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회 위원 중 2명이 20일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떠났다. 각각 비둘기와 매 역할을 맡았던 주상영 금통위원과 박기영 금통위원이다. 주 위원의 경우 한은이 제 1책무인 물가안정 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부문 안정까지 감안해 그동안과는 다른 접근법을 고민해야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주 위원은 이날 이임사에서 "최근 물가안정과 성장, 물가와 금융안정 간 상충관계가 첨예화된 것으로 보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면서 물가안정은 물론 성장과 금융부문 안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한은의 입장을 언급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중의 인플레이션이 과거와 차별화된 모습은, 특정 부문에서의 공급 차질로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다른 부문으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연쇄적 가격 상승이었다는 점"이라며 수요가 줄어드는 부문이 있음에도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주상영(왼쪽)·박기영 금통위원. 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팬데믹 기간의 이례적 인플레이션을 이렇게 진단한 뒤 주 위원은 "정책 대응의 방향이나 강도에 있어 (총수요와 총공급 등 총량개념 대신)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재직 내내 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물가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되, 경제 성장 지원 등을 위해 기존의 접근 방식을 고수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뚜렷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좀 더 관찰하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주 위원은 임기 중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23번의 금통위 본회의에서 모두 5번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가운데 4번이 금리 동결 의사였다. 지난 1월 현 수준인 3.5%로 0.25%p 올릴 때도 주 위원은 "인상에 명백히 반대"했었다.
이날 함께 이임하면서 1년 6개월의 짧은 임기를 마친 박기영 위원은 "많은 분들이 저를 금통위 개최 횟수 대비 기준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사람이라고 말한다"며 "그보다 한국은행으로부터 재직기간 대비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박 위원은 재임 기간 단 한 번도 소수 의견을 내지 않아 철저한 중립 성향이라고 여겨졌다. 다만 지난달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통화 정책 전환(pivot·피봇)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물가와 금융 안정이라는 한은 책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매파적 발언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