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국가산단 취업을 미끼로 수억 원을 가로챈 뒤 '극단적 선택'으로 위장해 수년간 도피생활을 한 4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형사2단독(부장판사 김은솔)은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A(46)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의 범행 중 일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에서 면소 처분했다.
면소는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범죄 후 법령 개정 또는 폐지 등 이유로 사법적 판단 없이 형사 소송을 종료하는 판결이다.
A씨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며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3억 7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여수산단 화학물질 제조업체 직원으로, 협력업체 직원 등 5명을 상대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피해자들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당할 상황에 처하자 여수의 한 선착장에서 렌터카를 바다에 빠뜨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한 후 9년간 잠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공소시효 임박사건 정기 점검 과정에서 A씨의 병원 방문내역과 연락처 등을 확보해 추적에 나선 끝에 공소시효 12일을 앞둔 지난해 12월 27일 체포해 구속기소 했다.
재판부는 2008년 발생한 첫 범행은 상습사기가 아닌 사기죄로 보고 공소시효(사기죄·공소시효 10년)가 지났다는 점에서 면소 처분했다.
법원은 A씨가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었고, 2012년 두 번째 저지른 사기 범행과 약 4년의 시간적 간격이 있었던 점 등을 비춰볼 때 상습사기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대기업 취업을 간절히 원하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돈을 편취한 것으로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범행 이후 자신이 운전하던 렌터카를 추락시킨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위장해 잠적했고, 타지역에서 생활하다가 뒤늦게 검거돼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밝혔다.
이어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하고 피해금을 공탁하기는 했으나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0년이 경과한 후 뒤늦게 이뤄져 피해가 온전히 배상이 됐었는지는 의문이 든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또 "2008년 발생한 첫 범행의 경우는 공소시효가 10년이 경과한 2023년 1월5일 제기돼 면소를 선고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