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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0m 공장에 오른 BCK 하청노동자 "결사항전"

전남

    [르포]40m 공장에 오른 BCK 하청노동자 "결사항전"

    8일 새벽 여수산단 BCK 사일로 점거 농성 돌입
    필수 식량 들고 2평 남짓 공간에 둥지 터
    노조 "최저 생계가 무리한 요구냐" 결사항전 각오

    전남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 지도부 2명이 40M 높이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공장 외부를 둘러싼 철조망에 핀 장미 꽃이 이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최창민 기자전남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 지도부 2명이 40M 높이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공장 외부를 둘러싼 철조망에 핀 장미 꽃이 이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최창민 기자
    8일 새벽 6시 40분 한 통의 문자가 기자의 핸드폰을 깨웠다. 전남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공장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는 것.
     
    급히 차를 몰아 비를라카본 공장 인근에 다다르자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한 노동자 수십명이 집결을 시작하고 있었다.
     
    고공농성 현장에는 두 명의 노동자가 40미터 높이의 공장 사일로 꼭대기에서 회사 정문에 모인 동료 노동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이들이 원청인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내 자신들의 일터인 사일로 다섯 곳 중 한 곳 옥상에 오른 것은 8일 새벽 4시 30분. 
     
    음료와 과자 등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먹을거리를 가지고 2평 남짓한 공간에 몸을 둘 자리를 마련했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를 이끌고 있는 최강주 지회장과 임근배 부지회장이 그 주인공.
     
    이들이 임금 인상과 작업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지 67째를 맞고 있다. 조성된지 반세기가 넘은 여수산단에서 최장기 파업을 기록한 건 이미 오래다.
     
    이들의 고공농성은 파업을 지원하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와도 상의가 이뤄지지 않은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 
     
    오전 8시. 100여 명의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현장에 집결했다. 집회 차량에 오른 민주노총 최관식 여수지부장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최 지부장은 "총파업 67일차다. 여수산단이 생긴 이래 최장기 파업을 하고 있는데 어느 누구하나 해결하려 하지 않는 우리는 그림자고 유령이었다"면서 "우리도 숨 쉬는 사람이고 말할 수 있는 입이 있고 뛰는 가슴이 있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 노동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도 하루 일당 7만원 밖에 못 받는 노동자가 있고, 한달 100시간 초과근로를 해야만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고 말해왔지만 어느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아 고공농성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9시 다시 교섭이 이뤄졌으나 사측은 노조의 태도를 문제 삼는 등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파행됐다.

    비를라카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기간 투입된 대체인력들이 분주하게 공장을 돌리고 있다. 최창민 기자비를라카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기간 투입된 대체인력들이 분주하게 공장을 돌리고 있다. 최창민 기자
    고공농성이 벌어진 이날도 공장 입구로는 대형 트레일러 수십 대가 오고 갔고, 공장 내부에는 지계차가 쉴 새 없이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녔다. 사측이 파업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투입한 인력들도 공장을 돌리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10시 30분.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이번 고공농성 돌입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마이크를 잡은 비를라카본 사내하청 김창우 사무장은 "현실적으로 타개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에 저 뒤에 두 명의 노동자가 올라갔다"면서 "최저 생계를 위해 많은 교섭과 대화를 했지만 사측은 숫자놀이로 우리를 기만하고 끝까지 가지고 놀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장은 "인간답게 살고 싶고 정당하게 일한 임금을 챙겨달라는 것인데 그게 그렇게 힘든가"라며 "조합원들은 지회장과 부지회장의 행동에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 파업을 꼭 승리할 것이다. 두분은 힘들더라도 조합 동지들을 믿고 꼭 이겨내서 총파업 승리하자"고 말했다.
     
    옥상에 오른 비를라카본 사내하청 노조 최강주 지회장은 고공농성에 들어가기 전 동료들에게 입장문을 보내왔다. 최 지회장은 "총파업 67일을 맞이한다. 이대로 살 수는 없다. 살아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닌 노예의 삶을 더 이상 거부한다"고 말했다.
     
    고공농성이 이뤄지고 있는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정문에 이들의 농성을 지원하기 위한 노동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고공농성이 이뤄지고 있는 여수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정문에 이들의 농성을 지원하기 위한 노동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그러면서 "회사는 우리가 여전히 말한마디 못하고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하는 종이기를 원한다"면서 "교섭은 그저 숫자놀음 말장난이었다. 우리 임금의 3배를 주고 대체인력을 고용하면서 우리를 조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 지회장은 "결사항전이다. 두려움 없이 싸우겠다. 자본의 악랄함을 이겨내는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위해 싸우겠다"면서 "국민 여러분, 저희는 이제 마지막 행동에 들어간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호소에 귀기울여 주시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뒤 비를라카본코리아 사측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경찰과 사측은 혹시나 모를 낙상 사고에 대비하는 등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 비계를 설치하기로 했다. 당초 에어매트 설치도 고려했으나 공간이 없어 포기했다.

    남겨진 비를라카본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취재진을 뒤로한 채 공장 내 설치된 농성장 안으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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