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제공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부패는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부패 근절은 경제 발전을 위한 필요 조건으로 인식된다.
중국은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초고속 성장을 이룩했고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초강대국 입지에 섰다. 반면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의 강력한 부패 척결 노력은 오히려 성장률 둔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2023년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에서 2023년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5% 내외로 발표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991년 이후 최저치다. 이러한 부패와 성장의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존스홉킨스대학교 정치학 교수이자 중국의 정치 경제 전문가인 저자 위엔위엔 앙은 과학적이고 방대한 연구를 통해 부패에는 여러 유형이 있으며 어떤 부패는 사회와 경제에 독이 되지만 어떤 부패는 단기적인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성장이 너무 빨라서 부패가 발 디딜 틈 없었다거나 중국의 부패가 다른 나라의 부패에 비해 덜 파괴적이어서 성장을 방해하지 않았다고도 하지만, 이런 견해의 공통점은 모든 부패를 나쁘게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중국의 만연한 부패에도 불구하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부패는 무조건 나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부패를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남북전쟁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미국의 정치, 사회,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한 '도금 시대'에 미국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불평등도 심해졌지만 영국을 넘어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 했고, 이후 과도한 부패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치, 행정 개혁을 추진해 사회 안정을 이루며 진보시대(1890~1920)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며 오늘날 중국도 미국의 '도금 시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어디로 향하는가. 책은 오늘날 시진핑의 장기집권과 함께 강력한 반부패 운동 효과에 대해서도 장·단기로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많은 사업가와 지방 리더, 공무원들이 비즈니스 활동을 줄이거나 해외 도피, 복지부동을 취하며 경제 성장은 저하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부정부패와 정실 자본주의를 뿌리 뽑아 건강한 경제체제와 규율 있는 행정부가 마련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중국을 찬양하거나 폄하하는 모든 주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라고 말하면서 부패와 성장의 관계를 새롭게 볼 때 중국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위엔위엔 앙 지음ㅣ양영빈 옮김ㅣ한겨레출판ㅣ372쪽ㅣ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