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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구멍 난 길바닥 인생' 정원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전남

    '운동화 구멍 난 길바닥 인생' 정원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편집자 주

    10년 만에 열리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순천 전역은 박람회 준비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7개월간의 대장정에 앞서 800만 관람객 유치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이가 있다. <2023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들> 네 번째 순서로 이도현(46) 관람객 유치 2팀장을 만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을 들어봤다.

    [2023정원박람회를 준비하는 사람들④]
    이도현 관람객 유치 2팀장
    "사람에 진심…" 유치란 다른 이의 마음을 가져오는 일
    방방곡곡 박람회 홍보…전국 안 가본 곳 없을 정도
    미래의 리더 '초중고' 유치에 주력…1천만 관람객 기대

    지난 14일 순천만습지센터에서 이도현 관람객 유치 팀장을 만났다. 박사라 기자 지난 14일 순천만습지센터에서 이도현 관람객 유치 팀장을 만났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10년 만에 다시…" 78세 자원봉사자의 박람회 도전기
    ②"바닥에 핀 풀꽃이 일으켜줬죠" 어느 정원해설사의 화양연화
    ③나무가 좋아 하늘만 올려다 본 소녀, 국가정원을 품다
    ④'운동화 구멍 난 길바닥 인생' 정원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계속)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라스베가스처럼 전남 순천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 있다. 2023정원박람회를 보름 정도 앞두고 분주한 곳, 조직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순천만습지센터다. 한 달 중 절반 이상은 출장을 다닌다는 이도현 관람객 유치 2팀장은 너무 바빠 약속을 잡기도 쉽지 않았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 밤 9시가 되어서야 연중 불이 켜있는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길바닥 인생이에요. 하하"

    요즘 자신의 생활을 두고 한 말이었다. 경기도부터 충남, 전북, 경북, 경남 등 "안 가본데가 없을 정도"로 다닌다는 그는 신발만 봐도 짐작이 됐다. 미팅할 때는 구두를 신고, 운전과 이동할 때만 갈아신었다는 운동화는 이미 구멍 나 있었다.

    2023정원박람회는 800만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 전인 2013정원박람회보다 두 배가 많아졌다. 그동안 국가정원 방문 데이터와 설문조사 등을 분석한 토대로 결정한 수치다.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은 뭘까. 이 팀장은 "핵심 타깃을 정확하게 정하고 대상별, 권역별, 시기별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라며 "특히 초중고 학생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고 학생들을 단순히 수학여행 등을 통한 단체 관람객 유치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시·도교육감협의회부터 전국 시·도교육장 모임, 교육청 교육국장 모임, 17개 도교육청 담당자들, 176개 교육지원청 담당자들을 모두 만나고 다녔다. 각 교육지원청의 교장선생님들 회의 자리도 찾아갔고, 전국 1만 2500여 초·중·고에 일일이 공문과 자료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4일에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와 업무협약까지 맺었다.

    "순천시가 정원박람회를 통해서 정원을 매개로 미래 도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초중고 학생들이 정원을 경험해 보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원을 경험한 학생들은 미래 세대에 분명히 훌륭한 리더가 될 거라는 나름의 확신이 있다"며 타고르 시인의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 '싸우다가도 멈추는 공간이 정원이다'는 명언을 말하며 당위성을 설파했다.

    그는 사실 9살 짜리 아들에게도 이미 '정원 교육'을 하고 있었다. 틈나는 대로 국가정원을 다녔고, '아이 나무 심기' 행사 때는 아들만의 나무를 심어줬다. 이제 아들은 자신의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먼저 국가정원에 가보자고 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정원이라는 개념은 여러가지 종교적 이념, 가치 등 어떤 개념에 상관없이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고, 정원이 주는 가치를 스스로 생각한다면 미래 세대를 이끌 건전한 사고를 가진 훌륭한 리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원박람회 홍보에 진심이라는 이도현 팀장과 아들. 이도현 팀장 제공 정원박람회 홍보에 진심이라는 이도현 팀장과 아들. 이도현 팀장 제공 
    유치팀 활동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국내 여행 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다.

    왕복 7시간을 달려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시간은 고작 10~15분인데도, 단 5분이라도 직접 담당자를 만나야 효과가 있다. 유치팀은 그간 국내 2천여 개 이상의 여행사가 속해 있는 한국여행업협회와 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 8일에는 50여 개 수도권 여행사를 대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조직위에 있기 전 순천시 주암면에서 근무했다. 주민들과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완제품을 만들고 협동조합 결성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관람객 유치팀으로 발령이 났다.

    생각치 못한 인사에 그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박람회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부서였기 때문이다. "나를 이곳에 부르신 이유는 뭘까"를 한참 생각하다 과거 중앙부처와 인맥을 쌓았던 일을 떠올렸다. "기획팀에서 국비확보 사업을 하면서 중앙부처에 인맥이 있었는데 당시 도움을 주고 받았던 분들과는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뜻 같았어요."

    하지만 모르는 이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문 일정이라도 잡기 위해 전화를 하면 거두절미 "저희 물건 안사요. 괜찮아요" 하면서 잡상인 취급을 했다.

    그래도 그가 끝까지 밀어부친 건 '진심' 하나였다. 평소에도 사람을 대하는 지론이었다. 몇몇 공무원들은 그를 두고 '아끼는 동생' 이라며 소개하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는 "무언가 특별히 바라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진심을 보여주면 굳이 부탁을 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도와줘야 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하는 편이다"며 "처음 대할 때는 좀 부담감이 있지만 그런 마음이 모아지면 적어도 정원 박람회를 성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협의회에서 박람회 홍보 중인 이도현 팀장. 이도현 팀장 제공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협의회에서 박람회 홍보 중인 이도현 팀장. 이도현 팀장 제공 
    요즘 그의 활동을 가장 지원해주는 이들은 역시 가족이다. "순천시 공무원 중 가장 미인"과 결혼했다는 그는 "지금도 자신의 눈에 가장 예쁜 사람은 아내"라고 소개했다. 고마운 건 하숙생처럼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는 날이 많은데도 남편을 배려해 일과 육아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거다.

    9살 아들은 이날도 아빠가 보고 싶어 인터뷰 전에 전화를 걸어왔다. "아빠! 오늘은 10시까지 들어오면 안돼?"냐고 묻자 "엄마와 먼저 자고 있어"라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평소 아들은 자신이 잠을 잘 때 퇴근했다가 출근하는 아빠를 조금이라도 보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인사하고 다시 자기 방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그는 내심 박람회 공식 목표 수인 800만 명을 넘어 1천만 명의 관람객 유치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원의 의미가 통하면 그 가치를 알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박람회를 통해 '순천에 가니까 좋더라', '다음에 또 가보자'는 그런 마음과 추억을 담고 가면 좋겠다"며 "특히 초중고 학생들이 정원을 보고 느끼고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 세대로 성장하다면 그보다 바라는 건 없을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진심이 전해지면 1명이 100명의 마음을 얻고 100명이 또 100명의 마음을 얻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믿음은,  4월에 개막할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에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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