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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만' 작은 시골에 '산부인과'가 있어요

경남

    '인구 4만' 작은 시골에 '산부인과'가 있어요

    함양군 보건소 산부인과 5년째 운영으로 원정 진료 불편 해소
    대학병원장 출신 전문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
    작은 시골 함양 임신부 31명 중 22명 등록, 모든 검사·진료 비용 '무료'
    부인과·청소년 진료까지 공공의료 역할 '톡톡'

    함양군 보건소 산부인과 정두용 전문의로부터 진료받고 있는 임신부. 경남도청 제공함양군 보건소 산부인과 정두용 전문의로부터 진료받고 있는 임신부. 경남도청 제공
    "작은 시골 마을에 임신부가 몇 있어서 산부인과가 필요할까요?"

    '필요하다'가 정답이다.

    시골 마을에는 원정 진료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임신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여성 어르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은 부인병을 앓고 있어도 도시로 진료를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어 초기 증상이 있는 데도 참고 병을 키우는 일이 부지기수다.

    시골 마을은 다 이럴 것이다. 그런데 의료 취약지인 인구 약 4만의 작은 시골 경남 함양군 보건소에 외래산부인과가 벌써 5년째 운영하며 지역의 '여성 종합병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9년 8월 문을 연 이후 2021년부터는 건국대 충주병원장을 지낸 산부인과 전문의가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만족도가 더할 나위 없다.

    지난해 9월에는 함양군 휴천면 금반마을에 20여 년 만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기 울음소리 듣기 힘든,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휴천면 마을의 대단한 경사다. 이른바 '금반둥이'를 축하하는 파티까지 열렸다.

    건강하게 태어난 공을 따지자면 군 보건소가 한몫했다. 금반둥이 엄마는 고혈압·당뇨로 인해 임신 고위험군에 속했다. 만약 산부인과가 없었다면 고위험군의 몸을 이끌고 장거리 원정 진료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풍부한 산부인과 경험을 가진 전문의의 관리를 가까운 곳에서 받으며 아이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전문의는 저출산 시대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아이를 출산한 엄마에게 손 편지까지 전하며 축하했다.

    이처럼 함양군 보건소에 산부인과가 생기기 전까지 임신부들은 인근 진주 또는 거창으로 원정 진료를 다녀야 했다. 시간·경제적 손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장거리 이동에 따른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까지 감내해야 했다. 선택지가 단 하나여서 어쩔 수 없다.

    산부인과 진료받고 있는 임신부. 경남도청 제공산부인과 진료받고 있는 임신부. 경남도청 제공
    함양은 의령·고성군과 함께 산부인과가 없는 의료취약지이지만, 이제는 보건소 산부인과가 있어서 든든하다. 시골 산부인과가 얼마나 잘 진료하겠냐는 불신도 있겠지만, 웬만한 수준급 병원 못지않은 분만 경력을 가진 전문의를 믿고 도시로 원정 진료 다니던 임신부들이 이제 함양에서 진료받고 있다.

    실제 함양의 등록 임신부는 31명이다. 이 중 22명이 보건소 산부인과에 등록해 진료받고 있다. 요 임신 반응검사부터 임신 초기 검사, 1·2차 기형아 검사, 임신 막달 검사까지 모든 검사 비용과 진료비도 무료다.

    장점은 또 있다. 언제든 갑작스러운 이상 증세가 발생해 보건소를 찾으면 응급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 임신 기간 전문의의 일대일 상담으로 정신적 안정감까지 주는 것은 덤이다.

    "시골 보건소에 산부인과가 들어섰을 때 뜬금없는 일처럼 보였겠지만, 그 파급력은 입증되고 있어요."

    임신부만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아니다. 고령의 여성 어르신들은 부인과 질병을 꽤 앓고 있다. 교통 이동 수단이 없기 때문에 먼 거리의 병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아파도 참고, 사소한 경우는 그냥 지나쳐 병을 키우는 일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부인과 진료 인원은 약 770명에 이른다. 요실금 진료 환자가 가장 많다. 폐경·갱년기 진료, 호르몬제 처방, 방광염 등 많은 여성이 보건소에서 치료받고 있다. 자궁경부암 검사와 자궁 내 물혹 추적 관찰 등 주기적인 건강 관리는 물론 비용도 저렴하다. 건강하고 활기찬 삶이 가능해졌다.

    산부인과 진료를 창피해 꺼리는 여성 청소년도 보건소를 언제든 찾는다. 월경불순, 월경통, 여성 질환 등을 진료받는데, 만 13세 이상이면 부모 동행 없이도 진료받을 수 있다. 만 11세부터 접종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과 홍보, 피임 상담과 청소년의 건강한 성교육도 하고 있다.

    함양군 보건소 산부인과 정두용 전문의. 경남도청 제공함양군 보건소 산부인과 정두용 전문의. 경남도청 제공
    지역사회의 공공의사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전문의는 바로 37년간 대학병원 등에서 교수직과 병원장을 하다 퇴임해 시골로 온 정두용 의사다. 그는 함양 유일한 공공 전문의로서 산부인과 진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공공의료서비스에도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앞장서고 있다.

    2021년 코로나19 예방 접종이 시작된 이후 그가 한 예방접종 예진 건수는 507건이다.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마을로 찾아가는 방문 진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중보건의사로는 부족했던 예진을 도맡았다.

    게다가 보건소에서 만성질환 위험자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에도 건강 상담 의사로 활동해 현재까지 210차례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함양 특수교육지원센터 치료대상자 선정위원회 활동도 하고 있다.

    함양군 보건소 관계자는 "시골이라도 작은 규모지만 의원급의 병원은 많이 있고 의사도 많이 있지만, 여전히 공공의료 분야의 역할은 존재한다"며 "민간병원은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돈을 벌지만, 공공 의료기관은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며 형평과 효율이 조화를 이루고자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골 함양에 살아도 여성 건강을 책임질 수 있다"며 "건강한 출산도 할 수 있으며, 보다 높은 공공의료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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