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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예상치 밑돈 美 3월 CPI…한국은행도 숨통 트이나

금융/증시

    시장예상치 밑돈 美 3월 CPI…한국은행도 숨통 트이나

    인플레이션 잡혔나? 美 CPI 5.0%↑ 전달대비 1.0%p↓
    다음달 FOMC 베이비스텝 밟을 듯
    한국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2%…1년 만에 가장 낮아
    최고금리 수준 3.75%까지 열어뒀지만 수출·내수 동반 부진
    지난해 4분기 '역성장' 이어 올해도 '빨간불'
    경제성장률 잇달아 하향조정…경기둔화 우려
    3년속 동결 가능성 '솔솔'

    연합뉴스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미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가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렸던 한국은행도 미국발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시장예상치보다 하회…1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

    미국 노동부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 대비 5.0% 올랐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2월의 6.0%보다는 1.0%p 하락했고 월가 예상치(5.2%)보다도 0.2%p 낮았다.

    3월 CPI 상승률 5.0%는 미국 물가 불안이 본격 시작된 지난 2021년 5월(5.0%) 이후 1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이로써 미국 CPI는 9개월 연속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앞서 지난해 6월 미 CPI는 전년동기 대비 9.1%로 최고조를 찍었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을 이끌었다.

    전월 대비 기준 3월 CPI는 0.1%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0.2%보다 낮았다.

    다만 3월 CPI 중 에너지와 식료품을 뺀 근원 CPI는 전년동기 대비 5.6% 올라 2월 (5.5%)보다 0.1%p 상승했다.

    물가상승세가 꺾이면서 다음달 2~3일로 예정된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폭이 0.25%p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미 FOMC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인 연 4.75~5.0%까지 인상했다.

    한국은행, 경기둔화 우려에 두 차례 연속 금리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은 금통위는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3.5%까지 3.0%p나 급격히 올린 뒤,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숨고르기'에 들어간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배경에는 3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2%까지 떨어지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이 가시화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창용 총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와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과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미 CPI가 시장예상치를 하회하면서 한은도 다음달 금통위에서 3연속 동결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금통위원들이 최고금리 수준을 연 3.75%까지 열어두기는 했지만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으로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조정되는 등 경기침체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4분기에는 고물가 지속과 금리 인상에 따른 민간소비 감소, 글로벌 수요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겹치면서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이 10분기만에 -0.4%로 역성장했다.

    이 총재가 "정보기술, 경기 부진 심화 등으로 성장률이 2월 전망치인 1.6%를 소폭 하회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 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을 점검해 나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배경에도 경기둔화 우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에도 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통화정책방향, 물가에서 경기로 이동할까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p 하향 조정했다.

    올해 1월에 전망치를 0.3%p 내린데 이어 또다시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IMF는 지난해 7월, 10월, 올해 1월, 4월 등 4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내렸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 무게 추도 물가에서 경기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문을 통해 "당분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보다는 경기둔화 우려를 감안해 최고 금리 수준에 근접한 현재의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흥국증권 채현기 수석연구위원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경기'라는 단어를 수차례(26번) 언급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점이 이번 금리 동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채 연구위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금융시장에서는 이번 동결로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향후 물가상승률이 추가로 둔화되고, 부진한 경기 흐름이 지속적으로 관찰될 경우, 한은과 금융시장간 기대감의 괴리는 좀 더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한미금리차가 1.50%p로 지난 2000년 10월 이후 22년여 만에 최대 역전 폭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경우, 한은도 보폭을 맞추기 위해 추가 인상 여부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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