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소년에게 총을 쏜 집주인 앤드류 레스터와 총에 맞은 소년 랠프 얄. 연합뉴스미국 미주리 주에서 10대 흑인소년이 엉뚱한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가 집주인에게 총을 맞아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17일(현지시간) AP 등 미국 언론들은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사는 16세 소년 랠프 얄이 지난 13일 밤 형제들을 데리러 가다가 실수로 다른 집 초인종을 눌렀는데 집주인이 랠프의 머리와 팔에 총 2발을 쐈다고 보도했다. 이 소년은 머리와 팔에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지 경찰은 얄이 병원에서 회복 중이며 현재 안정적인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사건 당일 주소가 '115번 테라스'인 집에서 형제를 데려오라는 부모의 심부름으로 이 동네를 찾았다가 주소를 잘못 보고 '115번 스트리트'에 있는 집의 초인종을 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소년에게 총을 쏜 집주인은 84세 앤드류 레스터로, 그는 1급 폭행과 무장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얄의 변호사들은 성명에서 소년이 '백인 남성 가해자'의 총에 맞았다며 "카운티 검사와 법 집행기관의 신속한 조사와 체포, 기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 총격이 인종과 관련한 동기로 발생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현재 우리가 지닌 정보로는 인종적인 동기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이 사건에 인종적인 요소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고 답했다.
이 문제는 인종차별 문제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백인 남성이 흑인에 대한 편견으로 10대 소년에게 총을 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 주민 수백명은 사건이 발생한 집 앞에 몰려와 달걀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2020년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서 자주 쓰이는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쳤다.
CNN은 이 사건 이후 얄의 이모가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서 가족의 의료비 마련을 돕기 위해 시작한 모금에 이날 아침까지 100만달러(약 13억2천만원)가 넘는 돈이 모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