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한 28일 오후 외교부에 초치된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정부는 28일 일본이 독도 영유권에 대해 여전히 억지 주장을 하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을 물타기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주한일본대사관 외교관을 불러 따졌다.
외교부 조현동 1차관은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주한일본대사관 쿠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임수석 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수십년 동안 이어온 무리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아울러 우리 정부는 강제동원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일본 정부가 스스로 밝혀온 과거사 관련 사죄와 반성의 정신을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기를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또한 김천홍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 중심의 그릇된 역사관으로 왜곡된 역사를 기술한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수정·보완본을 일본 문부과학성이 검정 통과시킨 결과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고교 교과서. 연합뉴스 앞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오전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초등학교에서 2024년도부터 쓰일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켰는데,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은 6학년 사회 교과서에서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의 병사로서 징병됐다"는 기존의 표현을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게 되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로 변경하는 등 전시 동원의 강제성을 희석하는 쪽으로 기술했다.
여기엔 지난 몇 년 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독도가 일본 영토이며 한국이 이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억지 주장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러한 방향의 '역사수정주의'적 교과서 기술이 최근 몇 해 동안 꾸준히 계속돼 오긴 했는데, 이달 초 강제동원 대법원 배상판결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이 발표된 뒤에도 비슷한 일이 또다시 이어졌다는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초치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강제징용 해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내린 결정이고, 그 배경에는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함께 더 큰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한일 협력 확대해나가는 외교적 사안을 고려했다"며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기존 정부 입장을 견지해 나가며 일본 측과 외교채널을 통해 계속 소통해 나가고, 오늘처럼 교과서 문제 등이 또 발생하면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유감을 표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해 일본 정부로부터 사전에 설명을 듣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간 현안이 하루아침 사이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고, 주요 사안에 대한 기존 정부 입장은 일체 변화가 없다"고 다시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