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김병수 감독. 연합뉴스올 시즌 K리그1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수원 삼성은 반등을 위해 전술의 대가인 김병수(52) 감독을 소방수로 선임했다. 하지만 김 감독 부임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구단 내 잡음이 일며 시작부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보통 신임 감독은 그동안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코치들을 데려와 흔히 말하는 사단을 꾸린다. 하지만 김 감독은 수원 내부 코치진의 역할만 다듬었을 뿐 대대적인 변화를 주진 않았다.
주승진 스카우터가 수석 코치로 올라왔고 양상민 2군 코치는 스카우터로 보직이 변경됐다. 김주표 코치는 2군 피지컬 코치, 신화용 코치는 골키퍼 코치로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오장은 코치와 주닝요 피지컬 코치는 유임했다.
그런데 김 감독이 유일하게 외부에서 데려온 인물이 있었다. 고려대 선수 시절 김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던 김태륭 분석관이다. 전남 드래곤즈, 부천FC 등에서 뛴 김 분석관은 은퇴 후에도 축구계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SBS sports, SPOTV, KBS 등 여러 방송사에서 해설 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풋볼 사이언스 스타트업 '핏투게더'에 재직 중이다.
그런 김 분석관은 최근 김 감독의 제안을 받고 수원에 합류했는데 곧바로 논란이 발생했다. 한 사설 베팅 정보 사이트에 김 분석관 이름으로 "주전 공격수+윙어+풀백+센터백 결장!! '병수볼'은 제가 잘 아는 축구입니다!! 결장 정보까지 올킬 자신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된 것.
김태륭 분석관 계약 해지. 수원 삼성 블루윙즈해당 게시글은 축구 팬들 사이에 빠르게 퍼지면서 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이는 김 분석관이 게재한 글이 아니며 명의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수원 구단은 "김태륭 분석관의 허락 없이 게재된 글이다. 구단이 문의한 결과 업체에서도 이를 인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김 감독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홈 경기를 통해 수원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는데 0 대 3 대패를 당했다. 수원은 1승 2무 9패 승점 5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이에 김 분석관은 책임을 느끼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수원은 11일 "김태륭 분석관과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김 분석관은 최근 모 축구 정보 사이트에 본인 명의로 된 정보가 게재된 것에 책임을 느끼고 감독과 구단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퇴 의사를 밝혀왔고, 구단은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분석관은 12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먼저 "수원 팬들과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다. 개인 신변을 정리하지 못한 내 실수고 잘못"이라면서 "과거에도 해당 사이트에 내 명의로 게시글이 올라간 일이 있었는데 확실하게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당시 제대로 된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내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헤당 게시글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께는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부임 첫 경기 패한 김병수 감독. 연스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수원은 13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11위 강원FC(승점 10)와 원정에 나선다. 현재 수원은 강원과 승점 차가 5이기 때문에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승점 3을 수확해도 당장 최하위에서 벗어나진 못한다. 하지만 수원 입장에선 승리를 통해 하루빨리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전술의 대가로 알려진 김 감독의 리더십이 빛을 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남대 감독을 거쳐 K리그2 서울 이랜드, K리그1 강원FC 사령탑을 역임한 김 감독은 패스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짜임새 있는 축구를 구사해왔다. 확실한 색깔을 갖춘 그의 전술을 두고 팬들은 '병수볼'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김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탄탄한 조직력을 요구한다. 그만큼 선수들이 '병수볼'을 구사하려면 많은 시간과 훈련이 필요하다. 여기에 확실한 결정력을 갖춘 선수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는 수원은 최근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단 2골에 그친 김경중, 바사니, 아코스티가 팀 최다 득점자인 가운데 올 시즌 팀 득점은 전체 11위(9골)에 머물러 있다. 조직력을 떠나 득점력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김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터. "급진적 변화보다는 훈련을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한 그는 수원의 소방수로 부임한 만큼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팀에 바로 접목시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김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위기에 처한 수원을 구해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