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워싱턴DC 매사추세츠가에 위치한 주워싱턴 한국문화원 외벽에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한 게시물이 설치된 모습. 대통령실 제공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주 미국 국빈 방문은 그간 굳건했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 향후 70년의 미래를 기약하는 양국 협력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양국의 '전략동맹' 확장과 함께 북핵 위협에 대비한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보·경제·문화 등 다방면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 중심의 정상 외교도 이번 국빈 방문의 관전 포인트다. 공급망 협력 강화 등 양국 간 첨단기술동맹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윤 대통령의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과 하버드대 정책 연설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12년 만에 국빈 방문으로 미국 측의 예우도 각별할 것으로 보인다.
尹대통령, 24~30일 국빈 방미…2011년 이후 12년 만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4일부터 30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의 국빈 방미는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주말 동안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과 회담 막판 준비에 주력했다"며 "국내에 남아 있는 참모들에게 여러 당부도 하고 전세사기 등 현안도 챙겼다"라고 밝혔다.
한미 정상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첫 회담 이후 마드리드, 런던, 뉴욕, 프놈펜에서 만났으며 이번이 6번째 만남이다.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후 2번째로 맞이한 국빈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 연합뉴스윤 대통령은 25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미국 워싱턴에서 4개 경제 행사를 소화할 예정이다. △투자 신고식과 한미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한미 첨단산업 포럼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센터 방문 △글로벌 영상콘텐츠리더십포럼 등이다.
먼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는 양국 주요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참석해 첨단 과학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미 첨단산업 포럼은 양국 170여개 인사들이 모여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의 경제협력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이번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 사절단은 민간 주도로 122명 규모로 구성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경제 사절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주요 그룹 대표들과 6대 경제단체 회장도 동행한다.
윤 대통령은 또 NASA(미국 항공 우주국) 우주센터 중 한 곳인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해 우주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근무 중인 한인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나사와 향후 우리나라에 설립할 우주항공청 간 협력 체계 구축 등도 논의한다.
영상콘텐츠리더십포럼에서는 CJ, 왓챠, 파라마운트, NBC유니버설, 월트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참석해 협력 모델 창출과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투자 협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저녁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워싱턴DC에 있는 한국전쟁기념비도 방문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순방 도중 한미 주요 인사 300여 명과 감사 오찬을 갖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 3명에게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을 직접 수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외국 현지에서 무공훈장을 친수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정상회담 주요 의제는…확장억제·전략동맹·경제 등 다방면 협력
백악관. 연합뉴스방미 사흘째인 26일 오전 백악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맞이하는 공식 환영식이 열린다.
이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연다. 북핵 위협 고도화에 대응한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억제는 우리나라가 핵 공격 위협을 받을 시 미국이 핵우산,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을 동원해 미 본토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양국 간 확장억제 실행력을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안 도출과 공동 문서에 담길 내용 등이 주목되고 있다.
회담에서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합의가 도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축적해온 정상간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이번 회담에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내용과 폭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이 의제에 포함될지 여부에 대해 "논의는 현재 준비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마련된 계획이 있고,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마다 미국 측과 협의를 해왔다고 설명했지만 글로벌 전략 동맹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룰 가능성도 높다. 한미 동맹이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된 점을 고려하면 중국·대만 양안(兩岸) 문제와 함께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20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유럽과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다양한 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선 "우리는 한국과 조약 동맹이며 (방위) 약속을 매우 진지하게 여긴다"고 했다.
회담 의제로 예상되는 양국 정보 공유 및 사이버 협정은 진전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문안에 국방분야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국방조달협정에 대해서 논의하자라는 문구가 있다"며 "그것보다 좀 더 진전된, 이번에 완결되기에는 이르지만 계속해서 챙기고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제 현안인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지도 관심사다.
이에 최상목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실제로 정상회담에서 논의 할지는 현장에 가봐야 안다"며 "이 분야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어떤 포괄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 정상께서 필요하다면 논의는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빈 만찬이 진행될 예정이다.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 국빈 만찬 등을 거치면서 70년 간 축적된 한미동맹의 성과를 축하하고 미래 동맹 발전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尹, 美 상·하원 연설…한미동맹 70주년, 미래 청사진 제시
윤 대통령은 27일에는 미 상·하원 합동 의회 연설을 진행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 의회 연단에 서는 것은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연설에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권의 공동 가치에 기반한 동맹의 70년 역사를 돌아보고 양국이 당면한 도전 과제를 진단하며 양국이 함께 지향할 미래 동맹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연설은 영어로 진행되며 30분 분량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키워드는 '한미동맹 70년의 역사'"라며 "지난 7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향후 70년 동맹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역사적 맥락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헤리스 부통령 내외와 블링컨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국빈 오찬에 참석한 뒤, 장소를 옮겨 미국 군 수뇌부의 정세 브리핑을 직접 받는다.
윤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클러스터가 있는 보스턴이다. 먼저 28일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디지털 바이오 분야 석학과 대담하고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하버드 대학교 연설에 나선다.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최근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과 대응 방안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지난 200년 간 미국이 이끌어온 경제적·정치적 자유의 확대 과정을 회고하고, 디지털 시대의 자유의 양면성에 대한 생각이 연설에 담겨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보스턴 일정을 끝으로, 29일 귀국길에 오른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미 의의가 △한미 연합방위 태세 공고화 및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협력의 구체화 △양국 미래세대 교류 지원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에 있다고 밝혔다. 김태효 1차장은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70년 동맹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우리의 모든 현재의 모습은 한미 가치동맹에 기반하고 있다라는 것을 재확인하는 동맹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경제 외교의 주요 키워드는 '공급망', '첨단 과학기술', '첨단기업 투자유치'로, 한미 간 첨단기술동맹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인 대통령과 함께 경제 중심의 정상 외교를 현장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