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1일 '필수의료 취약지 발표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 제공 전남과 울산, 세종이 전국에서 필수의료 인프라가 가장 취약하다는 시민단체의 조사결과가 나왔다. 모두 기피 과(科)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 등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국립 의과대학이 관내에 없는 지방자치단체들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1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필수의료 취약지 분석발표 및 공공의료 확충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17개 시·도별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등 5개 필수진료과목의 전문의 분포와 더불어 정부가 지정한 지역책임의료기관의 과목 개설현황을 분석했다.
지난달 대구에서도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입원 가능 병원을 찾아 2시간이나 헤매던 끝에 숨지는 등 의료공백 피해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중증·응급상황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 인력이 부족한 데다 지역별 인프라 격차도 상당하다.
경실련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기준 총 372개 종합병원의 과목별 전문의 수를 인구 10만 명당 수치로 환산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역완결적 의료를 위해 인구 수·이동시간·의료이용률 등을 기준으로 세분화한
중진료권 지역책임의료기관에 설치된 필수과목 개설률도 살폈다.
경실련 제공이러한 지표로 분석한 결과,
전남, 울산, 세종은 5개 필수의료 과목이 전부 '전국 평균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목포시의료원과 순천의료원 모두 응급의학과 간판은 있었지만 전속 전문의는 '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과 울산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청과·응급의학과의 개설률이 0%였다.
경실련 제공의료법에 따라
보유병상이 300개가 넘는 종합병원은 9개 이상의 진료과와 전문의를 갖춰야 하지만, 이 기준을 위반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310병상이 있는 순천의료원은 외과 전속 전문의가 전무했고, 산부인과도 없었다. 508병상의 대구의료원도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청과의 경우, 충남 천안의료원(327병상)·목포의료원(329병상)은 과목 자체가 없었고, 경북 포항의료원(312병상)도 전속 전문의를 배치하지 않아 법령 위반인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은 외과 전문의(10만 명당 2.09명·전국 평균 4.47명)와 산부인과 전문의(2.08명·전국 평균 4.13명)가 전국에서 가장 부족했다. 소청과는 경북(0.91명·전국 평균 1.80명), 응급의학과는 부산(2.77명·전국 평균 3.74명)이 인력난이 제일 심했다.
응급의학과는 300병상 초과 병원에서 설치해야 해야 하는 필수진료과가 아니다 보니 개설률이 5개 과 중 최저치(평균 37.8%)로 나타났다.
전남·울산·세종에 이어 의료 인프라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인천은 외과·산부인과·소청과 등 3개 과목이 전국 평균 미만이었다.
네 지역 모두 국립의대가 없어 공공병원의 필수 과 의사 확보가 어렵다는 게 경실련의 지적이다.
다만, 충북은
충북대 의대가 있음에도 정원이 5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북은 내과·외과·소청과 등 3개 진료과가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대전·부산·충북은 응급의학과 1과목이 평균치 미달이었다.
경북과 경기, 경남, 인천 등은 상대적으로 과목 개설률이 높았다. 하지만 지정 의료기관 면면을 보면 이들 지역도 '완결적 지역의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수도권인 경기의 경우,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은 소청과 전문의가 한 명도 없었고 안성병원과 이천병원은 산부인과 전문의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수도권-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는 여전했다.
서울은 4개 진료권의 책임의료기관이 모두 100%의 개설률을 기록한 반면 대전·광주·울산·세종은 지방의료원이 없어 과목 개설률도 0%였다. 경실련은 필수진료과목 미개설로 의료법을 위반한 병원에 대해 즉각 시정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익추구형 민간의료체계에서는 특정 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일부 과목의 수가 인상 및 처우 개선은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경실련의 입장이다.
이들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수급 불균형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권역별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최소 1천 명 증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단순히 머릿수만 늘리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의사를 배치할 수 있도록 지역의료를 책임질 의사를 국가가 직접 선발·훈련시키는 공공의과대학을 세우자는 것이다.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에 우선 설립하되, 소규모 국립의대 증원과 국방·보훈·소방·경찰·교정 등 특수목적 의대 신설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은 복지부-대한의사협회의 의정협의를 들어 "이해당사자만 참여하는 편협한 논의구조에서 벗어나 시민사회·소비자 및 지방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역 시민사회계와 연대해 의료취약 지자체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릴레이 정책협약을 맺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