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 꽃잎이 떨어진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코로나19 마스크 규제가 풀린 후 첫 벚꽃 축제들이 열리기도 전에 꽃들이 먼저 지고 말았다.
이상 기온으로 벚꽃이 일찍 핀데다 연일 비까지 내려 꽃잎이 떨어지면서, 주말을 맞아 '벚꽃축제'를 기대했던 시민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동시다발적으로 봄꽃들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면서 생태계 교란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 종로구 삼청공원에서는 꽃잎이 떨어져 앙상해진 벚꽃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윤중로 벚꽃길에서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제17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가 진행됐다. 최근 북악산 등산로가 개방되면서 방문객이 늘어난 삼청공원에서도 이번 주말동안 '제1회 삼청동 벚꽃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벚꽃이 예년보다 일찍 핀데다 이번 주 초 봄비까지 연일 내리면서, 이번 주말 벚꽃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해 서울 벚꽃은 지난달 25일 개화했다. 올해 벚꽃 개화 시기는 기상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빠르다. 지난해 벚꽃 개화 시기는 4월 4일로 이번해 벚꽃이 열흘 빠르게 폈다.
시민들이 7일 오전 1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서 아직 꽃이 피어있는 나무 근처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주말 벚꽃축제를 앞두고 취재진이 찾은 윤중로 벚꽃길과 삼청공원 벚꽃나무 주변에는 벚꽃잎들이 무수히 떨어져 있었고, 나무에는 푸른 잎들이 이미 올라온 모습이었다. 풀린 날씨 탓에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은 벚꽃잎이 아직 남아있는 나무를 찾아 사진을 찍고 아쉬움을 달랬다.
벚꽃이 일찍 핀 탓에 벚꽃축제 전에 이미 꽃구경을 마친 시민들이 많았다.
직장인 윤지환(29, 서울 마포구 거주)씨는 점심시간에 동료 직원과 함께 윤중로 벚꽃길을 들려 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윤씨는 "올해는 비도 오고 날씨도 빨리 따뜻해져서 꽃놀이를 즐길 시간이 짧아 아쉽다"며 "지난주 주말에 꽃놀이를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사진을 찍거나 놀기 힘들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7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벚꽃나무 주변에 꽃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양형욱 기자 삼청공원에서 만난 진보순(85, 서울 종로구 거주)씨도 3일 전 이미 삼청공원을 찾아 꽃구경을 마쳤다. 진씨는 "그때도 비가 와서 꽃잎이 이미 다 떨어졌었다"며 "봄 가뭄에 내린 단비라서 좋았지만 1년 만에 핀 꽃이 빨리 져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벚꽃축제를 반겼지만, 축제가 열리기도 전에 떨어진 벚꽃을 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삼청공원에서 일하는 종로구청 도시녹지과 김광철(70)씨는 "비가 오기 전부터 꽃들이 벌써 지기 시작했다"며 "(벚꽃이 져서 아쉽다는) 소리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사람들 표정을 보면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벚꽃축제 다음 주에는 걷기대회가 있는데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기회"라며 "이런 행사들이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일제히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벚꽃축제가 시작되는 전날인 7일 서울 종로구 삼청공원 벚꽃나무들은 이미 꽃잎을 떨어뜨렸다. 양형욱 기자 전문가들은 벚꽃 등 봄꽃이 동시다발적으로 피어나면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벚꽃의 이른 개화는 기후위기와 연관된다고 짚었다.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개화시기가 순차적으로 당겨지는 게 아니고 동시다발적으로 당겨지고 있다"며 "라일락이 보통 4월 중순에 피는데 올해는 3월 말부터 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봄꽃들과 관계를 맺어온 여러 생물들, 특히 벌과 나비가 꽃가루를 옮겨주고 꿀을 가져가는 상호관계가 어그러진 것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꽃나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물을 써버리면 안 그래도 건조한 봄에 산불도 많아지고 물 순환에 교란을 준다"며 "탄소 흡수원으로서 나무가 활발히 일을 못하면서 탄소 순환에도 많은 교란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