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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현장]'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건 우연이었을까



미국/중남미

    [워싱턴 현장]'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건 우연이었을까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1970년대 빌보드 히트곡 '아메리칸 파이'를 즉석에서 열창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국빈방문 만찬 때 불렀던 '아메리칸 파이'가 연일 화제다.
     
    한국의 한 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백악관이라는 역대 최고로 비싼 노래방에서 150조 짜리 노래 한곡 부르고 오셨다"고 비꼬았지만, 모두가 이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미국의 한 의원은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의 국가(國歌)나 다름없는 노래"라며 "이런 노래를 외국 정상이 불러주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감탄했다.
     
    '아주 미국적인(as American as apple pie)'이라는 숙어가 있을 정도니, 노래 제목만으로도 미국의 정체성과 정서를 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실제로 이 곡이 들어있는 앨범 커버에는 맥클린이 성조기가 그려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뇌종양으로 숨진 장남을 포함해 아들들이 어렸을 때 좋아했던 노래라고 개인사적 의미를 덧붙이기도 했다.
     
    누구 말대로, 윤 대통령이 만찬 때 미리 잘 짜여진 각본속에서 작정하고 이곡을 불렀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6월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열었는데 그때 "18번 곡은 돈 맥클린의 '아메리칸 파이'와 '빈센트', 그리고 송창식의 '우리는'"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니 노래 좋아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애창곡을 적절한 기회에 뽐낸 것인데, 소위 아귀가 맞아떨어지면서 화제성이 더해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건 그렇고 '아메리칸 파이'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노래일까.
     
    우리에게는 'Starry Starry Night'으로 시작하는 맥클린의 '빈센트(Vincent)'가 더 익숙하지만 '아메리칸 파이'의 'Bye Bye Miss American Pie'라는 코러스도 국내 모 CF에 삽입되면서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멜로디이다.
     
    1959년 신문 배달을 하던 중학생 맥클린은 떠오르는 신예 록가수 버디 홀리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았고, 그때 받은 영감을 토대로 1971년 이 노래를 발표했다.
     


    노래속 'The Day the Music Died'란 가사는 가장 미국적이었던 가수 버디 홀리의 죽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1959년 2월 3일 순회 공연을 위해 경비행기를 탔던 버디 홀리는 악천후를 만나 추락사하고 만다. 당시 버디 홀리는 20대 초반이었다.
     
    빅 바퍼와 10대였던 리치 발렌스도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었다. 리치 발렌스를 다룬 영화 '라밤바'에는 이날 사고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자세히 설명돼 있다.
     
    버디 홀리는 '크리케츠(귀뚜라미)'란 밴드를 결성한 적이 있는데, 영국의 비틀즈(딱정벌레)도 여기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에릭 클랩튼도 평소 버디 홀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의 노래 'wonderful tonight' 버디 홀리 기일에 맞춰 추모식을 가던 길에 만들어진 곡이다.
     
    다시 국빈방문 만찬으로 돌아가보면, 미국의 유명 뮤지컬 가수들이 뮤지컬 노래를 부른뒤 앙코르곡으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이에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학창시절 애창곡이라고 칭하자 바이든 대통령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오랜만이어서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한소절만 부르겠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가사가 기억날지 모르겠다"던 윤 대통령은 "아주 오래전에, 난 여전히 기억할 수 있어(A long long time ago, I can still remember)"라는 가사로 노래를 시작했고, 한소절이 아닌 7소절이나 이어가며 "The Day the Music Died"라는 대목이 나올 때 까지 노래를 불렀다.
     
    '아메리칸 파이'는 쿠바혁명, 케네디 당선과 암살, 베트남전쟁, 시민권운동, 마틴 루터킹과 말콤엑스의 암살 등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던 50~60년대를 살았던 동시대 미국 청년들을 위로했고 그래서 '아이콘'이 된 노래이다.
     
    따져보니 한국에게는 6.25전쟁이 끝난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맺고 한미동맹의 초석을 다져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에 한미 두 정상이 내놓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여당에서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부르는 것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후원자들 앞에서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 우연이라면 또 어떤가.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한 정치인은 "'아메리칸 파이'는 어렸을 때 수백 번은 들었던 노래인데, 오랜만에 들어보려고 유튜브에서 검색했더니 온통 윤 대통령이 미국에서 부른 노래가 뜬다"며 "살다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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