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 회장을 비롯한 대한간호협회 임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인근에서 간호법 거부와 관련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간호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간호사 단체가 사상 초유의 집단 행동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의사 대신 시행했던 의료행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도 예상된다.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했던 16일 대한간호사협회 사무실에서는 밤 늦게까지 회의가 이어졌다.
협회는 릴레이 회의 끝에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이른바 대리진료와 대리수술, 채혈 등 간호사 업무 외의 의료 행위를 거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간호협회 김영경 회장은 17일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간호사는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의사의 불법적 업무에 대한 리스트를 의료 기관에 배포하고 불법진료 신고센터 설치와 현장실사단도 별도로 운영할 예정이다.
의사 인력 부족과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맞물리며 암암리에 증가한 진료보조(PA)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1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간협 관계자는 "리스트에는 간호사의 대리처방과 대리수술, 대리기록, 채혈, 심전도 검사, 동맥혈채취, 항암제 조제와 기관삽관 등이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법 업무 거부에 대한 강제성은 없다면서도 간협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파업은 하지 않겠다는 대원칙을 지키기 위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준법' 투쟁과 별도로, 간호법이 좌초된 데 대한 현장의 '분노'는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간협 관계자는 "현재 우리 홈페이지 게시판에 파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준법 투쟁 강도가 더 세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준법 투쟁이 의료 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간협측은 "간호사는 원래 간호업무만 하는 게 맞다"며 "환자 곁을 떠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료공백 사태까지 빚어진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료보조(PA) 간호사 역할이 큰 대학병원은 간호사 준법투쟁 여파가 아직까지 미치지 않고 있다.
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준법 투쟁 발표 이후에도 특별한 동향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 역시 "현재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간협은 오는 19일 광화문에서 간호법 거부권 범국민규탄대회를 개최한다. 협회 소속 간호사들에게 연차를 내는 등의 방식으로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