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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물이 차고 있어, 추워"…대홍수 사망자의 마지막 통화

국제일반

    "집 안에 물이 차고 있어, 추워"…대홍수 사망자의 마지막 통화

    • 2023-05-19 18:54

    가뭄 뒤 홍수로 인한 사망자 14명…대부분 저층에 사는 노약자

     연합뉴스 연합뉴스
    "추워, 너무 추워. 가구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 라벤나시의 카스텔 볼로녜세에서는 주민 9천명에게 홍수 대피령이 내려졌다.

    1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리나 자코메티씨는 딸 마르티나와 집을 떠나면서 아랫집인 1층에 사는 조반니 파바니씨에게 함께 가자고 설득했다.

    75세의 파바니씨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나는 이 집을 좋아해. 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뒀으니 괜찮을 거야. 나는 이 집을 떠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자코메티씨는 파바니씨가 걱정돼 그날 밤 전화를 걸었다. 상황은 끔찍했다.
    파바니씨는 "춥다"는 말을 반복한 뒤 "물이 집 안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어. 집안에서 가구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라고 했다.

    자코메티씨는 파바니씨에게 테이블 위로 올라가라고 말한 뒤 구조를 요청할 테니 그때까지 버티고 있으라고 말했지만, 곧 전화는 끊겼다.

    다음 날 아침 파바니씨의 시신은 집안을 가득 채운 2m 높이의 물속에서 발견됐다.

    라벤나시의 산타가타 술 산테르노에 사는 89세의 조반니 셀라씨도 이번 대홍수의 희생자 중 한 명이다.

    그는 50년 동안 이 마을에서 이발사로 일했다. 아들 조르조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아들의 죽음 뒤 셀라씨는 일을 그만뒀고, 중병에 걸렸다. 마을 인근의 산테르노 강이 범람한 그날, 셀라씨는 집 안으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도 침대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아내가 필사적으로 그를 들어 올리려고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아내는 2층으로 올라가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구조를 요청했다.

    다행히 소방대 헬리콥터가 그녀를 발견하고 창문을 통해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남편이 1층에 있다고 말했지만, 소방관들이 도착했을 때는 1층이 완전히 물에 잠긴 뒤였다. 시신은 다음 날 수습됐다.

    에밀리아-로먀나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것과는 정반대로 16~17일 이틀간 200~5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일부 지역에는 36시간 동안 연평균 강우량의 절반이 쏟아졌다.

    장기간 가뭄으로 말라붙은 토양이 비를 흡수하지 못해 홍수 피해를 키웠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14명으로 확인됐고, 약 2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홍수가 덮친 라벤나시의 루시에서 돼지 3천마리를 기르는 델리오(73)-도로테아(71) 포스키니씨 부부는 17일 저녁에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이미 침수된 지하실로 내려가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다가 변을 당했다. 검시관은 부부가 감전으로 인해 기절한 뒤 익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이들 부부가 장기간 고립될 것을 예상해 식량을 확보할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부부의 아들 안드레아는 라벤나시 페이스북에 "부모님이 고립돼 있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구조를 요청한 지 거의 3시간이 지났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확인돼 더욱 안타까움을 샀다.

    산타가타 술 산테르노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95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사망자들 대부분이 저층에 사는 노약자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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