 말씀하셨다"면서 "평소 컨트롤과 정교함에 대해 강조하신다. 최근에는 힘을 더 길러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데뷔 첫 시즌부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현승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칭찬한 뒤 "경험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올 시즌 김준우(삼성화재)와의 신인왕 경쟁 구도에 대해 "내가 알기로는 상위팀 선수가 (신인왕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면서 이현승의 손을 들어줬다. 이현승에게도 신인왕 수상에 욕심이 있냐는 질문을 하자 "형들도 내게 몰아주고 있는 것 같다. 받고 싶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대한항공과 벌이고 있는 치열한 우승 경쟁에 대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현승은 "대한항공이 어떤 팀에 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6라운드를 모두 이겨야 한다"면서 "다른 경기도 중요하지만, 대한항공과 맞대결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나 하나 때문에 팀이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