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을 배경으로 2023 제주들불축제의 프로그램인 달집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제주시 제공들불없는 행사로 치러진 제주들불축제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농경시대 목축문화를 테마로 한 축제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동안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2023 제주들불축제를 개최했다.
마지막날인 12일에는 제주도민 노래자랑과 새희망 묘목 나눠주기 행사가 열렸다.
올해 들불축제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4년만에 치러졌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지난 10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앞에서 2023 제주들불축제 개막행사가 열렸다. 제주시 제공그러나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오름 불놓기가 취소됐다.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오름 불놓기는 거대한 새별오름의 한 면을 통째로 태우는 행사로 관람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오름 불놓기와 더불어 달집태우기, 횃불 대행진, 불꽃놀이 등 불을 소재로 한 6개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다.
최근 건조한 날씨로 산불경보가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된데다 경남 하동군 등 다른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실제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대에서 2023 제주들불축제의 프로그램인 듬돌들기 경연이 펼쳐지고 있다. 제주시 제공듬돌들기, 대형새총쏘기, 연날리기 등 제주전통문화를 재현한 70여 개 프로그램 이 운영됐지만 오름 불놓기가 취소되면서 나열식 체험부스와 먹거리 행사에 불과해 다른 축제와의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다.
제주들불축제는 목축업을 생업으로 했던 중산간 마을에서 해묵은 풀과 해충을 없애기 위해 목장이나 들판에 불을 놓았던 풍습에서 유래한 축제다.
1997년 시작돼 정월대보름을 전후로 열렸지만 추위와 비바람 등 날씨로 인한 파행 운영이 많아지자 2013년부터 경칩이 속한 주말로 변경했다.
축제시기가 뒤로 미뤄지면서 추위와 비바람은 사라졌지만 건조한 봄에 불올 놓는다는 점에서 들불 위험성이 높아졌다.
오름 불놓기를 위한 불씨가 채화돼 지난 9일 제주시 일대에서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제주시 제공급기야 올해는 들불없는 들불축제로 치러진데다 이미 불씨가 채화된 뒤인 지난 9일에서야 오름 불놓기 등이 취소되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은 컸다.
실제 제주시청 홈페이지에는 제주들불축제를 보기 위해 휴가를 내고 날짜를 맞췄는데 행사기간에 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너무 황당하다는 항의성 글이 이어졌다.
여기에 들불축제가 기후위기 시대에 맞지 않는 만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주 녹색당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석유를 뿌려 오름 전체를 태우는 들불축제가 지역의 대표축제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틀렸다며 기후재난의 현실 속 세계 곳곳이 불타는 마당에 불구경을 하려고 불을 놓는 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후재난 앞에 탄소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돼야 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