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검찰과 금융당국이 SG증권발 폭락사태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가운데 배후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다. 주범으로 지목된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인 라덕연 회장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 주가 폭락 직전 주식을 대량 매도해 거액을 챙긴 해당 주식 대주주들을 지목하고 나서면서 향후 수사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과 합동수사팀을 꾸리고 이번 대규모 주가 조작 스캔들 관련 통정거래를 통한 주가 조작, 주가 폭락 직전 대주주의 대규모 주식 거래 및 사전 인지 여부, 공매도 세력 개입 여부 등의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라덕연 회장 등 이미 거론된 관계자 10명 외에도 공범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1일 "(거론된 인물들이) 어떠한 위치인지 좀 더 정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주식을 사기만 했다며, "나 역시 40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돈을 번 사람이 배후자라고 생각한다"고 배후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을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했다. 검찰이 라덕연 회장을 빠르면 이번주 소환조사해 이와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면 곧 김익래 회장 등 대주주로 거론된 10명에 대한 수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 3245원에 시간 외 매매로 처분해 총 605억 4300만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발생 2거래일 전에 이뤄졌다. 시장에서도 '김 회장이 대량 매도로 인한 주가 폭락을 이미 알고 있던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연합뉴스주가조작 일당으로 가수 임창정 씨 등 자산가들이 거론되면서 검찰로서는 피의자를 어디까지로 한정해야 할지도 고민거리다. 임 씨는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주가조작과도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해 여부'는 피해자인지 여부를 가리는데 유일한 기준은 아니다. 만일 H업체의 투자방식이 불법에 가깝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사람에게 이런 투자를 권유했을 경우 사실상 다단계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범행 규모가 커졌다는 점, 아주 장기간에 걸쳐서 주가조작을 실행했다는 점 등 보통의 주가조작 사건과는 다른 치밀함을 갖고 있다. 그만큼 피해자와 가해자를 가려내는 과정도 복잡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해 여부와 관련 없이 H업체의 투자 방식이 불법에 가깝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권유했다면 사실상 다단계 사기로 볼 수도 있다. 현행법은 다단계 사기 여부를 인지하지 못해도 투자금을 유치했다면 다단계 사기 중간책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투자자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주식 계좌를 만들어 통정거래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투자 수익률이 30%가 넘으면 정산해 주고 다른 투자자도 소개받으며 투자자를 대거 늘려 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익, 투자 규모가 크고 이에 대해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나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이 '불법적인 투자'임을 인식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면서 "가담의 정도가 중한 사람 위주로 우선 기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조작은 '엑시트'가 제일 힘들다. 마지막 단계에서 엑시트 하지 못했다고 해서 피해자로 규정할 수는 없다. 만일 이렇게 적발되지 않았다면 주가조작으로 인해 엄청난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거래소가 2020년 1월 2일부터 최근까지 이번 사태에 연루된 8개 종목의 최저가와 최고가를 비교한 결과 대성홀딩스는 2020년 2월 24일 7550원에서 지난 3월 30일 13만 9000원으로 1741.06% 급등했다. 선광은 1625.18%, 다우데이타는 1220.53%, 삼천리는 863.24% 폭등했다. 서울가스는 757.14%, 세방은 745.05%, 다올투자증권은 498.67%, 하림지주는 404.84% 올랐다.
연합뉴스검찰과 금융당국은 주식들의 주가 폭락 전 일부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한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선광의 경우 평소 10주 미만이었던 공매도 물량이 폭락 직전인 19일 4만주 이상 나오는 등 이상 징후가 잇따라 포착됐다. 사전에 주가 하락 정보를 취득하거나, 또는 주가 하락을 계획해 이득을 챙긴 세력이 있는 것으로 금융위는 의심하고 있다.
이번 폭락 사태 피해자 수는 약 1000명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을 포함한 피해 금액은 최대 8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피해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집단고소를 준비하고 있으며, 국민청원, 카카오톡 오픈카톡방 등 다양한 경로로 모여 집단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피해 사례를 모집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현재까지 피해자 80여명이 집단고소에 참여했으며 피해 규모는 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