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초저출산'을 두고 수도권 집중 현상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연합뉴스"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궁극적으로 서울, 수도권으로의 집중이다. 그 중심에는 특히 여성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너무 집중된 현실이 있다. 지방의 일자리를 늘리자고,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말씀하시는데, 여전히 대부분 제조업 중심이다. 기존에 있었던 산업 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걸 바꿔야 한다."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출생아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진 한국의 '초저출산'을 두고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내린 진단이다. 조 교수는 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인구와 미래전략 TF(태스크포스)'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대표적 인구학자다.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획코너 '쇼·미·답'(뉴스쇼가 묻고 미래가 답하다)에 출연한 조 교수는 "전 세계 출산율이 대부분 떨어지는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출산율이 (유독) 이렇게 떨어지는 이유는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너무나 엄청난 (자원) 집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감이 굉장히 심하고 모든 인생이 다 경쟁이라 생각해 보라.
동년배뿐 아니라 윗세대와도 계속 치열하게 경쟁해야 된다면 '내가 살아야지'와 '내가 빨리 내 후손을 낳아야지' 중 뭐가 중요하겠나"라며
"'나부터 살아야지'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황진환 기자조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발전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모든 사람이 서울로 몰리게 됐다고 짚었다. 그는 "제가 50이 넘었는데, 저희 때는 (연간) 100만 명이 태어났지만 대학은 35%밖에 가지 않았다. 졸업하면 대부분 취업을 잘했고 굳이 서울에 올 필요도 없었다"며 "공부를 잘하면 지방에 있는 국립 거점대를 가는 등 (인구가) 흩어졌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사람들부터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어서게 되는데 그 사람들이 '인(in)서울'을 선호하게 되면서 지방에서 태어나도 빨리 서울로 가게 됐다"며 "물리적 밀도가 높아지는 것뿐 아니라
'옆에 다 나 같은 사람이 있고, 선배들도, 후배들도 여기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심리적 불안감과 밀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울산과 창원, 부산 등을 예로 들어 "이미 남초 지역이고, 거긴 여성이 없으니 당연히 결혼이 어렵다"며
"서울에서 창원에 있는 대기업에 취직한 젊은 남성이 있다면 (결혼을 위해선) 그 직장을 그만두거나 주말마다 서울로 와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공화국'이라 불릴 정도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 실마리를 찾지 않고 "아파트가 너무 비싸다", "사교육비가 과중하다", "아이 돌보기가 힘들다" 등의 하소연만을 원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근시안적 대책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게 조 교수의 시각이다.
조 교수는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발전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모든 사람이 서울로 몰리게 됐다고 짚었다. 사진은 서울 지하철 3호선의 혼잡한 퇴근길 모습. 류영주 기자정부가 16년간 쏟은 저출산 관련 예산이 380조라는데, 왜 효과가 없느냐는 질문엔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굉장히 다양한데, 정부의 정책은 '이게 문제다' 하면 거기에 투자가 많이 되는 문제가 있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저출산 정책이 시작됐는데, 그때는 대부분 사람들이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기 힘들어했다. (그래서) 보육·양육에만 집중투자된 것"이라고 답했다.
조 교수는
인구 정책은 '중장기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며 "조금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판단이 필요했는데, 그동안은 지난 정부도 그렇고 이번 정부도 '이거 하나면 돼'라는 식으로 (특정 영역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全無)"했다고 봤다.
과거엔 '전쟁통'에도 애를 낳았다며 지금의 청년세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선
"그분이 틀리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 30대 초중반에 있는 청년들은 가장 경쟁이 심한 삶을 살고 거기까지 왔다. 대한민국 인류 역사상(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지금은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될 수가 없다.
사회가 아무것도 없는 데서 '0에서 1을 가는 것'과 '100에서 101을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라고 언급했다.
조 교수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는
약 80년 뒤인 2100년경 3천만 가량이 줄어든다. 내국인 인구만 따졌을 때는 2020년 5천만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2050년이면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망 연령에 접어들게 되고, 매년 70만 명이 사라진다는 계산이다. 반면 최근 태어난 아이들이 연간 25만 내외란 점을 고려해, 그 절반 정도인 여성들에게 현 합계출산율을 적용하면 다음세대는 연간 10만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할 때
조 교수는 향후 저출산 정책이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봤다. 조 교수는 "지금 대학교 3학년이 된 2002년생부터 (연간) 출생아가 50만 밑으로 떨어졌고 (그 뒤로) 한 번도 안 올라갔다"며
"이들이 윗세대를 보며 '나도 저렇게 경쟁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고 안 낳게 되면 우리나라는 정말 미래가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70만 명이 대학 갈 때와 40만이 갈 때는 대학입시 제도도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교육부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학부모들은 안 바뀌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하는데,
사람이 제도에 맞춰 살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사회구조와 제도, 정책들에 청년들이 맞춰 오라 하면 안 된다.
(변화하는) 청년 인구 수에 맞춰 (정부가)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