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마지막 경기는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한국 야구 대표팀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여기서 끝이다.
대표팀은 13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1라운드 B조 최종전 중국과 경기에서 22 대 2으로 이겼다. 무려 20점 차 대승을 거두며 5회 종료 전 점수 차가 15점 이상일 경우 선언되는 통쾌한 콜드 게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2승 2패를 기록, 조 3위에 머물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앞서 열린 호주-체코전 결과에 따라 이미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다. 체코가 이겨야 2라운드 진출을 위한 경우의 수를 만들 수 있었지만, 호주가 승리를 거두며 3승 1패로 조 2위를 차지한 것. 2라운드 진출권은 조 1위와 2위에 주어진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 1라운드 탈락에 대해 "지금은 마음이 좋진 않지만 일단 경기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경기지만 최선을 다해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마지막 경기인 만큼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이 경기마저도 놓친다면 비난 여론은 더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루홈런에도 웃을 수 없는. 연합뉴스1회초 공격부터 선취 2점을 뽑아내며 중국을 몰아쳤다. 이정후(키움)와 강백호(kt)가 각각 1타점씩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곧바로 1회말 중국은 차오제의 2타점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2회초 김혜성의 적시타와 상대 폭투에 힘입어 다시 2점 차로 앞서갔다.
3회초에는 무려 8점을 뽑아내며 빠르게 승기를 잡았다. 이번 대회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무려 10점 차 리드를 만들며 화끈한 콜드 게임 승리를 노렸다.
대표팀은 4회초에도 대량 득점을 하며 불을 뿜었다. 박건우(NC)의 만루 홈런을 포함해 총 6점을 추가하며 콜드 게임 승리 조건을 갖췄다.
이어 5회초 김하성(샌디에이고)이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중국은 5회말 격차를 단 1점도 좁히지 못한 채 콜드 게임으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승리 뒤에도 맘편히 웃을 순 없었다. 이미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기에 대표팀 선수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홈런의 기쁨보다 탈락의 슬픔이. 연합뉴스대표팀은 호주와 대회 첫 경기를 사활을 걸고 준비했다. 훈련 때는 물론 식사 시간에도 호주의 경기 영상을 틀어놓을 정도로 철저히 분석했다. 하지만 7 대 8 석패를 당하며 계획이 꼬여버렸다.
분위기를 추스르고 숙명의 라이벌 한일전에 나섰지만 더 충격적인 결과를 맞았다. 13 대 4로 무려 9점 차 참패를 당한 것. 콜드 게임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굴욕적인 패배였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 매치인 만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였다. 이에 언론은 거센 비난을 쏟아냈고, 야구 팬들은 등을 돌렸다.
뒤늦게 체코를 상대로 대회 첫 승을 거뒀지만 이미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있었다. 호주가 2위를 확정하며 2라운드 진출을 위한 유일한 경우의 수마저 사라졌다.
과거에는 야구 강국이라 불렸지만 어느새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는 더 이상 야구 강국이라 불리기 어렵게 됐다.
비록 마지막 경기를 통쾌한 콜드 게임으로 끝냈지만 박수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2013년과 2017년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결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