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故 이도현 군이 살았던 집에 사고 원인 규명과 당시 운전을 했던 할머니의 무죄 등을 호소하는 탄원서가 1만 장 가까이 도착했다. 유족 제공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살 아동이 숨진 가운데 당시 운전을 했던 할머니의 처벌보다는 급발진부터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탄원서가 전국 각지에서 1만 장 가까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故 이도현 군의 유족 측에 따르면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원인 규명과 관련법 개정 촉구, 할머니의 무죄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전국 각지에서 1만 장 가까이 도착했다. 도현이 또래부터,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 등 뉴스를 접하고 난 후 안타까움에 조금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을 탄원서에 담았다.
아버지 이상훈씨는 "사고와 관련된 뉴스나 영상 등을 보시고 정말 많은 분들이 탄원서를 보내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며 "도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저의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보내 주신 것 같다"고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故 이도현 군의 앞으로 온 탄원서. 유족 제공이런 가운데 경찰도 사고 원인 등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식 결과를 확보했으며 다음 주 초에 할머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급발진과 관련해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유족 측은 감식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씨는 "감식 결과가 속도, 영상, 음향 감정 등 저희가 요구한 감정들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수긍하겠지만, 이런 부분들을 포함한 감정이 아니라 단순히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 결과로 분석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고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수사기관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어머니가 무죄라는 것을 끝까지 밝혀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할머니 조사가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차량 결함에 대한 부분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할머니의 형사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과는 별도로 국토교통부 등에서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추후 사고 원인 분석에 대한 결과에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이씨는 "국토부 조사가 기존의 관례적인 조사에서 벗어나 저희가 요구하고 있는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민간합동조사가 이뤄진다고 한다면 어떤 자문단이나 전문가 집단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결과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가족 입장을 고려해서 민간합동조사단을 꾸려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강릉소방서 제공앞서 이상훈씨는 지난 달 23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시 결함 원인 입증책임 전환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게시했다. 해당 청원은 국민들의 공감을 사면서 6일 만에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 회부에 필요한 5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이씨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적용되며 전동화되는 자동차에서 끊임없이 발생되는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은 발생한 후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그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차량의 결함이 있음을 비전문가인 운전자나 유가족이 입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법 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4시쯤 강릉시 홍제동의 한 도로에서 도현 군의 할머니가 몰던 SUV 승용차가 도로 옆 지하통로에 빠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도현 군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할머니도 큰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할머니를 교통사고특례법에 따라 형사입건 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할머니에게 죄가 없음 호소하며 탄원서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라며 지난 1월 제조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