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성공일(30)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대한 기자"정의롭고 솔직했던 내 아들 공일이. 불 냄새를 풍기며 퇴근하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하겠어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공일이가 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꼭 알고 싶어요."
갇혀 있던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뛰어든 故 성공일(30) 씨의 아버지는 7일 오전 전북 전주시의 한 장례식장에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8시 30분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임용 1년 차 새내기 소방관 故 성공일 씨.
이미 새빨간 화염에 뒤덮여 있었던 그 현장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은 그는 그 한마디에 온몸을 내던졌고 결국 새카만 연기 속에 갇혀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아버지 성용묵(53) 씨는 "'아빠 내 생일 16일인 거 알지. 같이 맛난 거 먹게 알아서 예약 좀 해줘요'가 아들의 출근길 마지막 말이었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어머니는 상복도 갈아입지 못한 채 조문객들을 끌어안고 오열했다.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허둥대는 애가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라는 말을 쉰 목소리로 연거푸 내뱉었다.
아버지는 '정의롭고 솔직했던 아들'로 성 씨를 기억하고 있다. 성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에 입학했다. 졸업하고도 3연속 낙방하는 슬픈 일도 있었지만, 끝없는 도전으로 4수 만에 그토록 원하던 소방관의 꿈을 이뤄냈다.
아버지는 아들이 "수차례 낙방에도 그토록 원하던 꿈을 이뤄낸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소방관이 된 후에도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하고 또 재밌어했다"고 기억했다.
장례식장 도착한 근조 화한. 김대한 기자성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았다. 안타까운 사고 전날에도 아버지에게 '자신의 생일을 잊지 말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했던 아들이다.
아버지는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만 잘못을 지적하면 '아빠 그건 아닌데'라고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했던 아들이다"며 "나와는 달리 항상 솔직했고 정의로웠다 특히 여동생과 단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성 씨는 일주일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성 씨는 퇴근 후 아버지에게 '고립이 됐었지만, 잘 구하고 왔다'는 짤막한 말만 남겼다. 아버지는 아들에게서 나던 진한 불 냄새를 회상하며 또다시 울먹였다.
해당 주택에는 70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먼저 집 밖으로 대피한 할머니는 소방대원들에게 "할아버지가 아직 집 안에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화재 진압 대원인 성 씨는 곧바로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그 발걸음은 그의 마지막 뒷모습이 됐다.
아버지는 "소방대원이 구하러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30분 동안 그 현장에 갇혀 있었던 우리 아들을 왜 아무도 구하지 않았는지, 왜 누구도 설명하지 않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얼굴을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타버렸다"며 "'어쩔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 외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 정말 꼭 좀 알고 싶다"며 비통해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통령실 서면 브리핑을 통해 "마음이 안타깝고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며 "고인이 가시는 길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이 예우를 다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