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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대책마련 나선 당정…'우선매수권' 실효성 괜찮나

경제정책

    뒤늦게 대책마련 나선 당정…'우선매수권' 실효성 괜찮나

    정부·여당, 당정협의에서 우선매수권 추진 의사 밝혀
    일부 피해자 원하는 방안이지만 금전적 부담 상당
    법률 개정에 명분 필요…국회상황·野입장 고려할 때 5월까지 논의 어려울 수도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20일 당정 협의를 통해 피해 주택의 경·공매를 유예하는 한편, 경매에 부쳐질 경우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선매수권 부여는 임차인이 살던 곳에서 내쫓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지만 어느 정도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당정 "실질적 도움 방안 밀도 있게 논의"…'경매유예·우선매수권·저리대출' 제시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된 30대 A씨의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입구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된 30대 A씨의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 입구에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황진환 기자
    당정은 이날 국회에서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을 밀도 있게 논의했다"며 △금융권과 금융권이 매각한 채권에 대한 경·공매 유예 유도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 부여 △낙찰 시 구입자금 마련을 위한 장기 저리대출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공매 유예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국무회의에서 직접 추진을 지시했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재정 형편을 고려한 저금리 대출 또한 다양한 방향으로 추진돼 오는 등 예견된 결론이었다.
     
    우선매수권도 전날 기자간담회를 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범부처 협의 당시 추진을 제기했던 사안이라며 정부 내에서 논의가 돼 온 사안임을 밝혔지만, 앞선 두 대책과는 달리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매수권으로 낙찰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최고가 낙찰로 인한 금전적 부담 상당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하기로 한 20일 오전 시민들이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를 유예하기로 한 20일 오전 시민들이 인천지방법원 경매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매수권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자신이 살던 집의 경매에 입찰한다고 해서 무조건 임차인에게만 낙찰 권한을 주거나, 싼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는 아니다.
     
    임차인이 아닌 입찰자들이 참여한 경매에서 최고가가 신고 될 경우, 입찰자보다 우선해서 낙찰 받을 수 있지만 같은 가격, 즉 최고가를 내야지만 낙찰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입찰경쟁이 치열할 경우에는 상당한 가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지분공유자, 부도 임대주택 등 특수한 경우에서 인정하고 있는 현행 우선매수권 제도 모두 최고가 입찰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이들 제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부 자금 여력이 있는 피해자들의 경우에는 환영할 수 있겠지만, 가격이 높은 주택에 거주하고 있거나 매입여력이 없는 피해자들은 제도가 마련돼도 이를 활용할 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세사기 사태에 앞서 기존에 살던 전셋집을 낙찰받으려는 세입자분들의 경우에도 다른 경매꾼들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면 낙찰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보다 높고 안전한 금액을 써서 내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미 전세금을 사기로 날려서 돈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적인 대출로 낙찰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리 저금리라고 해도 수억원씩 대출을 받아서 살던 집을 낙찰 받으면 감당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쉽지 않은 법률 개정 과정…"4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5월도 논의 쉽지 않을 수도"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또 다른 걸림돌은 법률 개정 사안이라는 점이다.
     
    원 장관에 의하면 우선매수권은 지난 3월 논의 당시에도 국토부 측이 제도 도입을 제안했지만 주무부처인 법무부 등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달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경·공매를 주관하는 법무부 입장에서 볼 때 최고가 신고자를 입찰자로 한다는 경매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면서까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제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정에 참여한 법무부 차관이 긍정적,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으니 안을 마련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형평성이라든지, 만인 앞에 평등한 법 집행과 같은 원칙 때문에 고민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법무부를 소관 부처로 두고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27일 본회의 전까지 별도의 회의 일정을 잡아두고 있지 않다.
     
    법무부가 빠르게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의 대표발의로 상정이 되더라도 4월 내 논의는 사실상 어렵다.
     
    당정은 이 시간을 경·공매 유예를 통해 벌어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매입을 통해 우선 피해자 지원에 나서자는 자신들의 대안이 국민의힘에 의해 거부당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자는 우선매수권 제도 도입에 마냥 찬성을 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법안이 아직 발의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안 내용을 가지고 언제 어떻게 통과될 수 있을지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여당에서 빠르게 발의를 해도 논의와 숙려기간이 있는 데다, 먼저 들어온 법안을 먼저 처리하자는 선입선출을 원칙으로 하게 된다면 4월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5월도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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