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한국배구연맹새 사령탑이 나이를 듣고 놀랄 정도였다.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39·168cm)은 한국 나이로 불혹이지만 여전히 코트 곳곳을 누비며 팀의 수비 라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김해란은 V리그를 대표하는 리베로다. 2002년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그는 실업 리그를 보낸 뒤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KGC인삼공사를 거쳐 2017-2018시즌부터 흥국생명의 수비진을 맡고 있다.
흥국생명은 2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 홈 경기에 세트 스코어 3 대 0(25-19, 25-17, 28-26) 완승을 거뒀다. 김해란은 이날 리시브 6차례를 모두 완벽하게 해냈고, 디그는 27개 중 25개를 성공시키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승점 3을 수확한 흥국생명은 23승 7패 승점 69를 기록, 1위를 공고히 했다. 2위 현대건설(승점 62)과 격차를 7로 벌리며 선두 경쟁에서 앞서갔다.
이날 경기는 새롭게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은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의 V리그 데뷔전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 18일 입국해 흥국생명과 계약을 체결한 뒤 22일 비자 발급 및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날부터 경기를 지휘하게 됐다.
아본단자 감독은 과거 튀르키예 리그에서 한솥밥을 먹은 '배구 여제' 김연경(35)과 흥국생명에서 재회했다. 두 사람은 2013-2014시즌부터 4시즌 동안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두 차례 우승과 준우승, 유럽배구연맹(CEV)컵 우승 등을 함께 일궜다.
리시브를 하는 김해란. 한국배구연맹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에게 V리그에서 다시 만난 김연경의 활약에 대해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는 김연경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지만 또 다른 수훈 선수를 꼽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이날 김해란의 활약을 인상깊게 봤다.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이지만 배구는 팀 경기다. 혼자서 경기를 이끌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연경이 오늘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리베로 김해란도 정말 훌륭했다. 이게 흥국생명의 조화이자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
김연경 역시 "오늘도 (김)해란 언니가 중요한 순간에 어려운 디그를 해냈다"면서 "해란 언니가 평소 어렸을 때는 더 날아다녔다고 하는데, 지금도 충분히 날아다니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감독님도 해란 언니한테 30살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해란은 올 시즌 디그 3위(세트당 5.491개), 리시브 9위(46.14%), 수비 종합 3위(세트당 7.693개) 등으로 건재를 입증하고 있다. 아본단자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그가 남은 시즌 흥국생명의 우승을 위해 꾸준한 활약을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