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지호 경찰청 차장이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발생 이후 한나절이 지난 다음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 차장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해외 출장으로 현재 청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경찰의 늑장 보고 논란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오전 11시 14분쯤 조 차장에게 사건 발생 보고를 했다.
사건이 경찰에 처음 신고된 때는 무려 11시간 30분 전인 전날 밤 11시 46분. 조 차장에게 보고된 때는 이미 피해자가 살해돼 대전 대청댐 인근에 유기됐고, 피의자들은 차량을 갈아타 성남으로 도주한 이후다. 모든 범행이 끝나고 피의자들이 도주한 시점인 것이다.
특히 경찰청장이 매일 오전 7시쯤 보고 받는 '일일 치안상황 보고'에 이번 사건이 아예 빠졌다. 심지어 경찰이 범행에 이용된 후 버려진 차량에서 혈흔이 묻은 둔기 등이 발견된 시점인 오전 8시쯤에도 관련 내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경찰이 해당 사건의 심각성을 초기에 인지하지 못한 데다, 단순 납치 사건에서 심각한 강력범죄로 전환돼야 할 정황이 발견됐던 시점에도 경찰청 수장에게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늑장 보고'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고 직후 '코드 제로'를 발동시켜 나름대로 긴급하게 대처했다"면서도 "다음날 아침까지는 해당 사건이 강력범죄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사전에 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100건 넘게 '코드 제로'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모든 위험을 감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서울경찰청에서 오전 10시가 넘어서 해당 사건이 강력범죄일 가능성에 대해 보고가 왔고, 이에 바로 조 차장에 보고가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경찰은 이번 사건의 관할 경찰서인 수서경찰서 백남익 서장에게 사건 발생 다음날인 30일 오전 7시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같은 날 오전 6시 55분쯤 뒤늦게 보고가 된 사실을 시인하면서늑장 보고 논란이 불거졌다.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보고가 늦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 부분은 객관적으로 제3기관이나 부서에서 확인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감찰을 암시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40대 여성 피해자를 납치하고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이경우(35), 황대한(36), 연지호(30)를 구속하고, 사전 계획 살인 공모에 가담했던 A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는 유모 씨를 체포하고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윤 청장은 캐나다와 미국 등 해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