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강양현 코치 역 배우 안재홍.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스포일러 주의 '리바운드'(rebound).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링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일을 뜻하는 농구 용어.
'리바운드'에서 모두가 부산중앙고 6명의 농구부 선수를 보며 안 된다고 했다. 불가능하다고 했다. 단 6명으로 쟁쟁한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는 전국대회에서 본선 진출은커녕 한 번의 승리조차 힘겨울 거라 말했다. 그러나 강양현 코치는 불가능을 반박했다. "모두가 불가능이라 말할 때 우리는 리바운드를 잡는다"며 한 걸음씩 나아갔고, '준우승'이라는 기적을 썼다.
"공은 튕겨 나오고, 그걸 다시 잡으면 된다"는 강 코치의 말처럼 인생에는 무수한 리바운드가 생긴다. 리바운드되면 다시 잡으면 된다. 그게 인생이다. 안재홍에게는 그런 리바운드 같은 순간이 바로 '리바운드'였다. 우연히 TV에서 '리바운드' 이야기를 들었고, 운명처럼 그에게 시나리오가 들어왔다. 단숨에 하겠다고 했다.
운명처럼 만난 '리바운드' 현장에서 만난 장항준 감독은 안재홍을 보고 "강 코치"라 불러줬다. 방송만큼 유쾌했던 장 감독은 마치 지휘자처럼 현장을 누비며 즐거운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그렇게 장 감독은 안재홍에게 또 다른 리바운드가 됐다. 좋은 작품을 통해 좋은 어른을 만나 좋은 영향을 받았다. 다음은 이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현장의 지휘자 그리고 인생에서 만난 가장 젊은 어른 '장항준'
▷ '리바운드' 찍으면서 만족스러웠던 장면이 있을까? 라커룸 장면이 마지막 날 촬영한 장면이다. 목도 다 쉬었는데, 그 정서가 너무 좋았다. 나한테도 울림이 있었던 장면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정말 이번에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다. 작품을 진행하면서 감독님께서 항상 현장에서 날 '강 코치'라고 불러주셨다. 촬영 끝나고 나서도 우리끼리 따로 이야기를 나눌 때도 "강 코치는 어떻게 생각해?"라며 내 의견을 많이 물어봐 주셨다. 실제 강양현 코치에 관해서도 "어떤 기분이었을까?" 등 많이 이야기 나눴다. ▷ 현장에서 만난 장항준 감독은 어떤 연출자였나? 감독님은 정말 사랑받는 지휘자였다.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 등 모두가 감독님을 너무 좋아했다. 감독님은 우리가 자기 역량을 충분히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긴장도 많이 풀어주시고, 더 북돋아 주셨다. 그래서 촬영, 제작, 연출, 미술 등 각 파트에서도 계획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고 또 즐길 수 있었다. 그런 걸 완급 조절하는 모습을 보며 '지휘자'라고 느꼈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육체적으로도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데, 감독님 덕분에 심적으로는 행복했다.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장항준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적으로도 친해졌을 것 같다. 이번에 장 감독님과 처음 연이 됐는데, 같이 처음 작업하면서 뵙게 되고 알게 되고 되게 진한 시간을 보냈던 거 같다. 촬영 끝나고 같이 여행도 갈 정도로 인간적으로도 깊어진 시간이었다. 나도 그전까지는 방송으로만 감독님을 뵀는데, 그 모습 그대로 현장에서 유쾌한 에너지를 완전히 듬뿍 몰아주셨다.
내가 만나 본 어른 중 가장 젊은 어른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독님을 뵈면서 나도 영화 혹은 작품 외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옆에서 같이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면서 감독님께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 등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 극 중 자신이 생각하는 명대사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하다.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는 대사가 영화의 제일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좋아하는 대사기도 하다. 난 작품을 하면서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서도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배우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 강 코치를 연기하면서 "농구는 멈춰도 인생은 멈추지 않는다"는 대사가 내게 좋은 자극이 됐다.
우리 작품은 지금을 제대로 보고, 지금을 즐기자, 지금은 한 번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내포하고 있다. 위로라기보다 지침 같은 느낌? 인생은 계속되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작품이다.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강양현 코치 역 배우 안재홍.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안재홍 인생의 '리바운드'라는 리바운드
▷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오며 '리바운드'를 얻었던 때는 언제였나? 감독님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서 '리바운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그때 본방송으로 봤는데,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걸 보면서 '저 작품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왠지 저 역할을 내가 하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다. 아마 예감 속에 바람이 담겼던 것 같다. 나한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 말이다. 그런데 본방송 보고 딱 3일 후에 시나리오가 왔다.
누구한테 말하지 않고 속으로 저 작품을 하면 정말 생생하게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대표님이 시나리오가 하나 들어왔다더라. 장 감독님 작품이었다. 다 다르지만 보통 배우들은 시나리오를 받으면 며칠 고민한다는데, 난 빨리하겠다고, 얼른 연락드리자고 했다. '리바운드'를 만난 건 나한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한 기회였다. ▷ 부산중앙고는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던 기적을 일으켰다. 안재홍의 인생에도 이런 기적 같은 순간이 있었나?
'1999, 면회'로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GV(관객과의 대화)를 했다. 첫 장편 주연작으로 부국제에 가서 관객과 대화했던 그 순간을 되게 못 잊을 거 같다. 내 첫 장편 주연작을 본 관객들이 질문해 주시고 내가 답하는데 너무 벅차올랐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경험이었다. 그 작품과 그 시간 덕분에 '족구왕'을 만났고, '족구왕' 덕분에 다른 작품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나한테는 시작 같은 순간이어서, 그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고 기적 같다고 생각한다.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안재홍에게 '리바운드'는 어떤 의미로 남을 거 같나? 내가 '족구왕'을 찍은 지가 벌써 10년 정도 됐더라. 10년 만에 코치가 된 그런 기분이다. 정말 묘하게도 '족구왕' 때 유니폼이 한 벌이었데, 하늘색 반팔티에 하늘색 반바지였다. 그게 부산중앙고 유니폼 같다는 생각도 들고, 촬영할 때 기분이 묘했다. 처음 '리바운드' 편집본을 보는데 '족구왕' 때 좋았던 순간이 '리바운드'에도 담겨져 있는 거 같아서 개인적으로 찡했다.
그날 저녁에 '족구왕' 우문기 감독님에게 전화해서 '리바운드' 편집본을 봤는데 그때가 너무 많이 생각나더라고 이야기했다. 감독님이 "진짜? '족구왕' 보고 '리바운드' 본 사람들은 더 재밌겠네?"라며 응원해줬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좀 큰 의미가 될 거 같다.(웃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