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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가조작단, 특정 종목 시초가·종가 형성에도 개입"

금융/증시

    [단독]"주가조작단, 특정 종목 시초가·종가 형성에도 개입"

    "직원 실수로 주가하락시 업체측 차명계좌로 매수"
    조직적 주가조작 추가 정황…지시·보고 체계 갖춰
    "시세 조종 안 했다"는 라덕연 주장과 배치

    연합뉴스연합뉴스
    8개 종목 주가 폭락 사태와 맞물려 불거진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작전 세력으로 지목된 이들 사이에선 원하는 수준의 시초가‧종가 형성을 위한 지시와 이행 작업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세력 핵심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는 시세 조종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와 배치되는 또 다른 정황이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이들은 특정 종목의 시초가‧종가 형성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임 받은 투자자들의 계좌를 활용해 윗선의 지시에 맞춰 주식시장 개장‧마감 직전 매매 물량과 이에 대한 호가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주가 형성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거래 종목의 개장 가격과 마감 가격을 뜻하는 시초가와 종가는 각각 개장 20분 전, 마감 10분 전 접수된 매도‧매수 호가들을 바탕으로 적정한 하나의 가격을 찾아 결정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수량을 특정 가격에 팔겠다는 주문과 많은 수량을 해당 가격에 사겠다는 주문이 겹치면 그 수준에서 시초가와 종가가 형성된다"며 "이 가격 형성에 인위적으로 개입했다면 누가 봐도 주가조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로 직접 거래를 했으며, 거래 전 특정 종목 매수‧매도 수량까지 꼼꼼히 정해두는 등 미리 만든 스케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직원 한 명당 투자자 휴대전화 8대 가량을 관리했으며, 이를 이용한 거래 내용은 투자업체 사내이사인 A씨에게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주가조작. 연합뉴스주가조작. 연합뉴스
    특히 직원들의 매매 실수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엔 투자자 것이 아닌 아닌 업체 측의 차명 계좌로 매수해 주가 부양을 시도했다는 취지의 증언도 나왔다. 라덕연 대표는 줄곧 "시세 조종은 안 했다"고 밝혀왔지만, 속속 드러나는 정황은 그와 반대되는 내용들인 셈이다. 본인이 대포폰으로 주식 매매를 지시한다며 "제가 지휘의 흔적을 남기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다 세팅을 해 놨거든요"이라고 말한 투자자 설명회 발언 녹음 파일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 의심 세력은 활동 초기엔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약 3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지급했고, 이 같은 수익 성과가 입소문을 타고 번지면서 투자자 규모도 급속도로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세력 핵심인물들은 라 대표와 A씨 포함 6명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역할을 나눠 부동산 '큰 손'과 의사 등 재력가들을 끌어오고 관리했다고 한다. 투자금이 없고 부동산만 있었던 한 투자자의 경우엔 일당이 부동산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면서 투자 권유를 하자 이에 응했다가 손실을 보기도 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연합뉴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연합뉴스
    라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투자자 1천명으로부터 1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빚을 포함해 2조 원이 넘는 주식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수익이 나면 수수료를 제하고 남은 돈으로 추가 레버리지(차입) 거래를 하면서 투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차입 투자 결과 채무가 50억 원 이상 쌓인 투자자도 있다. 라 대표는 투자자 동의 없이 과도하게 빚을 내 거래한 점에 대해선 시인한 상태다.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라 대표를 비롯한 6명을 상대로 서울남부지검에 형사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오는 9일 이 같은 법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지난 1일 기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이들이 130명 정도 된다"며 "전체 손실 규모는 8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지만 채무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라 대표는 주가 폭락 사태를 촉발한 인물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을 지목하고 있다. 김 회장이 주가 추락 직전인 지난달 20일에 다우데이타 보유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함으로써 상속세를 아끼기 위한 차원의 주가 폭락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게 라 대표 측 주장의 골자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2일 라 대표를 명예훼손죄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김 회장은 고소장에서 "주식 처분은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 주가 조작 세력과 연계된 사실은 전혀 없으며 라 대표는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룹 총수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전혀 근거 없는 모함"이라고 주장했다.
     
    키움증권. 연합뉴스키움증권.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검찰과 금융당국이 합동수사팀을 꾸려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주가 조작 의심 시기의 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 중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양석조 남부지검장으로부터 직접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 받고 "자본시장 질서를 왜곡해 다수 투자자에게 대규모 피해를 준 불공정거래 범죄에 대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라"며 "주가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도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키움증권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의 시발점으로 거론되는 차액결제거래(CFD)와 관련한 규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내부 임직원이 연루됐는지 등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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