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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임신부 사형·생체실험 증언 적시한 정부 北인권보고서 공개(종합)

통일/북한

    北 임신부 사형·생체실험 증언 적시한 정부 北인권보고서 공개(종합)

    핵심요약

    통일부 2023 북한인권보고서 31일 발간 공개
    탈북민 508명 조사, 17년-22년 인권침해 증언 수록
    광범위한 사형…南 영상물 본 청소년·임신 6개월 여성
    동의 없이 생체실험, 난쟁이 마을 등 장애인 차별
    유엔 등 기존 보고서와 겹치나 정부 공식 보고 의미
    권영세 "北 인권변화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역할 기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 연합뉴스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 연합뉴스
    북한 구금시설에서 출산한 아기의 살해 증언, 18세 미만 아동 및 임신부의 사형 집행 증언, 생체실험 증언,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하루 17시간 노동증언 등 북한 주민들의 각종 인권 실태를 보고한 정부의 북한 인권보고서가 31일 공개된다.
     
    정부 차원의 북한인권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북한인권상황을 실태 중심으로 보고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31일 발간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에는 임신부와 청소년 사형, 지적 장애인 생체실험, 난쟁이 마을 운영 등 장애인 격리 및 차별, 구금시설 내 각종 고문과 구타, 여성 강제 낙태 등 인권침해에 대한 증언이 수록됐다.
     

    공개처형 등 생명 박탈 사례 지속적인 보고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으로 온 북한이탈주민 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개처형 등 자의적인 생명박탈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인됐다.
     
    먼저 교화소 도주자는 본보기로 처형된 사례가 보고됐다.
     
    함흥교화소의 경우 지난 2016년과 2017년 연이어 도주 중 검거된 수형자에 대한 처형이 있었다. 교화소 소장이 수형자 전원을 교화소 앞마당에 모아놓고 '도주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라'며, 처형 장면을 강제로 보라고 했다.
     
    "총살 당일 남녀 수감자 모두를 교화소 마당에 모이게 하였는데, 나가보니 정문 꼭대기에 사람 목에 밧줄을 묶어서 매달아 놓았습니다. 폭행이 심했는데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고…수감자들이 모두 모이자 정문에 매단 수감자에게 총을 3발 쏘았습니다. 그러고는 시체를 땅에 내려놓고 교화생들에게 미리 준비해놓은 돌무지에서 돌을 하나씩 들고 시체에 던지라고 하였습니다. 수감자가 하나씩 던진 돌이 돌무덤이 되었습니다."
     
    아동·임신부에 대한 사형 등 광범위하게 사형이 적용됐다.
     
    지난 2015년 강원도 원산시의 한 경기장에서 고급 중학교를 졸업한 16-17세 청소년 6명이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고 곧바로 총살됐다고 한다. 2017년에는 집에서 춤추는 한 여성의 동영상이 시중에 유포됐는데, 영상에서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작이 문제가 되어 사상적으로 불온하다는 이유로 그 여성을 공개처형했다고 한다. 처형당시 여성은 임신 6개월 이었다고 한다.
     
    구금시설에 태어난 아기를 기관원이 살해했다는 증언들도 일부 수집됐다. 2014년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이 임신 8개월 상태로 구금됐는데, 기관원이 중국 아이를 임심했다는 이유로 분만 유도제를 통해 출산하게 한 후, 살아서 태어난 아기를 살해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집된 영아살해 사례들은 모두 중국에서 임신한 채로 강제 송환되어 온 여성 피구금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구금시설에 임신한 상태로 수감된 여성이 강제적으로 낙태를 당했다는 경험, 이를 목격했다는 사례도 드물지만 수집됐다. 강제 낙태를 당한 수감자는 대부분 탈북 후 강제 송환된 여성이었고, 중국에 체류하면서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경우였다.
     
    사형 등 공개처형은 살인죄만이 아니라 마약거래, 미신행위, 성경 유포, 분묘 도굴,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등 광범위한 사유로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언자는 2018년에 평남 안전국의 주관 하에 실시되는 공개처형에서 당사 사격수 3명이 처형대상자 1명당 3발씩 총 9발을 발사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처형 대상자를 기둥에 묶은 후 머리, 가슴, 다리 부분에 3발씩 총 9발을 발사하는 방식이 행해졌다고 했다. 또 2018년 함북 청진시 수성천 강변에서는 기관총을 연사하는 방식으로 공개 처형된 사례가 있었다고 한다.
     
    "사격수 5명이 각각 기관총으로 쏴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다른 사격수 5명이 또 각각 기관총을 앞서와 같이 이미 사망한 시신에 조준 연사를 했습니다."

    비행기 고문, 알몸검사, 체강검사 증언도 수집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 연합뉴스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 연합뉴스
    수감자 등을 대상으로 한 고문 및 비인도적 처우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북한 보위부에서 조사를 받았다는 증언자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지도원으로부터 이른바 '비행기고문'도 받았다고 했다.
     
    "비행기고문도 당했는데, 비행기고문은 벽을 마주보고 선 다음 허리를 숙여 뒤통수를 벽에 붙이고 그 상태에서 양 팔을 올려 손등을 벽에 붙이도록 하는 고문입니다. 비행기고문 자세로 2시간 가까이 있기도 했습니다. 종아리 위에 각목을 끼우고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양 다리 사이를 통과하는 각목을 발로 누르는 고문도 당했습니다."
     
    북한 구금시설에서는 수감자를 상대로 시설입소 때 '검신'이라는 신체 및 소지품 검사(일명 '알몸검사')를 실시하고 있었으며, 탈북 후 송환된 여성에게는 '자궁검사'라고 불리는 체강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험자의 진술에 따르면 체강검사는 여성이 몸에 지니고 있을 금품 등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왜소증 막기위해 '난쟁이 마을' 운영, 장애인 생체실험도 진행

    북한 당국은 특히 장애인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제한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강도 김형직군 고읍 노동자구에는 장애인의 출생을 막기 위해 왜소증 장애인들을 다른 마을로부터 격리된 산골마을에 모아놓은 '난쟁이 마을'이 1990년대에 형성됐다고 하는데, 2019년까지도 김형직군에서 이 마을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다수 수집됐다. 2019년경에도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양강도 삼수군의 제한구역으로 강제 이주됐다는 사례가 수집됐다.
     
    "난쟁이들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난쟁이가 또 나올까봐 거주를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라에 장애인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왜소증 장애인에 대한 불임수술도 강제로 시행됐다는 다수의 증언이 수집됐다. 가족의 동의만 있다면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생체 실험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의학실험 등 생체실험은 83호 병원 또는 83호 관리소라고 불리는 곳에서 이뤄졌다. '83호 수용처분'은 사회 안전성의 재가를 받아 실험대상자의 거주지 안전부 감찰과에서 집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실험대상자 가족의 동의를 받는다고 한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겠다'는 안전원의 협박을 받고 장애인 가족의 83호 수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선교 활동에 대한 탄압 증언도 지속 보고

    종교 활동에 대한 탄압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2017년 함경북도에서 기독교 선교행위를 이유로 마을 주민 12명이 보위부에 구속되어 조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중 2명이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고 10명은 노동 교화형과 노동 단련형을 받았다. 증언자의 진술에 따르면2019년 평양에서 비밀리에 교회를 운영하던 단체가 일망타진되어 5명은 공개 처형되고 7명은 관리소로 보내졌으며, 30명은 노동 교화형을 받고, 가족을 포함한 관련자 50여명은 강제 추방됐다고 한다.
     
    해외파견노동자는 휴일 없이 하루 10시간부터 심한 경우 17시간까지 휴일 없이 장시간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으며 건설 현장 안에 마련된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는 등 생활환경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함께 파견된 보위원이 노동자 중에서 정보원을 두고 노동자의 종향을 세부적으로 보고받고 감시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연합뉴스연합뉴스
    통일부가 공개하는 북한인권보고서는 유엔과 민간단체 등의 기존 인권보고서와 겹치는 사례가 상당히 많지만, 정부 보고서에 북한 인권침해 증언을 공식적으로 적시하고 이를 일반에 공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보고서에서 실린 인권침해 사례는 대부분 지속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발간사에서 "보고서 발간은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며, "북한 당국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와 책임 있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데 있어서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내기를 희망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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