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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말까지 배운 구글AI…네카오는 '닭쫓개'인가

IT/과학

    [인터뷰]한국말까지 배운 구글AI…네카오는 '닭쫓개'인가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 인터뷰
    "빅테크 AI에 네카오 생존 전략을 묻다"

    구글이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를 전면 오픈. 연합뉴스 구글이 인공지능(AI) 챗봇 '바드'(Bard)를 전면 오픈. 연합뉴스 
    구글이 최근 AI 챗봇 '바드'(Bard)에 영어가 아닌 언어로는 처음으로 한국어 지원을 채택하면서 국내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AI 언어모델을 자체 개발중인 네이버·카카오가 선수를 뺏겼다는 지적부터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국내 AI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와 달리 자사의 서비스가 한국어에 '특화'된 점을 부각하며 AI 시장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자신해왔다. 구글이 전세계 검색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가졌지만, 한국에서는 그만큼의 힘을 못쓰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많은 이들이 빅테크에 맞설 '토종AI'의 깜짝 등장을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는 사이 구글은 한국어 서비스를 내놨고, 오픈AI는 챗GPT 플러그인 기능까지 공식 출시했다. 외신에서는 연일 AI 신기술을 소개하는 뉴스들이 쏟아진다. 기대감보다는 위기감과 조바심이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국내 IT 기업들은 어떤 길을 가야할까.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들에게 차세대 AI 시장을 내줘야 하는 걸까.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과 언어에 담긴 문화를 잘 안다는 건 확연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어 "같은 맥락에서 한국 IT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와 달리 AI 차별성을 분명히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IT 기업들이 빅테크와 "한번 붙어볼 만하다"고도 덧붙였다. 무슨 근거있는 자신감일까.

    인공지능 챗봇. 연합뉴스 인공지능 챗봇. 연합뉴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주요 일문일답.

    - AI가 한국어를 '잘한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 AI가 '언어를 구사한다'라고 하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번역을 하듯이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에 담겨져 있는 문화를 잘 안다는 측면이다. 챗GPT-4에서 한국어 대화 능력은 이미 영어 이상의 수준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 문화, 정서를 데이터로 안다는 건 또다른 차원이다. 그런 관점에서 네이버의 AI 모델 '하이퍼클로바'는 구글의 '바드'가 갖지 못한 특장점이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특장점이 있는지

    = 과거 사람들이 오히려 네이버를 비난했던 이유가 구글보다 검색 정보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색은 인터넷을 돌면서 색인을 하는 로봇이 있는데, 일반적인 웹사이트 최적화와 달리 네이버는 정책적으로 검색을 많이 막았다. 알다시피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 정보는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잘 나오는데, 구글에서 검색하면 잘 안 나온다.

    예전에는 이 부분이 비판점이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차별점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됐다. 구글에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말은 즉, 바드도 그렇고 오픈AI의 챗GPT도 그렇고 이들 AI 모델이 알 수 있는 한국어 정보의 내용이 네이버가 갖고 있는 블로그나 카페, 커뮤니티 데이터의 상세한 부분까지는 접근할 수 없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결국 바드나 챗GPT 같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잘 구사할 수는 있지만, 맥락상으로 한국의 정보를 잘 알고 있는 건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가 된다는 얘기다. 한국 사회 고유성에 강점이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스타트업들은 하이퍼클로버를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출시하고 API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다. 이게 네이버 AI 모델의 특장점이라고 본다.

    - 카카오의 경우 어떤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한가

    = 챗GPT 플러그인을 생각해보면 된다. 플러그인은 챗GPT 상에 정보를 검색하면서 다른 앱들도 실행시키는 기능이다. 예컨대 챗GPT에서 식당 정보를 검색함과 동시에 예약을 진행하고, 거기서 결제까지 한번에 진행하는 식이다.

    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게 한국에서는 카카오다. 챗GPT 플러그인 앱들은 아직 글로벌화가 많이 안 돼 있다. 미국 중심이다. 카카오는 국내 시장 중심의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고 있다. 카카오의 AI 모델에 '점심 먹을거야'라고 말을 걸면 카카오맵이 스마트폰 위치 정보로 주변의 식당을 알려주고, 카카오페이로 예약하고 결제하고, 카카오T로 택시를 불러주는 걸 상상해볼 수 있다. 진짜 비서처럼 말이다.

    네이버·카카오 제공네이버·카카오 제공
    이렇게 AI 모델에서 카카오의 여러 앱들이 합쳐진 형태로 오픈하게 되면 그야말로 슈퍼앱처럼 엄청난 위력을 가질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자 서로 다른 분야에서 국내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오픈AI도 그렇고, 구글 바드도 그렇고 국내 IT 기업들이 한번 붙어볼 만한 지점이다.

    - 그렇다면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어 AI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 구글 바드의 한국어 출시를 '침해'라고 보는 건 좁은 시선이다. 우리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데 관심이 많지만, 글로벌 입장에서는 한국어를 어떻게 영어로 잘 번역하는지가 중요한 시기다. 넷플릭스 등을 기반으로 나오는 K-콘텐츠를 영어로 아주 자연스럽게 번역하거나 한국의 정보를 영어로 제공하는 관점이 더 돈이 되는 영역이라서다.

    한국 사람들을 위해 한국어를 제공한다는 관점보다는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국어의 접근성을 높인다고 보는 게 적합하다. 구글이 한국어 버전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도전'이라고 언급한 것도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것보다는 한국어를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갖다 주느냐의 관점에서 나온 말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한국어 AI를 침해가 아닌, 역으로 한국어 콘텐츠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길목이 넓혀졌다고 보는 게 중요하다.

    - 향후 글로벌 AI 시장을 전망하면

    = AI 전쟁 2라운드는 일본에서 벌어질 확률이 높다. 구글 바드도 제1외국어로 한국어와 일본어를 같이 출시했다. 오픈AI의 대표도 최근 일본의 기시다 총리를 따로 만났다. 현재 초거대 인공지능 혹은 언어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일반적으로 미국, 중국, 한국, 이스라엘 이렇게 4개 국가를 얘기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 시장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인구 규모나 사회, 문화, 역사에 비해 일본에는 언어모델이 없다. 앞서 얘기한대로 언어가 미치는 문화적 영향성을 생각해 봐도 일본어는 무시할 수 없다. 한국어가 K-콘텐츠 덕에 역으로 인용되듯이 일본이 갖는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들을 겨냥한 AI 서비스가 조만간 발빠르게 나올 걸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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