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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학교 시범사업 한 달…결국 교사들만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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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봄학교 시범사업 한 달…결국 교사들만 '죽을 맛'

    늘봄학교 에듀케어, 인력 못 구해 담임이 맡아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어 수업 준비에 '진땀'
    행정 업무에 일반 수업준비에 저녁 7~8시 퇴근
    교사 업무 부담 줄이기 위한 대책도 '무용지물'
    시범학교 80개교 중 55개 학교는 한시적 운영 결정
    돌봄 시간은 확대…인력 충원은 없어 업무 가중 우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에서 인력 배치해주기만 기대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교사의 업무 비중 중 80%는 행정이고, 수업은 20%밖에 되지 않아요. 근데 늘봄학교 시범사업 이후에는 전체 업무가 120%로 늘었다고 보면 됩니다."

    늘봄학교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경기 김포시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급의 담임을 맡고 있는 A교사는 정규 수업이 끝나는 낮 12시 20분부터 오히려 더 바쁘다.

    시범학교는 1학년생을 대상으로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하는데 학교 측에서 전담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A교사가 이 업무를 반강제로 맡게 됐기 때문이다.

    낮 12시 20분부터 오후 1시 40분까지 80분간 에듀케어 수업이 끝나고 학교에서 배정한 학부모회 운영 업무, 인사위원회 업무까지 끝내면 오후 5시쯤이 돼서야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항상 해오던 수업 준비는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에듀케어 수업이다. 사전 지식 및 교육 없이 업무에 투입되다 보니 A교사 본인도 에듀케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놀이‧체험 프로그램, 자유놀이를 진행하라는 경기도교육청의 안내를 따를 뿐이다.

    A교사는 "학부모 민원 대응, 학교 청소, 일반 수업, 행정 업무에 에듀케어 수업까지 더해지니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판"이라며 "나도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인데, 항상 오후 7시~8시에 퇴근하나 보니 정작 내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준비 부족 탓?…늘봄학교 시범사업에 교사들 '업무 가중'



    초등학생 돌봄 시간을 확대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시범 운영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교사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교육부·교육청의 약속과는 달리 교사들은 '업무 가중'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늘봄학교 시범사업 대상 초등학교 80개교를 선정하고, 지난 3월부터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이들 학교는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최대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학습 지원을 위해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에듀케어 집중 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당초 도교육청은 교사들에게 업무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한시적 정원 외 기간제 교사 △방과후·늘봄지원센터의 인력 추가 배치 △지자체 협력 늘봄학교 운영 체제 구축 △교육지원청 인력 배치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교육부도 시범교육청의 방과후‧늘봄지원센터에 전담 인력 69명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거나 인력 대부분이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에 배치되면서 부담은 고스란히 교사들이 떠 안고 있다.

    결국 도교육청은 방과후학교 강사, 희망 교원, 퇴직 교원을 에듀케어 프로그램 강사로 활용하기로 했지만, 마땅한 인력이 없어 시범학교 80교 모두 학급 담임이 반강제적으로 에듀케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범학교 80개교 가운데 55개 학교는 3월 한 달간만 한시적으로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나머지 25개 학교만이 1·2학기 내내 에듀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기교사노동조합 임세봉 부대변인은 "새 학기를 시작하는 중요한 시기인 3월, 교사들은 본연의 업무인 학생 관리, 수업 준비를 하지 못하고 돌봄 대체용 인력으로 투입되고 있다"며 "이는 도교육청이 충분한 준비 단계 없이 시범 공모에 신청했을 때부터 우려되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력 충원 없는 돌봄 확대…또 다른 업무 가중 우려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경기도교육청 제공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경기도교육청 제공
    교사들은 돌봄 시간 확대로 인한 업무 가중도 우려하고 있다.

    시범학교 80개교 가운데 3개 학교는 돌봄시간을 당초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까지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나머지 77개교는 오후 7시로 확대했다.

    문제는 돌봄시간이 확대됐지만, 인력 충원이 없다는 점이다.

    당초 이들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돌봄 전담사는 모두 221명으로, 시범사업 이후에도 인원은 그대로다.

    수원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돌봄 전담사가 쉬는 경우 교사가 대체 인력을 구하는데, 대체 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교사가 돌봄을 맡아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인력이 충분해야 하지만 정부와 교육청은 대책없이 돌봄 시간만 늘리려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교육청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2월부터 실제 늘봄학교를 운영한 3월까지 한 달간 인력을 보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교육부에서 기간제 교원과 자원봉사자, 퇴직 교원을 배치하겠다고 했으니 이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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