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마약 및 총기류 동시밀수, 국내 최초 적발' 관련 언론 브리핑이 진행되고 있다. 황진환 기자검찰이 총기와 필로폰을 함께 국내로 몰래 들여온 마약 판매상 출신 미국 영주권자를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총기류와 마약류가 동시에 밀수가 이뤄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향정),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마약 판매상 장모(49)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 영주권자인 장씨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필로폰과 총기류를 이삿짐으로 위장해 선박화물로 발송한 뒤 부산항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주거지에서 필로폰 3.2㎏을 비닐팩 9개에 나눠 진공 포장한 뒤 소파 테이블 안에 숨겼다. 필로폰 3.2kg은 동시에 1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가 8억원 상당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장 신준호 부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마약 및 총기류 동시밀수, 국내 최초 적발'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장씨는 또 45구경 권총과 실탄 50발을 공구함 등에 나눠 숨겨 이삿짐으로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가스발사식 모의권총 6정도 함께 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지난달 필로폰 약 0.1g을 가열해 발생하는 연기를 흡입하는 방법으로 투약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 영주권자인 장씨는 국내에서 학업과 군 복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약 15년간 지내며 LA 등지에서 마약 판매상으로 생활하다가 지난해 부모님의 건강 등 이유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장씨가 귀국 직전 미국 마약 조직원에게 대량의 필로폰을 구매한 정황이 담긴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국내로 들어와 판로를 모색하던 장씨가 국내 마약상과 접촉했지만, 본격적인 유통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장씨는 조사 과정에서 국내에 총기를 들여온 사실과 마약 투약은 인정하면서도 마약 밀수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 친구가 이삿짐을 보내줬는데 마약이 있었다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취지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장 신준호 부장검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마약 및 총기류 동시밀수, 국내 최초 적발'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검찰은 기소 이후에도 장씨를 상대로 정확한 밀수 경위와 추가 범행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마약 거래를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이 특정되면 몰수·추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은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가 지난해 12월 입수한 첩보를 토대로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지난달 장씨가 다른 마약사범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뒤 곧바로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공조해 장씨의 정보를 파악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장씨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필로폰과 총기류, 실탄 등을 찾아냈고 장씨를 긴급체포한 뒤 이날 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함께 압수한 가스발사식 모의권총 6정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받는 대로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마약류와 총기류를 동시에 밀수했다가 적발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장씨를 체포·구속하면서 마약 대략 유통을 차단한 것은 물론, 자칫 강력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총기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미국 DEA와 공조를 통해 장씨가 해외에 연계된 조직이 있는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