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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세사기특별법 합의…피해자 "빚에 빚 더하기" 비판



경제정책

    여야 전세사기특별법 합의…피해자 "빚에 빚 더하기" 비판

    5차례 회동 만에 최우선변제금 무이자 대출 등 추가하며 국토소위 문턱 넘어
    피해 인정범위 넓히고 신용회복 프로그램도 추가했지만 사실상의 정부여당안
    늑장대처 비판에도 여야 자찬 일색…피해자단체 "분노한다, 본회의 전에 수정해야"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를 위한 회의에서 김정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를 위한 회의에서 김정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가 전세사기 특별법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한 지 3주만에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빠른 대처가 요구됐던 만큼 시간이 더 지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정부여당안을 기초로 세부적인 부분만을 손봤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어 잡음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5번째 회동 만에 특별법 국토소위 통과…최우선변제금 무이자 대출·피해 인정 범위 확대 등 담겨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는 22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수정안을 가결했다.
     
    특별법 심사 개시 후 5번째로 머리를 맞댄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최우선변제금과 신용회복, 피해 인정 범위 등을 추가로 손봤다.
     
    임차주택이 경·공매 등으로 채권자들에게 넘어가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의 전세보증금으로 계약한 소액보증금 임차인 보호를 위해 선순위 채권자가 있더라도 우선적으로 임차인에게 지급되는 최우선변제금은 정부가 해당 금액만큼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당초 배당시점이나 최초 전세계약 당시에는 소액임차인 기준을 충족했지만 선순위 근저당 설정이나 전세계약 갱신으로 인해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소급적용 등을 통해 우선지원금을 지원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이자 대출을 골자로 한 정부의 수정안으로 합의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은 피해자가 전세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이 대신해 은행에 이를 갚고, 피해자가 상환 의무를 지킨다는 전제 아래 20년 간 연체정보 등록을 유예하고 연체금 부과도 면제해 무이자로 갚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피해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상황을 막는 것은 물론, 전세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등 추가적인 대출도 가능해 금융여력이 늘어날 전망이다.
     
    대상자 요건도 기존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확보한 임차인이나 계약이 종료돼 퇴거했더라도 인차권 등기를 마친 전 임차인 중 임대인에 대한 수사 개시, 기망이나 부정한 방법으로의 소유권 이전,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음에도 다수의 주택 취득 등을 충족해야만 피해자로 인정됐던 기존 정부여당 제시안보다 완화됐다.
     
    이중계약과 신탁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포함됐고, 전세보증금 기준 상한도 4억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어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피해자들을 대신해 경·공매를 진행해주는 원스톱 대행 서비스의 경우 피해자의 수수료 부담이 기존 안의 50%에서 30%로 줄어들게 됐다.
     

    일부 내용 변경 있지만 사실상의 정부여당안…野 주장한 선구제 후회수·사후정산·최우선변제금 소급적용 전부 불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모습. 황진환 기자
    지난 회의 때 제시됐던 내용보다 피해자 인정 범위가 넓어졌고, 피해지원의 규모도 커졌지만, 새로운 내용이 대거 추가됐다기 보다는 정부여당안을 일부 변경한 수준에 가깝다
     
    그동안 야당이 강조해왔던 공공의 전세사기 주택 매입이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을 통한 보증금 보전,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던 최우선변제금 소급 적용 등은 합의안에 전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각각 자당 의원인 조오섭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대표발의안 법안을 통해 보증금 채권의 매입을 주장해 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전국 전세사기 피해자 중 상당수가 다른 방식보다 보증금 반환채권을 활용한 직접적인 보증금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당은 이를 근거로 정부여당을 계속해서 압박했지만 다른 사기 피해자들, 또 타 법률과의 형평성을 근거로 한 정부여당을 넘어서지 못했다.
     
    야당은 전세보증금의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이 신통치 않자 '보증금 회수 후 사후 정산' 카드를 제시했지만 이 또한 거부됐고, 최우선변제금 소급적용마저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직접지원 측면에서는 국토위 소위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게 됐다.
     
    특별법 제정과정에서 당초 경·공매 시 우선매수권을 피해자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반대하던 정부여당이 입장을 바꿔 야당이 주장하던 우선매수권을 수용했지만, 이런 태도 변화는 야당의 협상력 때문이 아닌 피해자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여론 악화를 의식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부처간 이해관계·정치권 이견으로 이제야 법안 나왔지만 여야 모두 '자화자찬'…피해자 단체 "분노한다, 본회의까지 법안 수정하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 정의당 심상정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 정의당 심상정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등이 전세사기·깡통전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가 입을 모아 '신속한 특별법 제정'을 얘기하면서도 이견을 극복하지 못한 탓에 특별법 합의는 법안의 국토위 상정 후로는 24일,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 사태 발발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이 관리책 마련을 지시한 지난해 7월 이후로는 10개월여 만에 겨우 상임위 소위 문턱을 넘게 됐다.
     
    관계부처들은 부처 간 이해관계를 넘지 못하다가 윤 대통령이 지난 달 직접 경·공매 유예를 지시하고 나서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섰고, 여야는 이견을 이유로 평행선을 그으며 그 후로 한 달을 더 보냈다.
     
    그 사이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3명, 서울 양천구에서 1명 등 4명의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럼에도 여야는 합의안이 마련되자 각자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홍보에 나섰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토소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은 4월 27일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하고 오늘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야당과 심도 있게 논의하며 국민께서 납득할 수준에서 최선의 지원 조치를 이끌어냈다"며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여야 간 합의로 추진되는 만큼 25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자평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최인호 의원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정부여당은 처음에 특별법도 안 된다고 했는데 특별법을 관철시켰고, 우선매수권도 안 된다고 한 것을 관철시켜냈다. 또 피해자 범위도 오늘까지 포함해서 상당부분 많이 넓혀 왔다"며 "한계가 뚜렷한 상황이었지만 이 한계 속에서 저희가 정부여당을 견인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견인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이같은 자찬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특별법 합의안에 분노한다"며 "여전히 피해자들을 선별하고 책임을 피해자 개인에게 떠넘기려는 정부·여당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선구제 후회수와 같은 적극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뤄지는 금융지원은 '빚에 빚 더하기'일 뿐이라며 "25일 본회의 처리 전까지 법안을 수정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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