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요쓰야(四谷)의 한 초소형 아파트 내부. 스필리투스 홈페이지 캡처화장실 변기와 부엌은 불과 50㎝ 떨어져 있다. 현관은 신발 세 켤레에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버린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일본 도쿄 특파원의 체험기를 통해 초소형 '마이크로 아파트'와 이곳에 사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조명했다.
이 특파원은 도쿄 요쓰야(四谷)에 위치한 9㎡(2.72 평) 크기 초소형 복층 아파트 '샨티 카사'(Shanti Casa)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도쿄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젊은 층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다.
현관문을 열면 2층의 침실 구역을 제외한 모든 생활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발 세 켤레 정도를 둘 수 있는 현관을 지나면 오른편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눈에 띈다. 샤워실은 몸 비누칠을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맞은편에는 싱크대 등을 갖춘 간이 부엌이 있다. 화장실과 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변기에 앉아 요리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책상, 의자 등이 놓인 1층 거실에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드러난다.
특파원은 "화장실이 좁아 변기에 앉아 있는 동안 화장실 문을 열어두는 게 더 편했다"면서 "문을 닫았다면 내 무릎이 나를 용서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쿄 요쓰야(四谷)의 한 초소형 아파트 내부. 스필리투스 홈페이지 캡처샨티 카사는 일본 부동산 개발 업체 '스필리투스'가 지난 7년간 도쿄에 세워온 건물 100여 채 중 한 곳이다.
3층 높이의 이 아파트에는 이 같은 소형 생활 공간 30세대가 있다.
월 임대료는 7만 엔(약 69만 원)으로 이 지역 평균 임대료보다 2만~3만 엔(19만~29만 원) 저렴한 수준이다. 보증금은 없다.
입주자 약 60%는 남성이고 65% 이상이 20~30대 사회 초년생 젊은 세대다. 40대 이상은 10명 중 1명꼴로 적다.
이들 입주자는 저렴한 임대료와 직장과 가까운 거리, 도쿄의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협소한 아파트 생활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돈을 아껴 나중에 더 좋은 곳으로 이사하기 위한 발판과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스필리투스 회장 게이스케 나카마는 "우리는 세입자가 여기에서 10~20년 동안 살길 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다른 도시에서 도쿄로 온 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나카마는 "대부분 이 아파트에서 2~3년 정도 머물다가 돈을 모아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도 덧붙였다.
도쿄 군마현의 한 소형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레이나 스즈키(30)는 "일반 아파트도 둘러봤다. 이곳보다는 컸지만 임대료가 정말 비쌌다"면서 몇 년 안에 이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좁은 공간에도 지금은 완전히 적응했다고 한다. 특히 걸어서 10분이면 직장에 도착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라고 스즈키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초소형 아파트 열풍은 편의성과 경제력 때문에 삶의 질을 희생해야 하는 젊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저렴한 도시 주택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