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全) 의원이 모인 자리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라고 밝히는 등,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 이후 갈라졌던 비명(非이재명)계 끌어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비명계에서 요구하는 '전면적 인적쇄신' 대상에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당 사무총장까지 포함될지 주목된다.
'전면적 인적쇄신' 요구, 사무총장 교체로 화답?
이재명 대표는 지난 16일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날 15일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로부터 전면적인 인적쇄신을 요구받은 직후 나온 발언이라 쇄신 규모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명계 의원들은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제외한 지명직은 모두 교체 대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중진 의원은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야 새살이 돋는 것"이라며 "지금 당이 위기 상황에서 당 사무총장을 바꾸지 않고서는 정치 쇄신이라고 하기 어렵다. 내밀한 부분에서 큰 변화가 있어야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받은 만큼, 그에 합당한 모습을 '사무총장 교체'로 보여야한다는 것이다. 당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을 책임지고 내년 총선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핵심 보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좋은미래-당대표 간담회에서 더좋은미래 대표인 강훈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러나 친명(親이재명)계에서는 당 사무총장은 교체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사무총장직은 당 대표와 호흡을 맞춰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할 중요한 자리인데, 자칫 섣부른 인사 교체로 사무총장부터 호흡이 맞지 않게 되면 이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기 더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 역시 통화에서 "당 사무총장을 교체하면 그 밑에 사무부총장 등 인사도 줄줄이 교체가 불가피해 인사 폭이 너무 커질 우려도 있다"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친명계는 일단 '전략기획위원장, 지명직 최고'가 최선 기류
이에 따라 친명계에서는 당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 대변인, 그리고 당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 정도를 양보할 수 있는 인적쇄신의 범위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역시 16일 의총에서 "최고위가 단일 체제로 구성돼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단일한 색채가 문제이고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대한 교체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친명계가 당 사무총장 자리에 민감해하는 건 이 대표의 거취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친명계 역시 사무총장 유임으로는 인적쇄신의 의미가 반감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사무총장이 이 대표를 포함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한 직무정지(당헌 제80조 1항)를 결정할 수 있어 비명계에 선뜻 '사무총장 교체'로 화답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연합뉴스사무총장 교체 문제 등을 고심하는 당 지도부에 난상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의 또 다른 한 중진 의원은 "당 지도부가 친명계 일색인 상황에서 통합을 바탕으로 한 당직 개편은 시의적절한 수습책이다"라면서 "당 지도부는 속히 당사에 회의실을 잡아 도시락을 싸들고서라도 7~8시간씩 난상토론을 벌어야한다. 그런 걸 하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지도부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인적쇄신 문제와 관련해 이 대표 측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지난 의총에서도 인적쇄신과 관련해 여러 가지 공감하는 얘기들을 많이 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지금도 계속 의원들과 일대일, 다대일 소통을 이어나가는 과정이다. 아직 시점을 정해둔 건 아니지만, 당의 의견을 수렴해 이 대표가 판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