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전 7대3 승리한 이강철호. 연합뉴스아시아 최강을 다투던 한국 야구가 어느새 경우의 수에 기대야 하는 신세가 됐다. 굴욕적이지만 현재로선 실낱 희망을 품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최종전 중국과 경기를 치른다. 전날 체코를 꺾고 대회 첫 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1승 2패로 1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여 있다.
이날 승리를 거두면 2승 2패가 되지만 그전에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될 수도 있다. 앞서 낮 12시에 열리는 호주-체코전에서 대표팀이 바라는 시나리오가 나와야 한다.
2라운드 진출권은 조 1위와 2위에 주어진다. 일본은 4전 전승으로 2라운드 진출을 조기에 확정했고, 남은 자리는 하나뿐이다. 중국은 3패로 이미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체코의 손에 대표팀의 운명이 달려 있다. 호주가 승리를 거두면 3승 1패로 조 2위가 되고, 한국은 1라운드에서 탈락하게 된다. 일단 체코가 호주를 이겨야 하는데 여기에도 꽤나 복잡한 경우의 수가 적용된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전 승리가 필수다. 한국과 체코, 호주가 모두 2승 2패가 돼야 조건이 성립된다. 현재 호주가 2승 1패로 가장 유리한 입장이고, 한국과 체코는 나란히 1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세 팀의 승패가 같을 경우 팀간 실점률을 계산해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호주에 8점, 체코에 3점을 내줘 세 팀간 실점이 11점이다. 호주와 체코는 한국에 나란히 7실점을 한 상태다.
체코가 호주를 꺾되 최소 4실점을 해야 한다. 그래야 호주의 세 팀간 실점이 12점 이상이 되면서 한국이 조 2위로 올라서게 된다. 여기서 체코는 한국과 11실점으로 같아도 실점률에서 한국에 뒤진다.
대표팀에 기적 같은 행운이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체코전서 기록한 3실점이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체코를 상대로 6회까지 6 대 0으로 크게 앞서갔지만 7회 2점, 8회 1점을 내주고 말았다. 여기서 실점 없이 막았더라면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었을 터였다. 7회말 터진 김하성(샌디에이고)의 1점 홈런은 무용지물이었다.
이강철 감독이 체코전 승리 후에도 웃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는 경기 후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놨다"면서도 "마지막 3실점이 아쉽다. 일단 경기는 이겼으니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멀티 홈런을 터뜨린 김하성 역시 "최선을 다했다.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결승타를 기록한 이정후(키움)은 2라운드 진출 여부를 떠나 중국전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호주 경기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으면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