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항 전부터 플라이강원 지원책 '하늘의 레고랜드' 우려…강원도 책임 확대에 따른 혈세 낭비 지적
플라이강원. 강원도 제공 플라이강원은 취항 전부터 혈세 낭비 우려가 제기되며 당시 논란이 이어져온 춘천 레고랜드 사업에 비유돼 왔다.
2018년 9대 강원도의회에서는 '강원도 도내 공항 모기지 항공사 육성 및 지원조례(이하 '모기지 항공사 지원조례')'에 대해 춘천 레고랜드 사업까지 대비시키며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춘천 레고랜드 사업은 당초 외자유치 사업으로 추진했지만 강원도 책임이 늘어나면서 강원도가 인적, 물적 자산을 투입해 진행해야하는 구도가 된 점에 주목한 지적이었다.
강원도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된 지원조례는 모기지 항공사에 초기 안정화를 위한 운항장려, 손실보전, 신규 정기노선 및 중장거리 노선 개설, 최소한의 장비 구입, 홍보 마케팅, 기타 도내 공항 모기지 항공사 육성을 위해 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 재정지원을 명시했다.
일부 도의원들은 민간이 주도해야할 사업에 강원도가 광범위한 지원을 약속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 부담도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당시 홍성욱 강원도의원은 "잘못판단하면 춘천 레고랜드처럼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처음에 발을 잘못 들이면 면허를 받아놓고 지원 액수가 자꾸 커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모기지 항공사 유치 대상인 플라이 강원에 의구심도 드러냈다. 홍 의원은 "회사가 단단하다면 앞서 두 차례 심사에서 면허를 왜 발급받지 못했는지 의문이 든다. 강원도는 기준이 강화돼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렇게만 볼 수는 없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규태 강원도의원은 조례 심사 과정에서 "평창올림픽이 끝난 상황에서 물류나 관광이나 이런 것들을 냉정한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한없이 (예산을) 쏟아붓기만 할 것"이라며 "냉정한 계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기 국토교통부는 플라이강원의 수요불확실에 따른 재무안전성 부족 문제를 들어 면허 발급을 2차 반려한 상황이었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아시아 하늘길 여는 전담 항공사 역할 기대"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강원도 제공 3차 심사에서 면허를 발급받고 2019년 10월 29일 공식 출범한 플라이강원에 대해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아시아 하늘길과 남북 하늘길을 열어가는 전담 항공사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플라이강원이 조기 안정화되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도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해 행정력을 집중, 전폭적인 행정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5년, 강원도가 145억원에 달하는 혈세를 지원했지만 강원 양양국제공항 모기지 항공사 플라이강원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기업회생 신청 수순을 밝게 됐다.
강원도는 18일 입장문을 내고 "플라이강원 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운항중단 사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플라이강원 정상화를 위한 관련 대주주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플라이강원 측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2002년 개항 이후 유령 공항이라는 오명을 받아온 양양국제공항의 정상화와 동해안 관광의 활성화를 위해 2019년 취항했다. 강원도는 플라이강원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에 기여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열악한 강원도 재정여건 하에서 145억원에 이르는 재정지원금 등을 이미 지원했고 올해는 국토교통부, 양양군, 한국공항공사 등과 논의를 거쳐 당초예산과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항공화물운송사업 재정지원금을 신설하고 운항장려금의 지원 기준을 상향하는 등 총 22억원에 달하는 지원 예산을 확보했다.
양양군 역시 20억원의 재정지원금을 지원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양양국제공항의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26년까지 화물터미널 구축에 지방소멸대응기금 등 30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강원도, 양양군 165억원 혈세 지원 불구 기업회생 수순…강원도 "뼈 깎는 자구 노력 절실"
양양국제공항. 박정민 기자 강원도는 플라이강원 경영난의 책임을 내부 요인으로 돌렸다. 비용절감이나 신규투자 등 자구노력 없이 더 많은 지원만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전제로 한 내실 있는 경영이 아닌 과도한 투자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계획 등을 앞세워 강원도와 양양군의 지원에만 의존했다는 얘기다.
강원도는 "뼈를 깎는 각오와 끝까지 기업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약속에 대한 신뢰 없이는 더 이상의 지원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세금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플라이강원 대주주들의 책임 있는 자세와 함께, 현실성 있고 실현가능한 자구책 등이 전제될 때, 강원도는 적극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법원 측에는 "어려운 지역경제와 지역거점 항공사의 정상화를 바라는 강원도민들과 양양군민들의 간절한 마음과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플라이강원의 정상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300여 종사자들을 돌아보셔서 다시 한번 회생의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건의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