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신축 주한 프랑스 대사관 개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최근 광범위한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달 들어 단독 공개 일정만 모두 11건으로 사회적 약자, 동물 보호, 문화·예술 등에 관심을 쏟는 모습이다. 이에 야당에서는 '조용한 내조' 약속을 어겼다며 공세를 퍼붓고 일각에선 '제2부속실' 설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봄철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면서 김 여사를 초청하려는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며, 야당이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입장이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4일, 11~15일, 17일에 단독 공개 일정을 진행했다.
우선 4일에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전통공연·예술 분야 전승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여사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전통공연과 예술을 지키고 계신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나라 위상이 이만큼 높아질 수 있었다"라며 전승자들을 격려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우리 전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전통공연 기회 확대와 지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김건희 여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 추대식 및 나눔실천 기부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대통령실 제공11일에는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열린 제5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명예회장 추대식 및 나눔 실천 기부자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그동안 대통령 배우자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해왔지만, 명예회장 및 대통령 배우자가 직접 모금회를 방문해 추대식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 여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사랑과 희망을 전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으며 가족 기부자, 튀르키예 지진 성금 기부자 등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베풀고 계신 여러분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격려했다. 이밖에도 강원도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성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12일에는 경기 파주 국립 6·25 전쟁 납북자 기념관에서 납북자와 억류자 가족들을 만나 "너무 늦게 찾아뵈어 죄송하다"며 손을 맞잡고 위로를 건넸다.
김 여사는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우리 국민의 일이고 우리 모두의 아픔이다. 수십 년 동안 한이 되었을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납북자·억류자의 생사 확인과 귀환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가 12일 경기도 파주시 국립6·25전쟁납북자기념관을 찾아 납북자·억류자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13일에는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보훈처의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 참석해 전몰·순직군경의 유가족과 이들의 어린 자녀를 후원·지도하는 멘토단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한 나라의 품격은 우리가 누구를 기억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제복 입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끝까지 기억하고 제대로 예우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출범식 참석에 앞서선 순직 경찰인 고(故) 유재국 경위의 가정을 방문해 배우자 이꽃님씨와 아들 이현 군을 만나 "유 경위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평화롭고 안전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고 위로했다.
14일에는 대전을 찾아 독거노인 및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식 빨래방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등 민생 행보를 펼쳤다.
김건희 여사가 14일 대전을 찾아 독거노인 및 소외계층을 위한 이동식 빨래방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대전 중구의 태평전통시장을 찾아서는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떡, 참기름 등을 구매했다. 시장 자선 경매장인 '백원경매' 행사장에서는 윤 대통령의 빨간색 넥타이를 기부하기도 했다. 시장 방문 후에는 최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음주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사고 현장을 찾아 배 양을 추모하기도 했다.
주말인 15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을 만나 "동물권 진전을 위해 정책 교류를 이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이날 완공된 주한프랑스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얼과 프랑스 고유의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축물"이라고 축하했다.
17일에는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해 야생동물 구조 및 치료·재활 현황을 살피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김 여사는 "야생동물 구호를 위한 홍보와 지원이 확대되도록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건희 여사가 17일 충남 예산군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해 구조된 야생 너구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김 여사 보폭 더욱 넓어질 듯…대통령실 "봄철 행사로 참석 요청 늘어"
김 여사의 보폭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봄철에 접어들면서 여러 행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봄철이 되니까 지난 겨울보다 행사 참석 요청이 굉장히 늘었다"며 "그래서 선별해서 가지만 아마 겨울보다는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측면이 있지 않나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으로 가지 못하는 행사를 김 여사가 대신 가는 측면도 있다.
이 관계자는 "지역 방문이라든지, 행사 참석이라든지 대통령이 참석해 달라는 요구가 굉장히 많다"며 "국정을 살피면서 행사에 많이 나가는 게 상당히 어렵다. 이렇게 되면 각 지역이나 행사를 주최하시는 분들은 대통령께서 못 오시면 영부인이라도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전시 기획자인 김 여사에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참석을 부탁한 것처럼 비슷한 요청이 쇄도한다는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개관식에 앞서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환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野, '조용한 내조' 약속 어겼다 비판…제2부속실 설치 목소리도
하지만 야당은 이러한 김 여사의 대외 행보를 놓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때 약속했던 '조용한 내조'는 어디 갔느냐며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보이지 않고 김 여사의 행보만 도드라져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민생을 제쳐둔 채 김 여사 행보에 트집을 잡으며 정쟁화에만 몰두한다는 시각이다.
김 여사 행보 역시 사회적 약자, 동물 보호, 문화·예술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등 꼭 필요한 일정을 선별해서 간다는 설명이다.
김건희 여사가 13일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출범식에서 K-9 자주포 사격훈련 중 폭발사고로 순직한 고(故) 이태균 상사의 자녀와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행사가 갑자기 잡히는 게 아니라 이전부터 조율이 많이 들어간다"며 "일정들을 취합해 사회적 약자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선별해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 활동 확대에 따른 '제2부속실' 설치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에 따라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아직까지 제2부속실 설치에 선을 긋고 있다. 공약 사안인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제2부속실 부활 의견이 나온다'는 질문에 "국민 여론을 들어가며 차차 이 부분은 생각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공약 사항이라 아직까지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여건이 되면 나중에 설치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여사의 긍정적인 역할이 큰 만큼 국민들께 양해를 구하고 하루빨리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