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중부경찰서 제공44년 전 집을 나갔다 그 길로 사라진 아들이 유전자 확인을 통해 마침내 가족 품에 안겼다. 가족이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아들을 찾으려던 노력과 경찰이 적극적으로 장기 실종자 찾기에 나선 결과다.
창원중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1978년 12월 20일 추운 겨울, 당시 10살이던 A씨는 경남 마산에 있던 집에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실종 신고를 하고 전국에 수소문도 했지만 A씨를 결국 찾지 못했다.
부모는 특히 A씨가 5살 수준의 지적장애인이었기에 더 걱정이 많았다. 혹시 죽은 건 아닐까, 입양 보내진 건 아닐까 40년 넘게 긴장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동안 젊었던 부모는 어느새 팔순을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
부모는 그럼에도 끝끝내 자식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 정모(79)씨는 지난 3월 중순 언론을 통해 알게 된 장기실종자 발견을 위한 유전자 등록 제도를 접하고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경찰서를 찾았다. 정 씨는 구강세포 검사 등을 통해 유전자 등록을 했다.
부모는 그리고 한달 뒤쯤인 4월 말 "A씨를 찾았다"는 소식을 경찰로부터 들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채취한 아버지의 유전자 정보와 기존에 아동권리보장원이 갖고 있던 A씨 유전자 정보에서 '친자로 확인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회신 등을 통해 A씨와 가족 만남을 주선했다.
어머니 차모(75)씨는 지난 4일 경찰서에서 만난 A씨를 보고는 왼쪽 옷 소매부터 걷었다. 어머니는 A씨 왼쪽 팔에 새겨진 흉터를 보고는 자신의 아들임을 확신했다.
꽃을 들고 있는 사진 왼쪽이 아버지, 중간이 실종자, 오른쪽이 어머니다. 창원중부경찰서 제공"맞네, 맞네, 내 새끼 맞네, 흉터보니, 그새 이렇게 컸네" 어머니는 A씨가 어렸을 때 화상을 입어 흉터가 남았다고 한다. 다만 A씨는 이날 "엄마"라고 부르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듣는 건 가능했지만 말은 잃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어릴 때도 말을 못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남동생 둘은 어렸을 때 잃어버린 맏형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미 가정을 꾸려 뿌리를 내렸어야 할 나이였던 A씨는 중증 지적장애인으로서 양산의 한 보호시설에서 오랜 세월을 홀로 지냈다고 한다.
도내에는 이 같은 장기실종자(1년이상 기준)가 많다. 경남경찰청이 집계한 도내 장기실종자 사건 75건(명) 중에서 A씨처럼 가족을 찾은 사례나 신고자 자진 철회 등 사건이 해제된 건수는 39건(명)이며, 36건(명)은 현재 경찰이 소재 추적 중이다. 박중환 창원중부서 여성청소년과 계장은 "앞으로도 유전자 등록제도를 집중 홍보해 장기실종자를 최대한 빨리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