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소방본부 제공연쇄 방화범이 화재 현장에 출동한 화재 조사관이 예리한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12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둔산소방서 화재조사관들은 연쇄적으로 일어난 쓰레기 화재 현장에서 방화 용의자로 의심되는 30대 남성 A씨를 검거해 경찰에 인계했다.
이날 오전 3시 58분께 중구 태평동 도롯가에 쓰레기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둔산소방서 소속 오진택 소방경, 김종해 소방위, 염재민 소방교는 방화를 의심했다.
인적이 드문 시간이었고 쓰레기에서 발화할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1차 화재 발생 40여 분 만인 오전 4시 38분께 용문동에서 유사한 화재가 다시 발생하자, 이들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청바지에 흰옷을 입고 마스크를 낀 장신의 젊은 남성이 라이터를 켜 쓰레기에 불을 지르는 모습이 찍혀 있었고, 화재 조사관들은 이 남성 A씨를 방화 용의자로 특정했다.
40여 분 뒤인 오전 5시 21분께 이번엔 괴정동에서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다.
이들은 현장에 방화 용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현장을 살펴봤다.
실제로 A씨는 화재 현장과 15m 떨어진 지점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조사관들은 그를 현장에서 곧바로 검거해 경찰에 인계했다.
A씨는 당시 방화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후 경찰 조사에서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결국 방화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A씨 검거에 큰 공을 세운 이들은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방화로 인한 시민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