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무인수중공격정과 전략순항미사일 훈련 지도한 북한 김정은. 뉴스1 제공북한은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핵 공격을 위한 수단을 다양화하고 관련 훈련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24일에는 '핵무인수중공격정'으로 폭발 모의실험을 했다고까지 공개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것이 러시아의 핵추진·핵무기 탑재 수중 드론(사실상 핵어뢰)인 '포세이돈'을 모방했다고 판단하지만, 북한의 '핵무인수중공격정'은 둘째치고 포세이돈조차 위력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 투발 수단을 지속적으로 다양화하고 있으며, 우리를 향한 위협을 강화하고 있고, 그를 위해선 핵탄두 소형화라는 일정한 과제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북한의 위협에 대해 과대 또는 과소평가가 아닌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북한은 수중용 핵 무인공격정을 개발했다고 24일 주장했다. 뉴스1 제공북한은 24일 아침 관영매체를 통해, 지난 21일 함경남도 리원군 해안에서 '핵무인수중공격정'을 바다로 침투시켜 타원·8자형 침로를 수중 80~150m에서 59시간 12분 동안 잠항시킨 뒤 23일 오후 적 항구를 가상한 홍원만 수역에서 수중폭발시켰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수중핵전략무기의 사명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 집단들과 주요 작전항을 파괴소멸하는 것"이라며 "이 핵무인수중공격정은 임의의 해안이나 항 또는 수상선박에 예선하여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다에서 지진 또는 핵폭발이 일어나면 그 에너지로 인해 물기둥은 위로 밀려 올라가게 되고, 이것이 다시 떨어지면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을 반복하며 파동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바로 쓰나미(지진해일)의 원리인데, 본래 쓰나미는 원양에서는 별로 위험하지 않지만 수심이 얕아질수록 강력해진다.
포세이돈은 러시아가 2010년대 중반 개발한 수중 드론으로, 기존 핵어뢰보다 크다. 메가톤급의 핵탄두를 탑재해 핵폭발과 함께 쓰나미를 일으켜 항구 등에 강력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만큼 사전에 탐지하거나 요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은 24일 김정은 총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핵 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의 모의 핵탄두 공중폭발 시험을 진행했고 밝혔다. 뉴스1 제공다만 그로 인한 위력이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제대로 드러난 바가 없다. 2010년대 중반에 개발됐고 파괴력을 시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에 시험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실제 하진 않았다.
따라서 포세이돈 또는 북한의 '핵무인수중공격정'의 실제 위력은 방사능 해일보다 핵탄두 자체의 파괴력에 초점을 맞춰 해석하는 쪽이 타당하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포세이돈의 경우 매우 크고 탑재된 핵탄두도 메가톤 단위여서 폭발력이 크지만, 이조차도 해일을 얼마나 발생시킬 수 있을지 검증된 바가 없다"며 "포세이돈도 그러는 마당에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기존의 어뢰를 대형화한 정도 크기로 보여, 어느 정도로 해일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1일부터 시험에 들어간 이 무인공격정 수중 80~150m에서 59시간 동안 잠항한 뒤 성공적으로 폭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공격정을 지난 2021년부터 2년간 개발해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뉴스1 제공손원일(214)급 잠수함 1번함인 손원일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던 최일 잠수함연구소장(퇴역 해군대령)은 "육상에서도, 수상 선박에서도 발진할 수도 있는데 59시간 항해라면 아직 재충전 기능이 없는 (전기) 배터리 항해로 보인다"며 "속력은 밝히지 않았지만 저속인 3노트로 기동한다고 해도 180해리(333km) 항해가 가능하므로 북한 해역에서 부산항까지 기동할 수 있는 거리"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사실상 핵어뢰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재충전 기능도 회수 기능도 없이 핵무기를 탑재하고 목표 위치로 가서 폭발만 하면 되기에 기능 측면에서는 매우 단순하고 실현하기 쉬운 기술"이라면서도 "그 핵어뢰 안에
어느 정도 크기의 핵무기를 소형화하여 탑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 무기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북한이 핵탄두를 얼마나 작게, 그리고 작으면서도 얼마나 강력하게 만들었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북한은 2017년 6차 핵실험에서 약 50kt(킬로톤) 규모의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는데
Mt(메가톤)급에는 이르지 못했다. 2019년부터 시험발사하기 시작한 KN-23, 24, 25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등에 탑재하기 위해 핵탄두 소형화를 추구하는 것은 사실인데, 그 소형화의 정도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최근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시험용 핵탄두를 SRBM과 순항미사일에 장착해 관련 시험과 훈련을 했다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실제 가능성이
아직은 불투명하다. 북한이 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핵탄두를 소형화했는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과 전술유도무기 탑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됐을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최근 북한이 얘기하는 전술유도무기 체계 몇 가지에 탑재 가능하다고는 보고 있지 않지만 가능성에 대해 한미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7차 핵실험을 통해 소형화를 실증하면 본격적으로 전술핵무기 배치가 가능해지겠지만 핵실험을 아직 하지 않았으므로 기술적 가능성을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순항미사일, 그리고 어뢰까지 핵투발 수단을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당장은 아닐지라도 미래에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아야 하는 이유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명예연구위원은 "과거 냉전 시기 핵어뢰는 아주 심각한 위협이어서, 미소가 전술핵 폐기 협상을 할 때 미국은 이를 모두 없앴는데 소련(러시아)은 그러지 않았다"며 "핵어뢰로 항구를 노린다면 굉장히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의 플랫폼 즉 어뢰 성능에 대해 의구심이 많으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